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입자에 사기 매물 넘기려다 계약 무르자 좌절…사기미수 가능성 제기 한편 ‘제도가 더 큰 문제’ 지적도
#초대형 유튜버의 ‘폭탄 돌리기’?
달씨는 대학생활과 영어회화를 주제로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영어 표현을 알려준다며 올린 영상이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등에 숏폼 형태로 공유되면서 큰 인기를 얻게 됐다. 달씨의 인기는 연예계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팔로하고 뉴진스(NewJeans) 민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달씨의 콘텐츠를 보고 있다”고 밝혀 화제를 모은 적 있다.
초대형 유튜버로 거듭난 달씨는 6월 22일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신이 거주 중이었던 집이 전세사기를 당한 것을 알아채고 집주인과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결국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자 직접 세입자를 구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해당 영상에서 달씨는 당시 “반경 5km 내에 모든 부동산에 갔다”고 언급하면서 ‘내 집은 내가 광고한다’는 자막을 사용하기도 했다.
달씨는 “계약하겠다는 세입자가 나타나는 순간 계약서를 쓰는 날까지 1분 1초가 고통이었다. 그 사람이 마음을 바꿀까 봐”라고 말했다. 이어 “집주인의 국세 체납기록을 떼보는 게 요즘 의무다. 세입자가 확인한 뒤 계약을 무르고 갔다”며 “나의 유일한 희망, 파랑새였던 그 분이 가셨다”고 했다. 결국 그는 대출을 받아 전세사기 주택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이 올라가자 다수의 누리꾼은 “조금 황당한 게 다음 세입자에게 전세 주고 넘기려고 한 거는 그냥 폭탄 넘기기 아닌가. 이미 체납 들어간 사람의 집이어서 차후에 경매 들어갈 게 확실한 매물인데” “자기가 사기당한 집을 다른 사람한테 그냥 팔려고 했던 게 진짜 소름 돋는다. 그 사람한테 전세사기라고 말도 안 했을 것 아니냐. 많이 실망이다” 등의 지적을 쏟아냈다. 자신이 전세사기 피해자라고 밝힌 누리꾼은 “사기 당해도 떠넘기지는 않는다. 잘못된 일이니까”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달씨는 해당 영상을 삭제한 뒤 6월 23일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제 의도는 결코 폭탄 돌리기와 같은 무책임한 행동이 아니었다. 주변 분들이 다음 세입자를 구해보는 것도 방법이라 하여 그게 맞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구독자분들의 댓글을 읽어 보니 이 부분이 크게 잘못된 부분이라 인지하게 됐다. 제가 무지했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라며 사과했다.
아울러 “제가 처음 한 판단이 마냥 옳다고 할 수 없단 것을 이제는 저도 알게 됐다. 다만 그때는 저도 잘 몰랐던 상태에서 부동산에서 하는 말을 따랐던 것이며 다행히도 가까운 변호사의 조언을 구할 수 있었던 덕분에 다른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고 제 선에서 피해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달씨는 ‘폭탄 돌리기’ 의혹에 대해 “처음에는 임대인과 공인중개사의 말대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인 줄 알았다. 시가가 보증금을 포함한 담보가액보다 낮고, 보증보험도 가입이 안 된다는 점을 사실대로 말씀드렸다”며 “일부 의견처럼 ‘폭탄 돌리기’였다면, 제가 계약에 불리한 부분은 숨겼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누리꾼들은 “영상에서는 집주인의 체납 기록을 떼보는 게 의무라 아깝게 떠나갔다는 식으로 말했으면서 해명문에서는 본인이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결단하셨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니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현직 공인중개사인데 부동산에서 다른 임차인 구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나. 설마 그럴 리가”라며 의문을 드러내기도 했다.
해명문에서 드러난 태도를 두고도 후폭풍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달씨는 삭제된 영상에서 세입자가 계약을 무를까 봐 조마조마했던 사실, 계약이 취소된 사실을 알았을 때 망연자실했던 사실을 표현해, 해명문의 입장문과 대비되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두고 달씨가 본인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급하게 수습하기 위해 해명문을 올린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한 누리꾼은 “처음부터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한 목적이었는지 의심된다. 반성보다는 기싸움에 가깝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홍진현 법무법인 청림 변호사는 “일반적인 형태의 전세사기는 집주인인 임대인이 돌려줄 의사나 능력 없이 전세보증금을 편취하는 형태인데, 이 사건의 경우는 임대인이 아닌 현재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후순위 임차인에게 전세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경우라서 통상적인 형태의 전세사기와는 다소 구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홍진현 변호사는 “달씨의 유튜브 영상 내용에 의하면, 적극적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전셋집을 홍보하였다는 내용이 확인됐다. 결국 새로운 임차인이 ‘집주인의 체납기록을 떼어보고 계약을 물렀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만약 달씨가 집주인의 체납기록 등 전세계약에 불리한 사정을 알고도 이를 고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전셋집을 홍보한 것이라면 달씨의 행위는 사기미수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달씨의 SNS 등을 통해 ‘집주인의 체납기록 등을 고지했는지’ ‘추가적인 입장이 있는지’ 등을 질의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개인 책임? “사회 재난으로 봐야”
한편 전세사기 피해가 장기화하면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최근에도 서울 신촌 대학가 일대에서 100억 원대의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6월 23일 오전 ‘신촌·구로·병점 100억 원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과 다가구·불법건축물 사각지대 문제 해결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정부는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상습적으로 보증금 채무를 반환하지 않은 임대인의 이름과 나이, 주소,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 채무 불이행 기간 등을 공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임대인 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수시로 열어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를 늘리고, 법 시행 이전에 전세금을 떼어먹은 임대인까지 소급 적용해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임대차 계약 전에 임차 주택의 권리관계뿐만 아니라 집주인의 금융·신용 정보를 확인해 안심하고 집을 계약할 수 있도록 하는 ‘클린 임대인’ 제도를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전세사기 피해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적 시선이 팽배한 실정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전세 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해자들이 부주의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5월 13일 전세사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예전에는 전세를 얻는 젊은 분들의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가 최근 공개적으로 사과한 바 있다.
안상미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국토부 장관의 발언은 피해자의 잘못이라는 인식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가 전세사기 문제를 사회 재난으로 인식하고, 무자본 갭투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는 데 힘썼으면 한다. 현재 나오고 있는 대책은 대부분 피해자에게 정보를 더 제공하는 것인데, 아무리 많이 알고 있어도 당하는 게 전세사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안상미 위원장은 “대부분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기 싫어 고스란히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이들은 사기 매물을 안심 전세로 전환하거나 중요 정보를 고지하지 않은 채 다른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방법을 제안 받지만 폭탄돌리기라고 생각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서 “달씨의 경우 전세사기를 피해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다른 세입자를 구하겠다고 결정한 것 같다. 흔치 않은 경우고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 있겠지만, 결국 제도와 환경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