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천·신촌·염창서 시범 운영 중…‘신선식품·경비절감’ 승부수 통할까
지난 4월 서울 강서구에 오픈한 킴스편의점 염창점에선 차분히 장을 보는 소비자들이 보였다. 40대 고객 이정희 씨는 “집에서 가까워서 오는 편인데 신선식품이 있다 보니 간단하게 장을 볼 때 종종 방문한다”며 “인근 (대형) 마트가 문을 닫는 날에도 여기는 열려 있어 온다”고 말했다.
CU와 GS, 세븐일레븐이 다투는 국내 편의점 ‘삼국시대’에 이랜드리테일이 도전장을 내고 점포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1호 점포로 서울 관악구 봉천점을 개장한 데 이어 지난 1월 마포구 신촌점, 4월 강서구 염창점을 열었다. 이랜드그룹(이랜드)은 현재 이들 매장들에 대한 이른바 ‘파일럿테스트(시스템을 이용하기 전 전체 시스템을 확인하는 점검)’를 진행 중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킴스편의점 가맹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에선 국내 편의점 수가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이랜드리테일이 굳이 편의점 사업에 진출한 배경을 두고 관심과 의문이 동시에 제기된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총 5만 5254개로 집계됐다. ‘3강’ 업체만 봐도 지난해 말 기준 △CU 1만 7762개 △GS25 1만 7390개 △세븐일레븐 1만 3502개에 이른다.
이랜드리테일은 유통사업 채널 중 편의점이 가장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보인다. 이랜드 관계자는 “국내에서 대형마트 중심의 오프라인 유통이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온라인 유통사업이 활발해지는 듯싶더니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가 들어왔다”며 “유동적인 시장 상황에서 그나마 성장성이 두드러지는 게 편의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중의 변화하는 소비습관을 주목하면 편의점 부문을 더 성장시킬 수 있다는 구상이다. 특히 고물가, 1인 가구 증가로 채소나 과일 등 농식품을 낱개 단위로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점차 늘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 이 관계자는 “(일례로) 지난 1~4월 중 이랜드킴스클럽에서 이른바 ‘쓸어담는 실속채소’ 코너를 만들었는데 보통 대형마트에서 묶음 단위로 판매하는 채소를 이랜드킴스클럽이 낱개로 구매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이 기간 ‘쓸어담는 실속채소’ 매출은 전년 대비 40% 성장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전반에서는 이랜드가 한때 부진했던 유통분야에서 다시 수익성을 끌어올리려 신사업 포트폴리오로 편의점 사업 카드를 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시기 이랜드이츠(외식)·이랜드리테일(유통) 등이 비상경영에 들어갔다가 다시 활기를 찾은 흐름을 타고 편의점 유통채널로 수익 확대에 적극 나섰다는 관측이다.
이랜드리테일이 자체브랜드(PB) 상품 활로로 편의점을 적극 활용해 판매량과 가격경쟁력을 높이려는 한다는 해석도 있다. 편의점을 활용하면 각종 마케팅 비용이나 유통 수수료를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킴스편의점 신촌점과 염창점 등에선 이랜드팜앤푸드의 브랜드 ‘오프라이스’ 가정간편식(HMR), 애슐리와 협업해 제작한 파스타 밀키트 등이 판매되고 있다.
킴스편의점의 등장에 업계 시선은 다소 싸늘하다. 출혈 경쟁이 극에 달한 시장 상황에서 신생 업체가 가져갈 ‘파이’가 얼마나 있겠냐는 냉소가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내 경쟁구도가 공고해 (신생 업체가 시장에) 진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대형마트기업 홈플러스가 편의점 ‘365플러스’ 사업을 벌였다가 모두 철수시킨 선례도 거론된다. 홈플러스는 2011년 ‘365플러스’ 대치점을 시작으로 편의점 사업에 나섰지만 경쟁사들과 겨룰 만한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지 못해 11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이랜드리테일은 기존 편의점 업체들과 다른 방식의 운영으로 경쟁 시장을 돌파해보겠다는 각오로 맞선다. 핵심은 신선식품 특화, 인건비·경비 절감으로 압축된다. 비용 절감 전략으로는 △오전 8시~밤 10시 운영 △간판 등 비필수 인테리어 생략 등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킴스편의점과 관련해 기존 운영 방식에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장점을 더 얹어 응용할 것을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물가도 오르며 (농식품을) 낱개로 구매하는 소비 행위가 대세가 되고 있다”며 “편의점이 자연스레 장보기 채널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존 편의점들도 PB상품을 판매하는 등 업계에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며 “이랜드리테일이 편의점에만 집중하기보다 SSM과 편의점 채널의 장점을 따 새로운 유통채널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