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쪽은 ‘고요’ 위쪽은 ‘폭풍전야’
▲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왼쪽)이 내년 1월 차기 협회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서 ‘친조중연파’로 분류되는 최강희 국가대표팀 감독(오른쪽)의 거취 문제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 평온함 속 불안감?
그냥 평온하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는 얘기다. 물론 ‘태풍전야’가 될 수도, 어쩌면 계속 조용할 수도 있다. 결정된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쉬이 가늠하기 어렵다. 지극히 일부 ‘권력 지향적’ 직원들 몇몇 정도가 차기 회장 판도에 대해 다소 관심을 갖고 있을 뿐, 대부분 직원들은 본업에 충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해 차기 회장까지 신경을 둘 여력이나 여유가 없다.
▲ 정몽준 명예회장 |
오히려 실무자들은 올해 연말 예정된 축구협회 내부 인사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한다. 12월 중 개최될 차기 인사위원회에 따라 조직 개편이 이뤄지고, 직속 상관이 결정되기에 일반 직원들은 여기에 더욱 안테나를 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조 회장이 ‘전임’이란 타이틀을 달기 전, 사실상 마지막으로 행할 수 있는 인사권이라 흥미는 더욱 크다. 여기에 회장 선거 투표권을 가질 대의원(각 시도축구협회장 및 축구협회 산하 연맹 단체장) 선거도 12월에 열릴 예정이라 굳이 회장 선거 말고도 관심을 가질 만한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축구협회 관계자도 “사실 누가 (차기 회장에) 당선되더라도 상관없다.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갖췄고, 비전이 뚜렷하면 된다. 지금처럼 돈도 많이 쓰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욕만 먹는 고루한 조직이 되지 않도록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면 누구라도 환영할 수 있다는 동료들이 많다”고 뼈 있는 한마디를 했다.
현재 축구협회의 직원들은 모두 100여 명. 이는 상근, 비상근, 계약직, 비정규직까지 모두 포함한 숫자다. 그 중 축구협회 정규직 직원들은 대개 공채와 특채 출신이기 때문에 차기 회장과 집행부의 인사에서 자유롭다. 굳이 회장 선거에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된다. 축구협회 노동조합에도 70여 명이 가입돼 있어 말단 직원들은 대개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차기 회장과 그와 함께 딸려올 식구들(차기 집행부)의 타깃도 일반 직원들이 아닌 그 윗선이다. 실무 담당자들은 차기 집행부와 업무 준비 및 일처리 과정에서 약간의 혼선이 빚어질지언정, 직접적인 인사 관련 영향권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정 명예회장과 함께 했던 현대가(家) 출신 직원들도 현재 축구협회에 전혀 남아있지 않다. 이례적으로 딱 한 명(차장급)이 현대에서 퇴사하고 축구협회에 다시 입사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의 신분은 당연히 현대중공업 파견 직원이 아닌, 정식 사원이다.
# 임원들은 편안할까?
그와 반대로 일반 직원들이 아닌, 임원들을 대상으로 본다면 기류는 크게 달라진다.
원체 ‘라인(줄)’에 민감한 데다 누가 회장으로 당선되느냐에 따라 자신의 위치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 내 말단 직원들과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에게는 피부로 와 닿는 게 거의 없지만 ‘자리’가 걸린 임원들한테는 변화가 사뭇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현재 임원 타이틀을 가진 축구계 인사들은 대개 조 회장의 신임 속에 활동해온 축구인들이다. 그런 만큼 당연히 자신의 주군과 운명을 함께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한 핵심 인사는 “내가 어떻게 될지 알고 있다. 지금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도 잘 알고 있다”며 마음의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했다.
그래도 변수는 있다. 흔히 축구계 여당으로 구분되는 정 명예회장이 미는 쪽에서 차기 회장이 나오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일부 인사들은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야권에서 당선자가 나오면 이들의 입장은 곤란해진다. 여느 기업처럼 험한 꼴을 당하기 전에 스스로 옷 벗는 걸 진지하게 고려 중인 임원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은 아니다. 사실 축구계가 뚜렷하게 여당과 야당으로 양분된 게 아니다. 축구협회 내부에도 중간자적 입장을 취한 노선도 있고, 여야 어느 쪽이라고 보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노선도 있다. 특히 조 회장과 그를 따르던 측근들이 요 근래 처한 상황은 다소 난해한 편.
16년 동안 한국 축구를 좌지우지했던 정 명예회장과 최근 4년 수장 역할을 해온 조 회장 사이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얘기가 많다. 정 명예회장은 표면적으로는 축구협회 수장이 아니지만 조 회장의 임기 동안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당연히 둘의 생각 역시 많이 다르다는 게 정설로 굳어져 있다.
정 명예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밀어주는 인사와 조 회장이 염두에 둔 후보가 다르고, 조 회장이 작년 말부터 터진 불미스러운 사태들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권 도전의 꿈을 포기하지 않을 때 정 명예회장이 큰 불만을 표했다는 소문도 있다. 물론 조 회장 역시 사사건건 간섭하고, 끝까지 축구계를 쥐락펴락하려는 정 명예회장에게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결국 지금껏 드러난 상황만 놓고 보면 조 회장이 여당인지, 야당인지…. 더불어 정 명예회장의 정확한 포지션이 어디인지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한술 더 떠 국가대표팀의 사령탑인 최강희 감독은 조 회장이 불러들인 ‘친 조중연’ 파로 구분되고, 축구협회 김주성 사무총장은 조 회장과 정 명예회장 모두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인사다. 축구협회 부회장단도 조 회장과 보다 가까운 측근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인물들도 있다.
윗물로 가면 갈수록 복잡해지는 축구협회의 권력 구조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