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후보군 장동혁 김형동 박정훈 등 거론…측근들 ‘이름값’ 떨어져 대세론 의구심
정치권에서는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6월 17~18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당대표로 가장 적합한 인물’ 질문에 한동훈 전 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각각 28.8%와 28.7%로 각축을 벌였다. 원희룡 전 장관 8.1%, 나경원 의원 6.3%로 뒤를 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375명)만 보면 한 전 위원장은 절반이 넘는 56.3%를 기록했다. 원 전 장관은 13.3%, 유 전 의원 9.0%, 나 의원 8.1%에 불과했다. 전대 경선룰이 ‘당원 80%·일반 20%’로 정해진 상황에서, 여당 지지층에 압도적 지지를 받는 한 전 위원장이 유리한 상황인 셈이다(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6월 23일 출마를 선언하는 한 전 위원장의 최대 리스크 중 하나는 친윤계에 퍼져 있는 반 한동훈 분위기다. 한 전 위원장이 출마를 앞두고 의원들과 개별 접촉하며 세를 늘리려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은 전대에서 함께 뛸 최고위원 ‘러닝메이트’ 찾기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전대에서 최고위원은 일반 위원 4명과 45세 이하 청년위원 1명을 선출한다.
당 최고위원회는 당대표를 포함해 9명 위원으로 꾸려진다. 추경호 원내대표와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당연직 위원으로 들어가는데, 두 사람은 ‘친윤계’로 분류된다. 당대표가 안정적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본인과 지명직 최고위원 1명 외 선출직 최고위원 3명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현 당헌·당규상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다. 따라서 선출직 최고위원 2명 이상을 우군으로 확보해야 지도부 유지가 가능하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의원이 여당 당대표를 할 때도 최고위원들이 줄사퇴하면서 결국 당대표 사퇴 수순을 겪은 바 있다.
야권 관계자는 “친윤계에서는 전대 출마 선언 전부터 한동훈 전 위원장을 견제하고 있다. ‘어대한’으로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당대표가 된 이후에도 지도부 흔들기를 계속 할 것이다. 이준석 지도부 붕괴 사례를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며 “한 전 위원장 입장에서도 ‘이준석 엔딩’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본인의 선출도 중요하지만 ‘친한계’ 후보의 최고위원 당선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 위원장 측에서는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장동혁 김형동 박정하 박정훈 고동진 정성국 한지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청년최고위원으로는 김예지 의원과 구자룡 변호사 등의 이름이 나온다. 대부분 한동훈 비대위에서 활동했거나 총선 인재영입 인사들이다. 장동혁 김형동 의원은 초선이었지만 한동훈 비대위에서 각각 사무총장과 비서실장을 맡았다. 김예지 한지아 의원, 구자룡 변호사는 비대위원을 역임했다.
장동혁 의원은 최고위원 출마가 유력하다. 장 의원은 6월 20일 당 원내수석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앞서 장 의원은 6월 1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 된다 하더라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갈 수 있는 최고위원들이 있어야 지도부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러닝메이트)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아직 결심이 선 것은 아니지만 필요성은 느끼고 있다. 당의 쇄신과 안정적인 지도부 구성을 위해 역할이 필요하다면 마다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한 전 위원장 인재영입 1호인 박상수 인천 서구갑 당협위원장은 공개적으로 최고위원 출마를 고사했다. 그는 6월 16일 자신의 SNS에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과 동지는 될 수 있어도 누구의 팬클럽이 될 수는 없다”며 “최고위원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고위원 러닝메이트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의 무게감을 감안하면 한동훈 대세론이 맞느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당대표 선출이 유력하면 캠프에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한동훈 전 위원장 주변 측근들을 보면 재선이거나 초선 의원, 원외인사들이 대다수다. 대세론 치고는 측근들 이름값이 너무 떨어진다”며 “산전수전 다 겪은 중진 정치인들이 보기에 한 전 위원장은 결국 전대 과정에 꺾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친한계’의 최고위원 선출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 중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 어디 있느냐. 몇 명이나 지도부에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한 전 위원장이 친윤계나 계파색이 옅은 인물을 영입해 외연확장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선의 배현진 의원, 대통령실 출신으로 함께 검찰에 몸담았던 주진우 의원 등이 꼽혔다. 당 안팎에서는 영남 출신 중진 의원 등 20여 명이 한 전 위원장을 돕기 위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 측이 대세론을 만들기 위한 부풀리기라는 반론도 있다. 국민의힘 한 고위 인사는 “윤 대통령이 이미 레임덕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취임 3년 차 대통령이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현역 의원 다수가 반윤으로 구분되는 한 전 위원장의 손을 들어주긴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개혁성향 한 초선 의원에 러닝메이트를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는 말도 전해졌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