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 1년 만에 국내 ‘꼼수 복귀’ 논란…라건아 ‘외국인 신분’ 유지로 KBL에 비판 화살
#이대성이 쏘아올린 공
국내 농구에서 이대성은 '특별함'을 가진 선수로 꼽힌다. 대다수가 대학을 졸업하고 KBL에 입성하던 시절, 그는 중앙대 재학 중 미국 대학에 편입해 미국 무대에 도전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도전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유학생활 1년 만에 KBL 무대에 합류했으나 다시 미국으로 떠나 NBA 하부리그인 G리그 무대에서 활약했다. 짧은 기간만 뛰고 원 소속팀 울산 현대모비스로 복귀했다.
이대성이 특별하게 여겨졌던 이유는 이력 때문만이 아니다. '워크 에식'이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발전을 위해 식단 관리, 훈련 등에서 극단적으로 자신을 몰아넣으며 노력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신혼여행 중에도 체력훈련을 빼먹지 않은 일화가 전해지기도 했다. 이에 더해 불과 1년 전 이대성에게 또 다른 격려가 쏟아졌다. "성장하고 싶다"는 말을 하고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대성을 향한 박수는 1년 만에 비난으로 바뀌었다. 일본 B리그에서 활약하다 1년 만에 국내 복귀를 결정하면서 불거진 원 소속팀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불편한 관계' 때문이다.
1년 전 해외 진출을 추진하며 한국가스공사는 FA 자격을 얻은 이대성을 '계약 미체결' 상태로 보냈다. 복귀할 때를 대비해 임의탈퇴 등으로 묶을 수 있었지만 자유롭게 놓아주는 선택을 했다. 이대성이 2년 이상의 도전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대성은 33세였기에 2년이 지나면 이적을 하더라도 원 소속팀 한국가스공사가 취할 수 있는 보상이 없었다.
그러나 이대성은 지난 5월 5일 KBL에 FA 공시를 신청했다. 자율협상 기간 마감 하루 전인 21일, 서울 삼성과 계약했다. 한국가스공사로선 보상금으로 최대 11억 원을 챙길 수 있던 자원을 공짜로 리그 내 경쟁팀에 보내주게 된 것이다.
이대성의 FA 계약은 규정상 큰 문제가 없었으나 '꼼수를 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자유로운 이적에 걸림돌이 되는 보상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 무대를 거쳤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가스공사를 떠나며 "후배들이 해외 진출을 고민할 때 운신의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 탓에 '앞으로 해외 진출을 하려는 선수를 구단이 도와줄 수 있겠나'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24일 KBL센터 앞에서는 트럭 시위가 진행됐다. 시위를 진행한 팬들은 "앞으로는 이기적인 선수가 다른 선수와 팀을 무너트리고 농구 발전을 저해하는 일을 못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라건아 또는 라틀리프
비판의 화살은 KBL에 향하기도 했다. 이대성의 계약이 있기 전 라건아의 신분을 두고 내린 KBL 결정에 반발이 일어났다.
라건아는 2018년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취득해 국가대표로 뛰는 동시에 삼성, 현대모비스, KCC 등을 거치며 큰 활약을 펼쳤다. 국제대회에서 아시아 정상급 빅맨으로 위용을 보였다. 그사이 KBL 무대에서도 착실히 기록을 쌓아 올렸다.
라건아는 KBL 무대에서 다소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라건아는 한국인 선수로 분류되지 못했고 그렇다고 온전히 외국인 선수 쿼터에 속하지도 않았다. KBL 구단들은 라건아와 함께 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고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했다.
기존 국가대표, KBL 등과 계약이 이번 2023-2024시즌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다음 시즌에는 라건아에 대한 대우를 새롭게 결정해야 했다. KBL이 내놓은 답은 '외국인 선수 신분 유지'였다. 온전한 외국인 선수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를 영입하려는 구단들의 셈법은 간단해졌지만 조치에 대한 의견은 갈리고 있다.
귀화를 결정하던 시기, 농구계는 라건아가 35세가 되는 시점에 기량 하락을 예상해 신분 변화를 고려했다. 하지만 라건아는 우승 주역으로 활약하는 등 여전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KBL은 '전력 불균형'을 우려해 그의 신분을 외국인으로 못박았다.
최초 계약 당시 '35세가 되면 리그에서 한국인 신분으로 분류해 주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그럼에도 라건아가 한국 국적을 가진 선수이고 대표팀에서도 장기간 활약을 해왔기에 리그에서 외국인으로 분류된다는 것은 이상하다는 반발이 나왔다. 과거 혼혈 선수로 활약했던 전태풍, 이승준, 문태영 등도 한 팀에서 3년 이상 활약할 수 없고 FA 자격을 취득할 수 없는 등 다른 대우를 받았다. 이들이 리그에 등장한 약 15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KBL의 행정에 비판이 이어졌다. 귀화 선수가 자유롭게 리그에서 활약하는 일본 B리그의 운영 방식과 대비되기도 했다.
KBL에서 라건아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KBL 각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로 영입을 고려하는 이들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 12시즌간 활약하며 남긴 역대 통산 득점 2위(1만 1343점), 리바운드 1위(6567개) 기록이 이어질지 미지수다.
길고 긴 침체기에 빠졌던 한국 농구는 최근 '희망'을 봤다. 2022-2023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안양 정관장과 서울 SK가 보인 명승부는 팬들을 다시 농구장에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체육관의 열기는 뜨거워졌고 1년 뒤 열린 2023-2024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단일 경기 1만 관중 이상을 달성하기도 했다. 중요한 기로에 놓은 시점, 파문을 일으킨 이번 여름 농구계의 두 사건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