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누명 피해자 유족, 국가·이근안 상대 소송…“7억 배상”

“국가와 이근안 함께 배상해야”

[일요신문] 이른 '고문 기술자' 이근안 씨의 불법 수사로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 유족에게 국가가 이 씨와 함께 7억 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2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부장판사 손승온)는 지난 14일 고(故) 박남선 씨 유족 등 5명이 각각 대한민국과 이 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이 이 씨와 공동으로 유족 4명에게 총 7억 16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배상책임 비율은 대한민국이 70%, 이씨가 30%다.

재판부는 “국가가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박남선 씨 등은 긴 세월 동안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행복을 박탈당한 채 고통 속에 생활해야 했고 구금 상태가 해소된 이후에도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어 와야 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악랄하고 가혹한 고문을 진행하고 불법 수사를 주도했다”며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이후에 도서를 발간해 다시금 피해자들에게 2차로 정신적 고통을 줬다는 점에서 위법성이 중대하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지난 1965년 서해 함박도에서 조개를 잡다가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나포됐다. 그는 극적으로 탈출했지만 수사기관은 그를 12년이 지난 1977년 간첩 혐의로 불법 체포했다. 당시 수사에 이 씨가 참여했는데 그는 박 씨를 고문해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

이후 박 씨는 왜곡된 증거와 자백을 토대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 실형이 확정됐다. 박 씨는 1985년 만기 출소했으며, 2006년 숨졌다.

박호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