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마시면 친이스라엘’ 등 과도한 악플 시달려…전세계 영향력 K팝 글로벌 감각 필요 목소리도
지난 5월 23일 중국 한한령이 해제됨에 따라 콘서트가 열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엔터사 주가가 반등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주가를 회복하기까지는 요원하다. 2023년 7월 25일 JYP엔터가 14만 6600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5월 22일 5만 7600원을 찍고 반등해 현재 6만 600원을 기록 중이다. SM엔터는 2023년 8월 29일 14만 7000원을 기록했다가, 최근까지 8만 원대에서 횡보하다 5월 23일 9만 800원으로 반등했다.
엔터사 주가 부진을 두고 증권가에선 주요 아티스들의 공백기, 음반 매출 역성장에 실적이 주춤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시기 급등했던 음반 매출이 중국 음반 공동구매 규제로 인해 매출이 크게 줄어든 점이 엔터사 주가를 부정적으로 보는 요인이다. 여기에 최근 K팝 팬 층이 글로벌화되면서 각종 국제적, 정치적 이슈까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 코카콜라를 마신 아이돌에게 악플이 쏟아지고 있어, 과도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해 일어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이후 친이스라엘 기업이 불매 운동 대상이 되고 있는 데, 1월 5일 하이브 레이블 소속 그룹 ‘엔하이픈’ 제이크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도중 스타벅스 커피를 마셔 논란을 빚었다. 이를 본 해외 K팝 팬들은 “스타벅스 음료를 마시면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에 동참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항의했다. 이에 제이크는 음료를 다른 컵에 옮겨 담고 “내가 실수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2024년 3월 하이브 소속 르세라핌 허윤진 역시 스타벅스 로고가 보이게 음료를 마시는 사진을 공개했다가 인스타그램에 악플이 쏟아지기도 했다.
너무나 흔하게 마시는 코카콜라도 최근 논란의 대상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024년 3월 17일 JYP엔터 소속 스트레이키즈(스키즈) 필릭스는 치킨 먹방을 하면서 코카콜라를 마신다고 했다가 악플이 쏟아졌다. 필릭스는 코카콜라 모델인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논란이 터지면서 결국 필릭스는 “코카콜라 병을 보여준 것에 대해 사과한다”며 “누구의 기분도 상하게 할 의도가 아니었다. 다음엔 그러지 않도록 하겠다.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국제적 이슈는 단순히 브랜드 몇 개를 조심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5월 10일 스트레이 키즈의 신곡 ‘Lose My Breath(루즈 마이 브레스)’가 피처링에 참여한 찰리 푸스 때문에 불똥을 맞았다. 찰리 푸스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시온주의자로 분류되면서 이번 신곡이 불매 운동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해외 팬 중 일부는 “찰리 푸스는 시오니스트다. 이번 ‘루즈 마이 브레스’는 보이콧하고, 7월에 스키즈 정규 앨범이 나오면 그걸 사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찰리 푸스가 시온주의자로 분류된 이유는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스타 노아 슈냅이 2023년 10월 올린 인스타그램 글에 ‘좋아요’를 누르면서다.
이런 이유로 찰리 푸스와 협업한 스트레이 키즈의 이번 곡도 불매 운동 대상이 됐다. 스트레이 키즈 관련 유명 X(옛 트위터) 계정 ‘스키즈 차트 데이터’도 이번 루즈 마이 브레스 프로모션은 (데이터 집계를) 보이콧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스키즈의 ‘루즈 마이 브레스’는 20일 빌보드 핫 100에 90위로 진입했다. 20일 빌보드는 “디지털 싱글 ‘루즈 마이 브레스’가 25일자 ‘핫100’에 90위로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공연업계 관계자 A 씨는 “국제적, 정치적 이슈에는 기획사든 팬덤이든 섣부르게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과거 트와이스 쯔위 사건 때 깃발 하나 때문에 중국과 대만 사이 ‘하나의 중국’을 둘러싸고 새우 등 터진 사건이 있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예를 들어 그룹 내 중국 멤버가 중국 공산당의 어이없는 행태를 지지한다 해도 비판하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기 어렵다”면서 “JYP엔터가 코카콜라와 협업 중인데 브랜드를 노출했다고 비판받는 것에 대해 ‘말이 되냐’고 항변하면, 다시 ‘그런 기업과 협업을 왜 하냐’며 갈등만 커진다. 국제 갈등에도 국내 팬덤이 딱히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이유는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논란의 씨앗은 서구권에서만 있는 게 아니다. 최근 SM엔터 소속 걸그룹 에스파(aespa)는 일본 라이브 투어 중 7월 7일 후쿠오카 콘서트 하루만 취소해 논란이 됐다. 일본 팬들은 이를 두고 ‘정치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하는 반응을 보인다. 5월 16일 SM엔터는 대체 공연을 발표했지만, 일본 팬들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모양새다.
이번 일에 일본 팬들이 반발하는 건, 일본 투어 공연 일정 중 7월 7일 단 하루만 취소됐기 때문이다. 이미 예매가 끝난 후 갑작스러운 취소 발표로 일본 팬들은 ‘비행기, 호텔까지 다 예약했는데 충격이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본 팬들은 이번 일을 두고 ‘7월 7일이 중국에서 의미 있는 날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7월 7일은 중일전쟁의 발단이 된 노구교(루거우차오) 사건이 있던 날이다. 중국에서는 7·7 사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날 중국 멤버 닝닝이 일본 공연 무대에 설 경우 중국인의 비난이 쏟아질 것이 우려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는 해석이다.
일본 네티즌들은 일본 야후 재팬과 유튜브 등에서 이번 공연 취소를 두고 성토를 이어가고 있다. 한 일본인이 유튜브에서 ‘SM엔터는 중화를 잡고 일본을 끊었다. 에스파는 앞으로 일본에서 공연은 직전에라도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 에스파 팬은 그것을 각오하고 티케팅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비참하다’라고 작성한 댓글이 추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다른 팬은 ‘중국을 걱정한다면 처음부터 제대로 스케줄 짜라. SM엔터 티켓 취소를 당한 팬이 너무 불쌍하다’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요신문은 이에 대한 SM엔터 측 입장을 듣고자 질문을 남겼지만, SM엔터는 질문 확인 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공연업계 관계자 A 씨는 “추첨제로 진행되는 일본 콘서트에서 천재지변이나 전염병 등이 아닌 이유로 이렇게 추첨 이후 콘서트가 갑자기 취소된 건 이례적인 상황이다. SM엔터가 대체 공연이라도 긴급하게 발표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SM엔터 아이돌에 중국인 멤버가 활동한 지 거의 20년이 된다. 슈퍼주니어 때부터 중국인 멤버가 있던 게 몇 년인데, 그 많은 스태프 중 아무도 이걸 못 걸러냈는지 그 점은 아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콘텐츠 유통 업계 관계자 B 씨는 “K팝 아이돌이 전 세계 젊은 층에 영향력이 큰 만큼 그들 목소리 영향도 가장 크게 받는 것 같다. 이들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좀 더 글로벌 감각에 맞게 소통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B 씨는 “K팝 팬들은 특히 연령대가 어리다. 그래서 그만큼 민감하다”라면서 “코카콜라와 멀어지면서 이들 세대 니즈를 철저히 맞춰줄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민감한 요구는 거절할 수도 있다. 니즈를 맞춰준다고 글로벌 브랜드 광고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으로 정할지 다 장단이 있다. 기획사와 가수가 함께 고민해서 선택해야 할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적 이슈는 오랫동안 엔터사의 고민이었고, 이를 피하는 방법으로 글로벌 그룹을 현지에서 데뷔시키는 방향을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2023년 11월 박진영 JYP엔터 창업자는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에 출연해 이런 말을 했다.
“(정치 문제 등) 연예계와 상관없는 일로 연예계가 영향받을 때 가장 속상하다. 그런 일들로 문화에 영향을 줄 때가 제일 당황스럽다. 길게 준비하고 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과 돈이 들어갔는데 갑자기 국가 간에 무슨 일이 생겨서 그게 갑자기 망가질 때가 힘들다.”
이어 박진영 창업자는 “그래서 이런 걸 헤지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현지 가수를 데뷔시키면 된다. 중국에선 중국 가수, 일본에선 일본 가수, 미국에선 미국 가수를 데뷔하는 방법이다. 이제 이런 시스템이 잘 진행돼 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JYP엔터는 일본에서 니쥬(NiziU), 미국에서 비차(VCHA)를 데뷔시켰고 중국에서는 프로젝트 C가 데뷔할 예정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