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수 땐 구체적 판단 안 해, 이화영 땐 “주가부양 목적 아니다”…검찰, 이화영 1심 근거로 이재명 기소
법조계에선 이 대표가 대북송금을 지시하고 보고받았는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본다. 이 대표는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과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문을 거론하며 법원이 다른 잣대로 판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지적하지 않는 언론을 ‘애완견’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일요신문은 이 대표 공소장, 안 회장과 이 전 부지사 1심 판결문을 입수해 비교 분석했다.
#이화영 안부수 1심 판결문 보니
6월 14일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재판에 출석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안부수 회장에 대한 판결에서 북한 송금 800만 달러가 ‘쌍방울 주가 부양을 위한 대북사업의 대가’라고 판시했다. 그런데 같은 법원이 이화영 사건에는 ‘이재명과 경기도를 위한 송금’이라고 판결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 주장처럼 안부수 회장 1심 판결문 기초사실엔 쌍방울 대북송금 추진 배경으로 주가 부양이 언급된다. 기초사실은 재판부가 검찰과 피고인이 각각 제출한 주장 및 근거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확정한 것이다. 안부수 1심 판결문 기초사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시됐다.
“안부수는 평소 대북사업에 우선적 참여 기회라는 이권뿐만 아니라 계열사가 대북 관련 테마주·수혜주로서 주가 상승의 이익을 노리던 쌍방울그룹의 김성태 전 회장, 방용철 전 부회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아태협과 경기도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기간 중 김성태, 방용철을 송명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부실장 등 북한 주요 인사들에게 연결해줬다. 안부수, 김성태, 방용철 등은 향후 북한으로부터 쌍방울그룹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될 만한 사업에 대해 우선적 협상권을 확보하기 위해 김성태가 마련한 자금을 다양한 방법으로 밀반출한 다음 조선노동당이나 그 산하기관인 조선아태위 및 소속 주요 간부들에게 대북사업 로비 자금 또는 이행보증금 등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안부수 1심 재판부는 대북송금 동기로 언급된 ‘주가 부양’을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안부수 회장이 2018~2019년 북한 조선노동당에 총 21만 5040달러 및 180만 위안을 두 차례에 걸쳐 건넨 혐의 등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안 회장의 대북송금 동기에 대해선 “대북 중개업자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북한 관련 사업에 대해 협조를 구하는 것에 대한 대가”라고 했다. 안 회장이 김성태 전 회장, 방용철 전 부회장과 공모해서 대북송금 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안부수 1심 판결문 기초사실엔 2018년 12월 말 중국 단동에서 김성태 전 회장이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를 대납하겠다고 한 내용도 나온다. 조선아태위와 쌍방울 간 합의일 뿐 경기도나 이재명 대표 관련성은 나오지 않는다. 재판부 역시 이 부분을 판단하지 않았다. 안부수 회장은 1심 재판 때 “경기도와 쌍방울 대북사업은 별개”라고 증언한 바 있다(관련기사 [단독] 안부수 아태협 회장 “경기도와 쌍방울 대북사업은 별개”).
6월 13일 검찰은 2022년 11월 기소된 안부수 회장 공소사실에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 대납 경위 등 경기도 관련성이 기재되지 않았던 것에 대해 “당시는 김성태가 체포(2023년 1월)되기 전이어서 대북송금 경위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후 강제송환된 김성태의 조사와 추가증거 확보를 통해 이화영 피고인과 경기도의 관련성 등 진상이 확인됐고, 이에 안부수의 항소심 재판에서도 이화영과 경기도의 대북송금 관련성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검찰이 지난해 10월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였고, 재판부도 이를 허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문 기초사실에서도 주가 부양 내용이 담겨 있다. 판결문에는 “쌍방울 대북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계열사인 나노스 주가는 2018년 4월부터 3배 이상 급등하며 코스닥 시가총액 33위에서 3위까지 올라섰다. 2019년 1월 21일 9140원 등 고가를 이어가며 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쌍방울은 안부수, 이화영을 통해 북한과의 경제협력사업에 우선적 참여 기회라는 이권뿐만 아니라, 계열사가 대북 관련 테마주·수혜주로서 주가 상승의 이익을 얻게 됐다”고 적시됐다.
다만, 재판부는 주가 부양을 위해 대북송금을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전 부지사 1심 판결문에는 “김성태가 본격적인 대북사업을 추진하게 된 시점은 2018년 12월 이후다. 만약 2018년 4월 주가 상승을 경험한 김성태가 그러한 이유로 대북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다면 주가 상승을 경험한 2018년 4월경 무렵 혹은 그 이후 가까운 시점에 대북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검토나 준비를 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2018년 12월까지 그러한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화영 전 부지사로부터 스마트팜 비용 대납 관련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함으로써 대북사업을 비로소 추진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쌍방울이 주가 조작과 자체 대북사업을 위해 나노스 IR리포트에 적힌 대로 계약금 500만 달러를 지급한 것이라는 이화영 전 부지사 주장도 배척했다. 1심 판결문에는 “쌍방울이 북한에 사업권 대가로 계약금을 지급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CEO가 오로지 주가 상승을 위해 해외 투자자들을 기망해 1억 달러 상당의 돈을 유치하려는 무모한 시도를 했다는 것인데, 경험칙상 받아들일 여지가 없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쌍방울그룹이 이화영 전 부지사 청탁을 받아 스마트팜 사업비, 이재명 대표 방북 비용 등 총 800만 달러를 대납했다고 판결했다. 앞서 안부수 1심 재판과 달리 검찰은 ‘이화영-안부수-쌍방울그룹-북한’ 연결고리를 찾아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전말을 구체적으로 밝힌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6월 12일 검찰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김성태 전 회장이 북한에 건넨 800만 달러를 이 대표를 위한 제3자 뇌물로 본 것이다.
#이재명 공소장에 무슨 내용 담겼나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2018년 경기도지사 취임 직후 매월 간부회의나 티타임을 정기적으로 열고 중요사항에 대해선 누락 없이 경기지사에게 사전 보고할 수 있도록 보고 체계를 세웠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실·국장 전결 사항 중 일상적 반복적 업무를 제외한 도시사가 알아야 하는 사항, 대외로 시행되는 사항, 내부 의사 결정 사항 등 중요사항에 대해서는 도지사에게 사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으로 평화에 대한 열망이 고조되고 있던 당시 상황을 경기도의 대북정책 추진 배경으로 꼽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율은 제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83%까지 급등했다. 이재명 지사는 취임 이후 대북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평화부지사 및 평화협력국을 신설했다. 이재명 선거 캠프 비서실장이었던 이화영 전 의원이 평화부지사에 발탁됐다. 남북교류협력기금도 126억 원에서 346억 원으로 2.5배 이상 늘렸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화영 전 부지사는 2018년 9월 안부수 회장을 통해 ‘북한이 중국 단동에 있는 묘목 지원과 황해도 농장 지원(스마트팜)을 원한다’는 사실을 듣자 “좋다. 바로 진행하자”는 취지로 승낙했다. 이후 이재명 도지사가 2018년 9월 10일경 티타임에서 관련 부서에 양묘장 사업을 예시로 들며 남북교류협력사업 관련해서 실현 가능한 사업을 먼저 선정해 집중적으로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또한 공소장엔 이화영 전 부지사가 2018년 10월 2~3일 중국 심양에서 안부수 회장과 함께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을 만나 스마트팜 지원사업 등을 포함한 6개 협의 사항을 합의했다고도 적시됐다. 2018년 10월 4~6일 이 전 부지사는 구체적인 합의문 작성을 위해 1차 방북을 했다. 이 전 부지사는 1차 방북 당시 김성혜 조선아태위 실장한테 스마트팜 사업비로 500만 달러 상당의 지원을 약속했다.
검찰은 이재명 지사가 이 같은 대북사업 진행 상황을 보고받은 뒤 보도자료, 트위터 등을 통해 대북사업을 홍보한 것도 근거로 삼았다. 2018년 10월 2일 경기도는 “이화영 부지사의 이번 방북은 이재명 도지사 뜻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재명 지사는 같은 날 트위터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남북교류협력사업부터 시작하겠다”는 글을 게시하는 등 6개항 합의가 ‘이재명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1차 방북 이후에도 기자회견, 트위터 등을 통해 대북사업을 홍보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2018년 10월 20~23일 2차 방북을 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국빈 영접 시설로 사용되는 초대소에서 김영철 조선아태위 위원장을 만나 황해도 스마트팜 사업, 양묘장 사업, 묘목 지원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한다. 이때도 스마트팜을 위해 500만 달러 상당을 지원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고 공소장에 적시됐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2차 방북 이후 이재명 지사는 2018년 10월 25일 ‘경기도, 8년 만에 재개된 남북교류협력 사업 본격화’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했다. 북한 측 관계자가 방문해 도지사의 방북 일정을 논의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 지사는 트위터에도 “이화영 평화부지사님 수고하셨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경제 번영을 이뤄나가는 길에 경기도가 함께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경기도는 대북 제재 때문에 북한에 스마트팜 지원을 해줄 수가 없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스마트팜 지원 문제를 이행하지 못하면, 경기도 대북사업 및 이재명 지사 방북이 무산될 것을 우려했다. 이에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회장에게 2018년 10월 하순경부터 11월경까지 500만 달러를 대납해달라고 요구한 정황이 공소장에 적시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김 전 회장에게 “쌍방울 내의 1000만 달러어치를 중국에 판매해 그중 500만 달러를 북한에 지급해주면 안 되겠느냐. 대납해주면 북한 최고위층들과 연결돼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와 함께하는 대북사업만 하더라도 크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납해주면 경기도나 이재명 지사가 그것을 잊겠느냐”라는 취지로 말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성태 전 회장은 북한에 스마트팜 지원 500만 달러를 대납해달라는 이화영 전 부지사 청탁을 수락했다. 500만 달러 대납 시기 및 방법도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다. 그 대가로 경기도가 북한을 상대로 쌍방울 대북사업 보증, 향후 경기도 대북사업에서 우선적 사업 기회 부여 등 대북사업 공동 추진, 남북교류협력기금 지원 등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한다. 이 같은 부정 청탁을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했고, 이 지사가 이를 승인함으로써 상호 공모했다고 공소장에 적시됐다.
검찰은 이화영 전 부지사의 국외출장 계획서와 출장 결과보고서를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 회장의 스마트팜 비용 대납 약속에 따라 ‘북한과 합의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도지사 방북 등을 위한 협의를 위해 중국을 방문하겠다. 북한 측 경제특구 등에 도내 중소기업 진출 방안도 모색하겠다’라는 내용을 담은 국외출장 계획을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 이 대표는 도내 중소기업이 쌍방울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를 승인했다고 적시됐다.
김성태 전 회장, 이화영 전 부지사, 북측 인사들은 2019년 1월 17일 중국 심양에서 1차 대북사업 협약서를 작성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날 협약서를 체결한 뒤 진행된 만찬에서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지사에게 전화해 김 전 회장을 바꿔줬고, 이 지사가 김 전 회장에게 “회장님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전 회장이 “북한과 사업을 잘해보겠다”고 말하자 이 지사는 “좋은 일 해줘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이화영 전 부지사는 ‘중국 심양 출장에서 쌍방울 관계자와 북한 측 인사를 만나 황해도 스마트팜 사업 및 농림복합형 시범마을 등 남북교류협력사업, 도지사가 기업고찰단의 방북에 동행하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을 담은 국외 출장 결과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이 전 부지사와 김성태 전 회장, 안부수 회장,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 등이 함께 술을 마시며 찍은 사진도 첨부됐다.
검찰은 쌍방울이 이재명 지사 방북 비용도 냈다고 본다. 공소장에 따르면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합의 결렬로 남북관계 경색된 이후에도 이재명 지사는 도지사 방북을 적극 추진하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이 지사는 2019년 5월 공직선거법 위반 등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에 곧바로 방북 초청 요청을 공식화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2019년 5월부터 6월까지 김성태 전 회장에게 ‘도지사와 함께 방북해 협약식 내용 공개하면 쌍방울은 무조건 30대 재벌이 된다’라는 취지로 방북비용 대납을 요구했다고 공소장에 적시됐다. 이후 방용철 전 부회장이 중국에 가서 북한 측 인사와 수차례 만나 협상한 끝에 도지사 방북 의전비용을 300만 달러로 합의했다고 한다. 300만 달러 대납 시기 및 방법도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다.
2019년 7월 2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재명 지사에게 전화해 김성태 전 회장을 바꿔준 정황도 공소장에 적시됐다. 김 전 회장이 “북한 사람들 초대해서 행사를 잘 치르겠다. 저 역시도 같이 방북을 추진하겠다”고 말하자, 이 지사가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날은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 중 70만 달러가 대납된 날이라고 적시됐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