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중심 생존 전략 두고 일각에선 한계론도…“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품질에서 우위 점해야”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12월 최대 주주 아성HMP가 2대 주주 다이소산교(일본계)의 보유 지분 34.21%를 전량 인수하면서 ‘일본계 기업’이란 딱지를 떼고 국내 토종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기 전 검색하는 정보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조사 결과를 보면 1위로 가격 요인이 꼽혔다. 소비자들은 기본 수준의 기능·품질을 갖췄다면 조금이라도 저렴한 제품을 찾는 패턴이 강화되고 있다.
저렴하면서 규격화 된 가격 전략으로 승부수를 건 아성다이소의 성장세가 비교적 긍정 평가를 받는 이유다. 아성다이소 상품은 최대 5000원을 넘지 않으면서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등으로 균일화돼 있다. 유통업체들이 일반적으로 상품 원가에 유통마진을 붙여 제각각으로 가격을 붙이는 것과 크게 구분된다.
아성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 460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5% 증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17억 원으로 9.4% 늘었다. 2020년(2조 4216억 원), 2021년(2조 6048억 원) 등 코로나19 유행 당시에도 비교적 흔들림 없는 매출 실적을 보여줬다.
이런 상황에서 그야말로 ‘초저가격’을 앞세운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C커머스 등장이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앞으로 다이소와 중국계 온라인쇼핑플랫폼에서 동일 제품 가격을 비교해 구매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이소 온라인 플랫폼(다이소몰)에서는 배송비가 붙은 가격에 구입해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가격 경쟁력'에서 취약한 구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에 따라 다이소 온라인몰보다 C-커머스 플랫폼에서 구매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경우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기자가 지난 4일 다이소 오프라인 매장 1곳(서울 광진구 소재)과 온라인몰, 알리익스프레스 등 3곳에서 ‘고농축 피죤’ 1000ml 제품 1개 가격을 비교한 결과 다이소 오프라인 매장은 3000원, 다이소 온라인몰은 6000원(배송비 3000원 추가)에 구입할 수 있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판매가 6850원(무료배송 조건)으로 살 수 있었다. 다이소는 피죤 1000ml 제품 외에 1580ml 제품(리필용, 2000원)도 개별 판매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3100ml 제품 3개 묶음을 1만 2230원(개당 약 4000원, 무료배송 조건)에 판매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아성다이소가 C커머스의 무료배송 전략을 고려해 앞으로 오프라인 판매에 힘을 실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온라인몰 플랫폼은 배송비 요인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공격적으로 무료배송에 나선 C커머스 플랫폼들 사이에서 다이소가 온라인에서 차별화 전략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다이소는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 수를 늘릴 계획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기간 배달의민족, 쿠팡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업체들이 성장했지만 오프라인 중심인 다이소도 매출이 늘었다”며 “올해 오프라인 매장들을 추가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이소의 오프라인 매장 수는 지난해 기준 1519개로, 2021년 1390개, 2022년 1442개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중심 생존 전략에 대해 일각에선 한계를 우려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은 인건비·임대료 인상 등 고정비 부담을 가지고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 의존도를 낮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C커머스 플랫폼들이 국내 물류센터를 완공하면 ‘가성비 유통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물류센터가 조성되면 국내 판매 상품이 보다 다양해지면서 빠른 배송까지 실현돼 아성다이소의 입지가 더욱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C커머스가 유입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아직 아성다이소를 긴장시킬 위치에 있지 않지만 국내에 물류센터를 세우고 지금처럼 초저가 기조를 유지하면 다이소의 오프라인 시장이 지금과 같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와 소비자들은 아성다이소가 품질 측면에서 C커머스에 우위를 점하는 전략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는 C커머스 판매품 품질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는 현실과 직결된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 4월 전국 만18세 이상 소비자 중 최근 1년 내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 ‘C커머스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변한 소비자 64.3%가 그 이유로 상품 품질을 꼽았다.
다이소도 품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다이소에서 판매한 인형에서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6배 넘게 검출돼 리콜 조치에 들어간 바 있다. 같은 해 10월에는 욕실화 2개 제품에서 납과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등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 해당 인형은 아성HMP의 제품, 욕실화는 아성다이소 계열사 (주)아성에서 2022년 10월부터 수입한 제품이었다. 아성다이소 관계자는 “판매된 상품의 품질 이슈가 발생하면 고객상담센터, 매장으로 접수된 고객불량, 온라인몰의 상품후기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즉시 개선하는 판매품질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며 “품질을 계속 개선해 균일가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업체가 살아남으려면 소비자들을 단기적으로 끌어모을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업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아성다이소는 초저가, 가성비라는 부분에서 C커머스와 비슷한 맥락(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나. 이에 더해 더욱 좋은 품질의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