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피해사례 배제, 대북송금 사건 대책 집중키로…이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 목소리 높아
#사건조작 피해사례 수집 제안에 회의적 반응
6월 12일 검찰은 이재명 대표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북한에 건넨 800만 달러를 이재명 대표의 제3자 뇌물죄 근거로 본다. 이 대표가 돈 송금 과정 등을 이화영 전 부지사를 통해 충분히 인지하고 관여했다는 게 검찰 측 입장이다. 이는 앞서 6월 7일 이 전 부지사 1심 재판부가 판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관련기사 4개의 공판시계 돈다…새로운 국면 접어든 이재명 사법리스크).
6월 12일 대책단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9차 회의를 비공개로 열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대응책을 논의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이화영 전 지사의 1심 판결문 분석, 국회 정무위가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쌍방울 주가조작’ 관련 근거 기록 확인 요청 검토 등이 주요 안건으로 올라왔다.
이화영 전 부지사 부인 백정화 씨, 이 전 부지사 법률대리인인 김광민 변호사에게 대책단 기자회견 참석 요청을 할지도 논의됐다. 기자회견은 대북송금 사건 핵심 증인이자 공범인 안부수 아태협 회장이 쌍방울 측으로부터 매수당해 재판 증언을 번복했다는 의혹을 골자로 한다.
검찰의 사건조작 피해사례 발표 간담회 개최 추진 여부도 안건으로 논의됐으나 묵살당했다고 한다. 한 초선 의원이 “대북송금 사건만 대응하면 이재명 대표 얘기만 나오게 된다. 일반 시민들의 피해사례를 들어보기 위해 간담회를 개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사건 조작 피해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국민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국민 눈높이에서 신경 쓰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지 않나”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초선 의원은 일요신문에 “검찰한테 피해를 입은 국민들도 많다. 그분들이 자기들 이야기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도 있다”며 “아직 간담회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제가 주로 맡아서 추진해보고자 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시민 피해사례 발표 간담회에 대해 회의 참석자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다른 의원들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 이재명 대표와 연관돼 있는지를 살펴보고 검찰의 정치적 기소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것이 대책단 출범 목적이다. 시민 피해사례는 포함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대북송금 사건만 논의해도 될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고 한다.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내건 대책단의 활동이 ‘이재명 구하기’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을 대표해 국가 이익, 국민 복리 등을 위해 일해야 한다. 그런데 대책단은 이재명 대표의 사적인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해서만 일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책단 소속 의원들은 넓게 보면 직무태만이자 직무유기를 하고 있고, 국회의원을 사적으로 쓰고 있는 이재명 대표는 직권남용을 한 것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대책단, 이재명 재판 논리 구축
대책단 9차 회의에선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문에 3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첫째, 쌍방울이 2019년 1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작성한 대북 사업 협약서, 쌍방울 IR 자료, 국정원 문건 등에 대북송금 800만 달러가 이재명 대표를 위한 대납비용이 아니라는 점을 가리키고 있다는 게 대책단 주장이다. 그런데 이 전 부지사 1심 재판부가 대납비용이라 쓸 수 없으니 사업비라고 허위로 쓴 것이라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당시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남북 관계가 경색됐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방북을 추진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이화영 전 부지사 변호인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옹호했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서 이재명 지사가 포함되지 않아 대북송금을 통해 방북을 추진했다는 법원 결정을 꼬집었다.
세 번째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전문 증거밖에 없는 판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사자 사망’ 등의 특수한 상황에서만 전문 증거가 인정된다는 게 대책단 주장이다. 또 국정원 문건, 김성태 전 회장 진술 번복 등으로 전문 증거의 신빙성 떨어짐에도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된 점을 문제 제기했다. 이는 이재명 대표 변호인 측이 내세우고 있는 논리로, 대책단이 이 대표 개인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6월 17일 대책단은 안부수 회장과 김성태 전 회장을 각각 모해 위증·모해 위증 교사 혐의로 고발했다. 취재 결과, 9차 회의 과정에서 “고발 자체를 신중히 해야 한다. 법적 검토 중이란 메시지만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또 고발장 제출일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책단은 회의 5일 만에 속전속결로 고발장을 제출한 셈이다.
이러한 대책단 행보는 민주당이 이화영 전 부지사의 1심 판결 이후 전방위적으로 사법부를 압박하는 것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민주당은 대북송금 관련 검찰조작 특별검사법을 비롯해 △표적 수사 금지법 △피의사실 공표 금지법 △독직협박 금지법 △검사 기피신청법 △수사기관 무고죄 등 이른바 ‘이재명 방탄법’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앞세웠지만 비판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은 6월 14일 열린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 전 부지사 1심 재판부와 검찰을 일제히 공격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국회를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한 로펌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혹시 초조해서? 이재명 ‘애완견’ 발언 후폭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론을 향해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6월 14일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재판에 출석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희대의 조작 사건으로 결국은 밝혀질 것”이라며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 발언을 두둔하고 나서며 논란을 키웠다. 6월 16일 양문석 민주당 의원은 SNS에 “기레기(기자+쓰레기)라고 말하지 왜 그렇게 격조 높게 애완견이라고 해서 비난을 받나.‘검찰의 애완견’이라는 표현은 애완견에 대한 모독이다. 앞으로 그냥 기레기라고 하면 좋을 것”이라며 “남을 비난할 때는 자신도 비판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 각오도 없는 검찰 출입 쓰레기들이 기레기가 아닌 애완견이라고 높여줘도 똥오줌을 못 가리고 발작증세를 일으킨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같은 날 언론인 출신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SNS(소셜미디어)에 “학계에서도 권력이 주문하는 대로 받아쓰는 언론을 ‘애완견(랩독)’이라고 부른다. 이는 ‘감시견(워치독)’의 반대 언론을 일컫는 말일 뿐, 무식하지 않고서야 언론비하 혹은 망언이라는 반응이 나올 일이 아니다”라고 이 대표 발언을 옹호했다.
6월 17일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는 언론인을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표현한 이재명 대표 등을 향해 “언론인에 대한 과도한 망언을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가에선 이재명 대표의 입이 거칠어지는 것을 두고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유죄로 초조함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후폭풍이 거세지자, 이 대표는 결국 사과했다. 6월 18일 이 대표는 SNS에 언론인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언론 전체에 대한 비판으로 오해하게 했다면 저의 부족함 탓이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