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1심 중형 후 판사 탄핵·선출제 등 거론…법조계 “판결 불복·판사 저격 등 삼권분립 훼손”
#재판 전부터 시작된 검찰 압박
더불어민주당은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선고가 있기 4일 전인 6월 3일, 이재명 대표가 관련된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자는 내용을 담은 특검법을 발의했다. 민주당 정치검찰 사건 조작 특별대책단(대책단)은 이날 ‘김성태 대북송금 사건 관련 검찰의 허위진술 강요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특검)법’을 발의했는데, 주된 내용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를 회유하려고 하는 등 조작 수사를 벌이고 있어 특검을 임명해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검법에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검찰의 부실수사 및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음주 회유’ 등을 통해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특검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부터 대립각을 세웠던 이성윤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는데, 대책단은 법안에 대해 “검찰의 잘못된 수사 방식에 대해 특별검사가 수사하도록 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특검법”이라며 “정치검찰을 수사의 주체가 아니라 수사의 대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를 겨눈 수원지검 수사팀을 상대로 한 특검과는 별개로, 탄핵하는 안도 거론된다.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151석)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하다. 민주당(171석)이 당론으로 뜻을 모을 경우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검사가 탄핵 소추되면 헌법재판소의 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검찰 자체를 향한 ‘손보기’도 시작됐다. 민주당 검찰개혁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용민 의원은 6월 7일 수사기관이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증거를 조작하거나 위증을 강요한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수사기관 무고죄’ 신설 법안(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치권에서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의혹을 제기했던 이른바 술자리 회유 사건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원하는 대로 진술해 달라”고 얘기를 한 경우, 위증을 강요한 경우에 해당해 검사를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이화영 1심 중형 이후 확대된 전선
6월 7일 수원지방법원 1심 재판부가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월의 중형을 선고하자 민주당은 법원 압박에도 나섰다.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몫 간사로 내정된 판사 출신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9일 “판결문은 판사의 편향된 가치관과 선입견, 독선과 오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며 “검찰이 내놓은 오염된 증거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끝내 절차적 정당성은 물론 실체적 진실까지 외면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법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계기가 됐다”라고도 덧붙였다.
4월 총선 유세 전후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4월 유세 당시 이재명 대표는 빠듯한 재판 일정이 문제 됐을 때도, 사법부를 비판하지 않았다. 일부 지지층이 재판부를 비난하자 이 대표가 “검찰이 문제”라고 제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선고 이후 민주당이 법원 판사들을 겨눈 개혁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검사뿐 아니라, 판사가 법을 왜곡해 사건 당사자를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만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의 ‘법 왜곡죄’를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판사 선출제의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에 대한 1심 판결을 비판적으로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심판도 선출해야”라고 적기도 했다. 법관을 선거로 뽑아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민주당이 이 같은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재판 결과에 대한 불복을 공개적으로 내비치는 것이나, 판사를 특정해서 비판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해칠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숙명적으로 칼잡이 역할을 해 왔다 보니 늘 정치권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사법부의 판단을 건드리는 것은 삼권분립을 전제로 한 우리나라의 시스템을 흔드는 게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작금의 검찰, 법원 개혁 관련 발의안을 보면 너무 안타깝지만, 또 증거가 존재하는 사건을 없다고 판단할 수 없는 게 우리 판사의 일 아니겠냐”며 “묵묵하게 판사는 판사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국민들이 알아주시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판사로부터 억울한 판단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3심제를 운영하는 것 아니냐”며 “1심에서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2심에 가서 다퉈서 재판장을 설득하면 되도록, 구제의 기회를 주고 있는데 판사를 탄핵하거나 선출하겠다는 아이디어를 국회에서 꺼내든다는 게 참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더 거세질 민주당의 공세?
하지만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불법 대북송금 사건 관련, 이재명 대표까지 제3자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하고 나면 민주당의 공세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법사위 간사)은 검사의 회유 의혹 등에 대한 법원의 직권조사 의무화, 수사 중인 검사를 바꿔 달라고 요청하는 검사기피제를 담은 법안을 준비 중이다.
법조계는 성창호 판사와 같은 케이스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19년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재판으로 김 전 지사가 법정구속 됐을 때 민주당은 1심 재판장인 성창호 판사를 공격했다. 당시 민주당은 성 판사를 ‘사법농단 적폐 판사’로 규정하고, 탄핵 소추 등을 시사하며 여론전을 폈다. 이후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성 판사는 2021년 11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선 고등부장판사는 “민주당에서 판사나 검사 개개인을 문제 삼아 압박하는 게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며 “그럴 때일수록 더 원칙에 입각해서 공정하게 수사와 재판을 해야 하는 게 법조인의 의무이자 숙명 아니겠냐”고 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