PA 인력의 ‘의료 행위’ 원칙은 불법이지만 처벌 기준 제각각…법조계 “가이드라인 필요”
#2. 2월 초 광주지법 제1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평호 부장판사)는 간호조무사에게 척추전문병원 의사 피부봉합 수술에 참여하는 이른바 대리 수술을 13차례 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들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의사 2명과 간호조무사 1명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부 봉합 행위가 큰 문제가 없다지만, 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간호조무사가 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3. 2021년 경북의 한 병원에서는 의료인 면허가 없는 병원 원무과장 C 씨가 수술에 참여했다. 원무과장인 C 씨가 맡은 일은 금속 고정물 제거 수술에 참여해 다리 소독 과정에서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받쳐주는 행위를 한 것. 하지만 수사당국은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보특법) 위반으로 해당 병원 의료진을 기소했다. 심지어 간호조무사도 아닌 비의료인이 수술에 참여한 것이었지만 법원은 의료진에 대해 벌금 300만 원만 선고했다.
#법적 보호장치 없는 PA 간호사들
이같이 각기 다른 양형(벌금, 집행유예 등)의 판단이 나오는 것은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PA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로 하여금 수술·진료 보조 등 ‘의료 행위’를 하게 하면 병원장과 봉직 의사들도 보특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처벌을 받지 않은 경우도 있다. 2019년 충남의 한 병원에서는 상해를 입은 환자에게 골절 고정술을 시행하면서 간호조무사에게 의료기기를 사용해 상처 부위를 벌리도록 지시한 의사가 기소됐지만 선고유예를 받았다. 선고유예는 ‘유죄에 해당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처벌하지 않는 것’인데, 재판부는 범행 회수가 1차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해,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처럼 단순 의료법 위반(무면허 의료 행위) 혐의를 적용해 선고유예나 벌금형을 구형한 사례가 있는 반면, 수술 몇 건에 PA 인력이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특법을 적용한 사례도 있는 등 처벌은 제각각이다.
정부 지침과 다른 판단을 내린 적도 있다. 1월 대법원은 어깨 염증 환자에게 체외충격파 시술을 한 간호사와 이를 지시한 의사에 대해 의료법 위반을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전담간호사가 근골격계 체외충격파 시술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정부와 법원 간 판단은 달랐던 것이다.
#“정부가 나서 처벌 가이드라인 잡아야”
의사와 정부의 갈등이 지속돼 정부가 PA 간호사의 역할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PA 간호사의 수술 참여 처벌 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게다가 간호조무사가 수술에 참여해 PA 간호사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 영세한 병원일수록 간호조무사가 수술에 참여해 수술 보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용 절감 효과가 있어 환자들에게 마냥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대형 로펌 대표 변호사는 “간호조무사가 수술실에 들어가 수술에 있어 조금의 역할이라도 했다면 이는 진료보조 역할을 넘어서 명백한 불법이라는 게 우리 법의 현실”이라며 “간호사와 달리 간호조무사의 경우 법에 명시된 보호 문항이 없어 비의료인과 처벌 기준이 뒤섞인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례 2번 사건의 재판부는 의사와 간호조무사들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우리 법 체계에서는 간호조무사 등 비의료인이 아주 기계적이고 명확하며 위험성 없는 행위 외에는 진료 보조 행위를 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간호조무사가 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이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간호조무사의 수술 참여가 단순 보조 역할에 그쳐,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법적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 PA 간호사의 수술 참여는 꺼내놓고 얘기할 수 없는 암묵적인 현실이다. 걸리면 처벌받기에, 걸리지 않고 당연하게 이뤄졌던 PA 간호사들의 수술 참여라는 설명이다. 현재 전국에서 1만 명 넘는 PA 간호사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암센터에서 각각 전체 수술의 27.2%, 94.3%에 PA 간호사가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권한 확대 추진, 검찰과 법원은?
하지만 거꾸로 정부는 PA 간호사들의 역할 확대를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들의 총파업이 시작되자, 2월부터 PA 간호사들의 수술 참여도 추진 중이다. 특히 서울의 빅5 병원(서울대, 연세신촌, 서울삼성, 아산, 서울성모)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병원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이에 따르면 ‘수술 부위 봉합, 봉합 매듭’ 등은 의료기관 내 자격과 숙련도에 따라 설정할 수 있는 진료지원행위로 규정했다.
한 병원장은 “간호조무사 등 의료인이 아닌 이가 수술에 참여해 절개나 핀 등 예민한 장치의 삽입을 했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수술실에 들어와 수술 부위를 잡아주거나 수술에 필요한 의료 장비를 잡아주고 가져다주는 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요소들인데도, 보특법 위반으로 기소해 처벌하는 것은 의료인에게 부담이 된다는 설명이다.
법원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직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명백한 불법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처벌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단순히 환부를 잡은 수준인지, 그런 행위로 환자의 피해가 발생했는지 등을 따져서 판단을 해야 하다 보니 처벌이나 판단 범위가 넓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는 무면허 의료 등에 대한 양형 기준과 가중·감경 처벌 인자를 정리하긴 했지만, 여기에 PA 간호사는 포함돼 있지 않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결국 처벌 여부에 대한 고민은 ‘비의료인의 수술 참여로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고 법원도 이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냐”며 “법원은 법원대로, 정부는 보건복지부와 검찰, 경찰 간 입장을 정리해 PA 간호사의 수술 참여에 대한 처벌의 가이드라인과 양형 기준을 정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