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회 감독-선수 시절 이후 인연 이어와…강정호 아카데미서 스윙 메커니즘 바꿔
6월 21일 전화가 연결된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전 감독은 전날 손아섭의 최다 안타 신기록 달성 관련해서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손아섭은 신기록 달성 후 인터뷰에서 그동안 자신을 이끌어준 고마운 지도자들에 대해 언급하다 허 전 감독을 떠올리고 “야구적인 생각을 새롭게 바꿀 수 있게 도와주셨던 분”이라며 감사함을 드러냈다. 허 전 감독은 손아섭의 인터뷰를 전해 듣고 “정말 고마웠다”고 말한다.
“내가 롯데 감독을 맡을 때 서로 힘든 일들이 많았는데 같이 그 위기를 헤쳐 나갔다. 특히 타격 관련해서 아섭이와 대화를 많이 나눴다. 아섭이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내 야구관을 설명했다. 아섭이는 자신한테 도움이 되는 부분은 정말 잘 받아들였다.”
2021년은 손아섭이 롯데와 4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었다. 손아섭은 2020년부터 2021년 5월까지 비교적 짧은 기간을 허문회 전 감독과 함께했는데 허 전 감독은 손아섭한테 중요했던 2021년 시즌 초반을 떠올렸다.
“좋은 선수, 좋은 기록은 모두가 도와줘야 한다. 기록을 향해 가는 선수가 조금 부진하다고 해서 빼고 출전 기회를 주지 않는 건 야구인다운 행동이 아니다. 당시 아섭이랑 면담을 정말 많이 했다. 그리고 꾸준히 출전 기회를 주려고 노력했다. 이후 내가 팀을 나오게 되면서 아섭이와 더 함께할 수 없었지만 종종 전화 통화로 타격 관련된 대화를 주고받았다.”
허 전 감독은 손아섭이 롯데의 프랜차이즈로 남지 못하고 FA를 통해 NC로 팀을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무척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물론 NC에서 잘돼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손아섭은 롯데 프랜차이즈로 기억돼야 하는 선수였다. KBO리그의 대기록인 3000안타를 달성할 선수이고, 최고의 선수인데 그런 그를 롯데에 잔류시키지 못하고 떠나 보낸 점이 마음 아팠다. 손아섭은 관리만 해주면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달성하고 아름답게 퇴장할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강정호는 21일 전화 통화에서 “손아섭의 대기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2년 전 자신의 아카데미에서 손아섭을 처음 만났을 때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처음엔 (손)아섭이가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몰랐다. 왜 내야 땅볼이 많이 나오는지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영상을 통해 하나씩 문제점을 찾아갔고, 그 결과를 토대로 스윙 매커니즘을 바꿨다. 그 전에는 손목을 많이 써서 앞이 짧아지는 스윙을 했다면 지금은 손목을 최대한 늦게 쓰면서 앞의 면을 넓게 활용한다.”
지난 시즌의 경우 강정호는 매 경기마다 손아섭에게 피드백을 전했다고 말한다. 시차 때문에 실시간으로 경기를 시청하긴 어렵지만 하이라이트 영상과 기록을 분석해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한 것이다.
“아무리 프로 선수라고 해도 옆에서 자꾸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까먹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섭이 뿐만 아니라 나를 찾아왔던 황재균, 김재환, 박세혁 등 한테는 경기 피드백을 주는 편이다.”
강정호는 손아섭의 최다 안타 신기록 달성 관련해서 마치 자신의 일인양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기록을 달성하려면 야구 외적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야구 기술은 40% 정도이고, 휴식과 준비 훈련, 루틴 등이 50% 정도를 차지한다. 손아섭은 그런 점에서 무서울 정도로 치밀한 선수다. 웬만한 정신력으론 이루기 어렵다. 손아섭이니까 이 기록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강정호는 자기 관리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손아섭이야말로 KBO리그의 전무후무한 3000안타 대기록 달성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자신과 함께했던 선수가 안타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