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 검출에 지식재산권 침해까지…해외 직구 늘면서 피해 사례도 증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해 제품이 해외직구를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해외직구 플랫폼(알리익스프레스, 테무, 큐텐)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사고 발생 시 생명과 직결되는 이륜자동차 안전모, 어린이제품, 화학물질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방향제, 피부에 직접 바르는 화장품 등을 검증한 결과 조사대상 88개 물건 중 27개(31%)가 국내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륜자동차 안전모는 교통사고 발생 시 충격을 흡수해 운전자의 머리를 보호해야 하는데 해외플랫폼에서 판매한 안전모 10개 중 9개(90%)가 국내 기준에 부적합했다. 특히 기준 부적합 9개 중 8개 제품은 충격 흡수를 전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놀이기구(완구), 액체완구, 전동완구 등 어린이제품 중에서도 28개 중 11개(40%) 제품에서 프탈레이트계가소제, 카드뮴 등 유해물질이 과도하게 검출됐다. 눈·볼·입술용 색조화장품 역시 조사대상 40개 중 7개(18%)에서 국내 사용이 제한·금지된 유해 중금속과 타르색소가 검출됐다.
해외직구 증가와 함께 소위 말하는 ‘짝퉁’ 제품의 국내 유입도 늘어나는 추세다. 관세청이 이 달 3일 발간한 ‘2023년 지식재산권 침해단속 연간통계보고서’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 한 해 동안 8만 5247건의 지식재산권 침해물품을 적발했다. 개수로 따지면 134만 개로, 중량으로는 257.7톤에 이르는 양이다. 전체 적발 건수 중 해외직구 유입이 81%, 중국 발송이 97%를 차지했다.
해외직구 물품이 주로 반입되는 특송목록통관에서의 적발 수량만 34만 3000건으로 전년 대비 197.8% 증가했다. 해외직구를 통한 짝퉁 반입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특히 2023년에 적발된 품목 중 전기를 쓰는 가전제품의 적발 건수가 4986건으로 2021년 393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올해도 해외 직구액은 7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선제적으로 규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 직구 제품에 대한 우려가 늘면서 정부는 지난 5월 16일 ‘KC인증’이 없는 어린이 제품, 전기 및 생활용품, 생활화학제품 품목에 대해 해외직구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런데 ‘과도한 규제’라는 여론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사흘만인 5월 19일 안전성 검사를 실시해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들만 반입을 제한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유통·물류업계에서는 이마저도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이커머스를 통해 국내에 반입된 통관물량만 4133만 건으로 통관 단계에서 전량을 검수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강화로 해외 업체들이 거래를 중단할 경우 부품, 소재, 반제품 등을 수입하는 중소기업들까지 피해를 입을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원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위해제품의 판매차단을 권고해 검색 및 판매 차단을 완료했다며 앞으로도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해외직구 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을 통해 위해제품의 유통을 차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