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리스크는 ‘대북송금’, 결론은 ‘위증교사’ 사건부터…“민주당 차원 사법부 압박·회유 거세질 듯”
이 가운데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된 불법 대북송금은 양형 기준이 최소 10년부터 시작하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특히 이 전 부지사가 혐의를 부인했지만, 1심에서 이미 유죄 판단이 나온 만큼 ‘가장 윗선’에 해당하는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도지사)는 법정 대응 전략을 치밀하게 짜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검찰, '800만 달러' 그대로 적용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서현욱)는 이화영 전 부지사와 이재명 대표가 불법 대북송금 사건을 공모한 것으로 봤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공범으로 이 대표를 기소하면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뇌물공여자)이 북한(제3자)에 건넨 800만 달러가 이 대표(뇌물수수자)에 대한 뇌물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북 제재로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이행을 약속했고, 이에 북한 측이 2018년 11월경 지원 이행을 독촉하자 500만 달러를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 측이 북한에 건넸고, 이후 2019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경기도지사 방북 초청 요청 및 의전 비용 명목으로 300만 달러를 대납하게 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재판부는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 관련 164만 달러와 경기도 지사 방북비 230만 달러 등 모두 394만 달러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는데,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게 800만 달러를 모두 적용해 기소하며 이 전 부지사 사건도 항소해 다툴 것임을 밝혔다.
#제3자 뇌물의 무서움
법조계는 ‘가장 큰 사법 리스크’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형법은 공무원이 공여자에게 뇌물 요구 또는 약속하거나 실제로 받은 경우를 단순수뢰죄(제129조)로 처벌하고, 공무원이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경우 제3자뇌물제공죄(제130조)를 통해 처벌한다. 뇌물이 누구에게 전달됐느냐에 따라 이를 분리하면서도, 제3자뇌물죄의 경우에만 단순수뢰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을 받을 것을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부정한 청탁 요건에 대해 검찰은 대북 사업을 노리던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받은 대북 사업 제안이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대북 제재로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를 이화영 전 부지사, 이재명 대표가 추진했다는 것이다. 부정한 청탁(대북 사업 제안)을 이 대표가 승낙하고, 대신 북한에 내야 했던 돈 500만 달러(스마트팜 지원)와 300만 달러(경기도지사 방북)를 김 전 회장에게 내게끔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유죄 판단이 나올 경우 징역형이 불가피하다. 10년 이상의 징역(법정형)이 선고되는데 이화영 전 부지사는 제3자뇌물죄로만 징역 8년이 1심에서 선고됐다. 앞서 기소된 성남 FC 사건에서도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됐지만, 성남 FC 사건의 경우 시민 구단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행정 조치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게 다르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의 경우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이라는 ‘주가조작 금융사범’과 연루된 점도 부담스럽다.
이화영 전 부지사와 이재명 대표 측은 “대북송금은 쌍방울의 주가조작용”이라고 해명했지만,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 부탁으로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함으로써 경기도가 (자신들의 사업을) 지원할 것으로 신뢰했다는 것 외에는 다른 사유를 상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대표가 김 전 회장과 두 차례(2019년 1·7월) 직접 통화했다는 김 전 회장의 진술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물론, 검찰도 넘어야 할 허들이 있다. 입장을 번복해 이재명 대표의 관여 여부를 부인하고 있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주장을 반박해야 한다. 이 대표가 대북송금을 알고 최종 승인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대북 사업 진행 여부에 대해서는 ‘알았다’고 하면서도, 불법적인 송금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얘기하는 이재명 대표 측의 주장을 반박할 근거가 필요하다.
판사 출신의 대형로펌 대표 변호사는 “제3자 뇌물 사건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받았다고 하는 미르스포츠재단 사건 아니냐”며 “부정한 청탁임이 법리적으로 인정되면, 이를 위해 제3자(북한)에게 건네진 뇌물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 이재명 대표가 구체적으로 관여했음을 입증하는 게 이번 재판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주 3~4차례 재판 참석 현실화
이 대표의 물리적인 부담이 더 커졌다. 현재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성남 FC’ 개발비리 의혹 사건으로 매주 화요일과 격주 금요일, ‘20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격주 금요일 재판에 출석 중이다. ‘검사 사칭 관련 위증교사’ 혐의 재판도 한 달에 한 번꼴로 출석한다.
일주일에 두세 차례 재판에 나오고 있는 이 대표는 이제 주당 서너 차례 출석해야 한다. 대북송금 재판의 경우 자료의 양이 방대해 주1회 이상 재판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진 서울중앙지법에서 모든 재판을 받았지만, 대북송금 재판은 수원지법에서 이뤄진다는 것도 부담이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 관련 주요 사건을 모두 털어내면서 이제 ‘법원의 시간’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리스크는 대북송금 사건이 가장 크지만, 현실적으로는 위증교사 사건이 가장 먼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재판은 이 대표가 2018년 별도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에게 위증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골자인데, 김 전 시장의 수행비서 등의 녹취 파일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하다.
이 대표가 2022년 대선 과정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말하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사건 역시 비교적 사안이 단순해 이르면 올해 안에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선거법 사건이라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은 물론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다음 대선이 3년 조금 안 남은 시점에서,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의 대선주자로 뛸 수 있는지 여부는 결국 법원이 얼마만큼 사건 처리에 속도를 붙이는지에 달린 셈”이라며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민주당인 만큼, 사법부 압박 및 회유에 더 속도를 붙이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