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제품 ‘아티센셜’ 미국 NPE가 제소…상장 앞두고 기업가치 산정 악영향 우려
#리브스메드, 소송 휘말린 까닭
미국 특허관리전문회사(NPE)인 엔도보틱스가 지난 3월 29일(현지시각) 리브스메드 미국 현지법인을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분쟁 제품은 리브스메드의 주력 제품이자 복강경 수술 기구인 ‘아티센셜’이다. 엔도보틱스는 리브스메드가 미국 내에서 제품을 제조, 사용, 판매하면서 ‘수술 기구’와 관련한 자사 특허 두 건(US7147650, US7364582)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엔도보틱스는 리브스메드의 특허 침해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과 소송비용 보전을 요청했다. 엔도보틱스는 배심원 재판 역시 요청했는데 일반적으로 배심원들은 특허권에 우호적이고 외국 기업에 배타적인 경향이 있어 리브스메드에 불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특허 재판에서 법관 판결의 경우 외국인들의 승소비율이 약 50%에 달하지만 배심원 판결의 경우 승소 비율은 40% 미만으로 떨어진다.
이와 관련해 리브스메드가 FTO(Freedom-to-Operate·자유실시 여부 또는 특허 침해 분석)에 다소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FTO는 국내 기술 기업들이 해외 수출 전에 실시예정기술이 해당 국가의 특허권을 침해해 분쟁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지 꼼꼼하게 검토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특허권은 속지주의를 따르기 때문에 개별국마다 관련 특허를 일일이 따로 취득해야 한다. 기존에 이미 특허가 존재할 경우 분쟁이 생길 수도 있다.
NPE를 대응하기 까다로운 것도 이 지점이다. 어떤 NPE가 관련 특허를 소지했는지는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IP)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해외 진출 전에 경쟁사 특허를 꼼꼼히 분석하는 건 당연하지만 NPE 대응할 때는 애 먹는 경우가 많다”며 “특정 분야에서 소송 빈도가 높은 NPE들을 분석하고 기술 이름으로 키워드를 검색해 찾아보다 보면 얻어 걸리는 식이다. 이 작업 자체도 쉽지 않아서 FTO를 실시해도 누락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허사무소 공앤유의 공우상 대표 변리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기업이 전략적으로 생략한 과정일 수도 있다. 특히 타이밍이 중요한 기업들은 일단 해외 진출부터 한 후 특허 이슈는 부딪히면서 해결해나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며 “혹은 자사 제품이 특허 시비에 휘말려도 승산이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출 확대 기대감 컸는데…
아티센셜은 스타트업 리브스메드가 개발한 다관절 복강경 수술기구다. 인체 내부로 삽입되는 집게(End-Tool) 부분이 상하좌우 모든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관절 구조라 수술자의 손동작을 동일하게 구현할 수 있다. 기존 일자형 복강경 수술기구들보다 정교한 수술 동작이 가능하고 수십억 원짜리 복강경 수술로봇인 다빈치에 비해서는 가격이 저렴해 최근 의료현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1년 10월 15일 리브스메드의 아티센셜을 ‘혁신의료기기’로 지정했다. 혁신의료기기는 사용방법을 개선했거나 정보통신·로봇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의료기기로 해당 제품의 신속한 의료현장 도입을 위해 선정된다. 현재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건수는 60건뿐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아티센셜에 대해 “해외 제품이 주를 이루는 글로벌 수술기구 시장에서 국산 제품의 진출을 기대할 수 있고, 로봇수술기의 다관절 기술을 일회용 수술 기구에 구현하는 혁신기술로 보다 저렴한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혁신의료기기 지정 사유를 밝혔다.
아티센셜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2019년부터 선별 급여로 등재돼 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되면서 아티센셜의 이용 부담이 다른 수술 기구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평원 관계자는 “급여를 결정하면서 효과성 검증이 더 필요하거나 경제성이 낮은 경우 본인부담률을 높여서 선별 급여로 지정된다”며 “복강경 수술 기구 중 선별 급여로 등재된 것은 여러 개 있지만 다자유도(Joint End Tool) 수술기구 중에는 아티센셜만 유일하게 선별 급여로 등록돼 있다”고 말했다.
아티센셜은 최근 3년간 국내외 인허가를 80여 개 획득했으며, 국내 200여 대형병원과 미국과 독일 등을 포함한 전세계 50여 개국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의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획득하며 중국 판로를 뚫었다. 리브스메드가 기존 아티센셜 8mm 라인업보다 더 직경을 줄인 5mm 라인업을 개발해 지난해 9월부터 판매를 개시한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리브스메드의 2022년 매출은 95억 원, 2023년은 174억 원으로 각각 120억 원과 9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적자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와 내년은 각각 500억 원과 1000억 원의 매출을 전망하고 있다. 리브스메드는 내년 여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잡고 있다. 지난해 프리IPO로 750억 원가량의 투자를 받았고 현재 기업가치는 80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무사히 상장에 성공할 경우 조 원 단위 시가총액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에서 걸린 첫 소송이 기업가치 산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복강경 수술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아티센셜의 수출 확대로 인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공우상 변리사는 “미국이 매출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시장인데 특허 소송이 걸렸기 때문에 이슈가 될 수 있다”며 “기업가치는 현재 매출뿐만 아니라 향후 시장까지 고려해서 미래가치까지 따지기 때문에 마이너스가 되는 요소인 건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리브스메드 관계자는 “IP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특허 관련 이슈에는 충분히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엔도보틱스의 특허는 존속기한이 만료가 됐거나 올해 안에 만료를 앞둔 특허이고 또 리브스메드 복강경 수술기구하고는 다른 오래된 기술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될 요소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