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물 붓기’ vs ‘신선식품 공략시 승산’ 엇갈린 전망…쿠팡 “지방 인구소멸 막는 인프라 될 것”
#전국 로켓배송 시대 열리나
쿠팡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국 시군구 260곳 중 182곳(70%)에서 로켓배송이 가능하다. 쿠팡은 3조 원을 투자해 3년 내 이 수치를 230곳(88%)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때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구는 50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사실상 전국 로켓배송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다만 쿠세권이 전국구로 늘어나도 새벽배송은 인구가 밀집한 도심 지역 중심으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우선 쿠팡의 전국 투자 계획 발표가 다소 섣부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은 올해 1분기 31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22년 2분기 이후 첫 적자다. 1분기 매출은 9조 450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가량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31억 원으로 61% 감소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만도 적자고 쿠팡이츠도 쿠팡플레이도 아직 투자 단계로 적자를 내고 있는데 3조 원의 추가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 단계에서는 잘 이해가 안 가는 행보”라고 말했다.
게다가 전국적인 투자를 통한 수익성 확보도 쉽지 않다. 앞서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거주 밀집도가 높아 배송 속도를 높일 수 있고 건당 물류비를 낮출 수 있다. 근데 땅은 넓고 물량이 적은 지역으로 내려가면 수익성이 감소하는 정도가 아니라 손해를 볼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쿠팡의 전국 투자 계획 발표는 알리 등 중국발 이커머스(C-커머스)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조철휘 한국유통포럼 회장은 “C-커머스가 안 뛰어들었으면 쿠팡이 파페치까지 포함해 가볍게 연간 40조 원 매출 내고 영업이익 1조 원가량 냈을 텐데 거기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원래 계획보다 다소 급하게 전국 투자를 밀어붙이고 있다”라며 “특히 알리는 K-Venue(케이베뉴)를 론칭했기 때문에 통관 이슈와 상관없이 국내에서 매출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의 투자 계획이 공개되자마자 알리는 케이베뉴 입점사의 수수료 면제 정책을 내년 6월까지 지속하고 국내 판매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알리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은 한국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3년간 11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이커머스와 달리 쿠팡으로 시키면 배송이 온다는 고객경험을 심어주려는 것 같다”며 “해외에 쿠팡의 비즈니스 모델을 수출해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한 사업 전략인 만큼 국내에서 사업을 전국구로 확대해 지역민들과 공생하고 독점 사업자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라고 했다.
조철휘 회장은 “일본은 2007년부터 인구가 줄면서 산간벽지 거주민들을 도심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인구감소지역이 늘면서 정부가 제대로 케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쿠팡의 쿠세권 확대는 일종의 사회적책임(CSR) 활동을 통해 우리 정부의 고민을 덜어주고 있는 셈인데 C-커머스와 차별화하는 동시에 정부에 잘 보이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쿠팡의 강점은 신선식품에 있다"
구체적으로 쿠팡의 전국 투자 발표는 물류 사각지대 해소뿐만 아니라 로켓프레시를 통한 식품 카테고리 공략 강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의 진출 예정 지역 약 70%는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5세 이상 인구가 대부분이거나 인구 3만 명 미만인 지자체도 적지 않다. 대부분 신선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미비해 ‘식료품 사막’으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온라인 식품 거래액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0조 원을 돌파했다. 올해 1분기에는 11조 5999억 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도서산간 지역에 머무는 소비자들은 3000원 이상의 추가 배송비를 지불하며 열악한 배송 서비스를 감당해야 하는 실정이라 온라인 거래액을 늘리기 쉽지 않다. 월 7890원의 멤버십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는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식료품처럼 반복 소비가 발생하는 영역이 없다. 알리 등은 공산품을 더 저렴하게 제공하기 때문에 경쟁이 쉽지 않다. 쿠팡의 강점은 고기, 생선, 우유, 야채 등 신선식품에 있기 때문에 시장을 수월하게 공략할 수 있다”라며 “신선식품은 돈이 되기 때문에 쿠팡이 지역 시장에서도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의 식자재 마트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 규제 11년 동안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곳이 지역 식자재 마트다. 대형마트의 식품 매출을 뺏어오는 역할을 했는데 쿠팡에서 신선식품 쇼핑하는 지방 주민들이 많아지면 직격탄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익성 동덕여대 평생교육원장 또한 “특화된 시장이고 중소 유통사들이 이쪽에서 그간 상당한 수익을 올렸는데 업이 휘청일 만큼 큰 경쟁자가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은 멤버십 비용이 저렴해서 좋지만 지역의 식자재 마트가 다 죽으면 나중에 쿠팡이 멤버십 비용을 올려도 속수무책이다”라며 “쿠세권이 전국 90%를 장악한다는 건 게임이 달라진다는 것이고 쿠팡 입장에서는 언제든 수익화로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쿠팡 관계자는 “도서산간 지역에 있거나 마트가 아직 없는 신도시들에 로켓배송 시행 이후 한 달에 수천 건 이상 주문이 몰리고 있다. 쿠세권을 늘리면서 지역의 풀필먼트 센터에서도 수백~수천 명의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촘촘한 쿠세권이 지방 고객들의 삶의 질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거주환경의 매력도를 높여 지방 인구소멸을 막는 핵심 필수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