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행복이 중요했기에 구글 인수 제안 거절…앞으로 MCU 플랫폼 수출 이뤄내고파”
숱한 러브콜을 거절한 럭스로보는 제2의 도약을 위한 코스닥 상장 준비로 분주하다. 일요신문은 5월 27일 서울 서초구 럭스로보 본사에서 오상훈 창업자를 만나 럭스로보의 비전을 들었다. "오 창업자가 사치를 부린다"는 낭설의 진원이었던 고급 아파트 PH129(더펜트하우스 청담) 매입 뒷이야기도 들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PH129는 올해까지 4년 연속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상장 작업은 얼마나 진행됐나.
“6월 28일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상장을 2년 전에 하는 걸로 계획했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금융 위기가 발생해 시기를 늦췄다. 현재는 예전에 비해 매출과 안정성을 많이 확보한 상태다. 그래서 올해 상장을 결정하게 됐다. 지금 상태로 상장하면 시장이나 미래 주주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럭스로보 매출은 꾸준히 올랐지만 아직 적자를 내고 있다. 자회사 실적을 포함한 럭스로보 연결 기준 2023년 매출은 242억 원, 영업손실은 60억 원이었다.
“올해는 손익분기점에 거의 근접하거나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존 사업 확대가 잘 됐다. 신사업도 발굴됐다.”
―코스닥 상장 시 기업가치 목표를 어떻게 잡고 있나.
“2021년 투자를 받으면서 기업가치를 2000억 원대로 평가 받았다. 이때 기업가치는 넘어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럭스로보는 올해 가장 핫한 주식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여러 글로벌 기업의 인수 제안을 모두 거절해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회사를 팔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돈보다 행복이 중요했다. 원래 돈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없었던 것도 아니다. 평범하게 살았다. 돈이 행복의 절대 수치를 올려주지는 않더라.”
―10년 전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마음가짐은 어땠나. 지금처럼 회사 규모가 커질 걸 예상했나.
“누구나 다 아는 미국 대학에 장학생으로 충분히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유학을 안 가고 한국에서 창업한다고 했다. 아버지한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며 많이 혼났다(웃음).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보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큰 뜻이 있어서 창업한 건 아니었다. 악바리처럼 하나씩 하다 보니까 회사가 이렇게 커진 것 같다.”
―10년간 쉼 없이 달려왔다. 앞으로도 사업을 계속하고 싶나.
“럭스로보는 MCU(Micro Controller Unit, 가전제품 등에 탑재돼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 플랫폼 시장에서 주목받는 회사다. 컴퓨터와 모바일에선 윈도우, iOS, 안드로이드 등 대표적인 OS(Operating System,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플랫폼 시장이 형성됐다. 하지만 MCU는 대표적인 OS나 플랫폼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MCU 플랫폼은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GDP를 10% 이상 올릴 수 있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수출한 게 하나도 없었다. 럭스로보에서 이뤄내고 싶다.”
―럭스로보는 코딩 교육으로도 유명하다. 코딩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의 진입장벽을 많이 낮춘 듯하다.
“전체 매출 3분의 1 정도가 에듀테크에서 나온다. 어렸을 때부터 쉽게 로봇 제작을 배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프로그래밍 언어뿐만 아니라 그림과 단어로 충분히 코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국제 로봇 경진대회 국가대표 감독을 5년 동안 하면서 아이들에게 어렵게 가르치는 것보다는 쉽게 응용하고 활용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럭스로보 제품을 통해 기초 과정부터 인공지능 등 심화 과정까지 가르칠 수 있다 보니 해외 여러 국가 초중고 교육기관을 비롯해 카이스트 등 국내 대학에도 럭스로보 제품이 쓰인다. 앞으로 로봇을 만드는 사람들은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2021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 PH129(더펜트하우스 청담) 한 채를 92억 원에 샀다. 현재 PH129에 살고 있나.
“한 투자사가 럭스로보에 투자하면서 지분을 확보하고 싶어 했다. 그 과정에서 내 지분 일부를 사갔다. 갑자기 100억 원이 생기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서 고민이 많았다. 집을 여러 채 사면 세금이 더 나와서 한 채만 사야겠다 싶었다. PH129 분양 자리가 남은 걸 확인해서 바로 매입했다. 돈을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혼자서 면적이 넓고 천장도 너무 높은 아파트에서 살아 보니 너무 외로웠다. 그래서 부모님이랑 동생한테 부탁해서 같이 살고 있다. 입주민 중에 가장 어려서 동대표도 맡았다.”
―PH129 보유와 관련해서 주변에서 비판이 있었다고.
“‘벤처기업인인데 너무 비싼 걸 산 거 아니냐’ ‘사치 부리는 거 아니냐’ ‘사회 통념상 안 좋게 보인다’ 등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팔고 싶어도 2년 매매 제한 때문에 팔 수도 없었다. 롤스로이스 차를 끌고 다닌다는 헛소문도 났다. 내가 타는 차는 2013년식 BMW다. PH129에서 가장 구리다(웃음). 아버지는 닛산 차를 타고 다닌다. 처음 아버지가 차를 끌고 왔을 때 주차장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제지당했다(웃음). 입주민이 아니라 아파트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오해받았다. 나는 시계도 애플워치 차고 다닌다. 사치 부린다는 이야기는 너무 억울했다.”
―럭스로보가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PH129를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다.
“회사와 내가 한몸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사업에 진심이고, 회사가 정말 잘될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