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들, 이재명 대표 향해 “사죄하라” 요구…당내서도 비판 목소리 나와
#“이재명은 민주당 아버지” 발언 논란
6월 23일 성균관유도회 경북도본부 및 영남유림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도대체 영남 남인의 예법 어디에 ‘아버지’ 운운하는 아부의 극치스러움이 있단 말인가? 퇴계 이황의 학풍을 이어받은 영남 양반 인사 예법 어디에 새의 깃털처럼 가벼운 언행이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유림들은 “조선 성리학의 거유인 퇴계 선생이 일평생을 관통해 지켜가고자 했던 겸손과 검소,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했던 삶과 철학이 왜곡 당하고 폄훼 당하는 작금의 정치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탄식했다.
유림들은 “이황 선생은 배운 대로 실천하셨다. 제자와 가족, 여자 종의 사정과 심정까지 헤아리셨다. 자신을 끝없이 낮춤으로써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또 그럼으로써 자기도 완성시키고 다른 사람도 완성시키고자 했다”며 “이럴진데 한 나라 거대 야당의 최고위원이라는 인사가 자신의 가벼운 언행을 덮기 위한 수단으로 퇴계 선생을 앞세우고, 영남 인사 예법을 운운하는 모습에 영남 유림들의 비통함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질책했다.
유림들은 “존경과 인사의 예법은 몇 마디의 혀끝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와야 한다”며 “자신의 정치적 영달을 위해 아부의 극치를 존경의 마음으로 포장하는 처사는 나랏일을 하려는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질책했다. 이어 “강민구 최고위원은 퇴계 학풍을 왜곡하고, 영남 남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조속히 사과하고 매사 언행에 신중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유림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선 “소속 정치인들에게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유학자들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자중시키고, 영남 유림들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6월 19일 강민구 민주당 최고위원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라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명사부일체’에 ‘명비어천가’ 수준”이라며 “‘1인 독재’ 이재명 사당이 된 민주당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자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강 최고위원은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키웠다.
당내에서도 강민구 최고위원 발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6월 20일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약간 요즘 시대에는 조금 적절하지 않지 않나 약간 그런 느낌이 들었다”며 “굳이 이렇게 표현 안 해도 다 알고 있다. 그냥 민주당의 지도자는 이재명이다, 그냥 이렇게 표현하면 되지 누가 아빠, 엄마를 거론하냐”고 말했다.
같은 날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재명은 민주당 아버지’라는 강민구 최고위원 발언에 대해 “무엇이든지 정치권에서는 감정이 과잉되어 있으면 받아들여지는 데 불편함을 초래한다”며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결국 이재명 대표도 강민구 최고위원 발언에 대해 부적절함을 지적하고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6월 21일 천준호 민주당 의원(당대표 비서실장)은 유튜브 채널 CBS ‘2시 라이브’에서 강민구 최고위원 발언에 대해 “이재명 대표도 불편해했다”며 “국민이 공감하지 못할 그런 표현을 쓰지 않도록 지나친 표현은 좀 자제하도록 좀 잘 말려달라는 취지로 저한테 얘기했다”고 전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