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1조 원 몸값 다소 높다는 지적 나와…홈플러스 “가능성과 효과 검토하는 단계”
#홈플러스 온라인 부문 '의미 있는 지표'
홈플러스는 최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다수의 유통업체들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부문에 관심을 보여 지속성장을 위한 여러 전략적 선택지 중 하나로 매각 가능성과 효과를 검토하는 단계”라면서도 “매각으로 이어진다면 이를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성장성이 검증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전환을 확대하고, 온라인 배송 인프라와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의 온라인 부문은 외형면에서 의미 있는 지표를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가 한국기업평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온라인 매출은 2021년 사업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 9516억 원에서 2022년 사업연도(2022년 3월~2023년 2월) 1조 1206억 원으로 15.08% 증가했다. 홈플러스는 2023년 3월~2023년 11월에도 9255억 원의 온라인 매출을 거뒀다.
문제는 앞으로다. 유통업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이커머스에 대대적인 투자를 집행하는 등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쿠팡, 컬리 등 이커머스 전문 업체들이 약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등도 한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사용자가 온라인에서 제품을 주문하면 인근 점포에서 배송시켜주는 ‘마트직송’ 서비스와 인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에서 1시간 이내에 배송해주는 ‘즉시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홈플러스의 마트직송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가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차별점을 확보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전략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는 경영을 하고 있는 가운데 특별한 전략 없이 섣부르게 경쟁에 뛰어들면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홈플러스 온라인 부문은 2022년 사업연도 14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불안정하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기존 온라인 사업 외에 새로운 사업 모델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은 현재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어떻다고 말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온라인 사업은) 기존의 성과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28개 점포 '메가푸드마켓' 전환
홈플러스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또 다른 부문은 식품 특화 매장인 ‘메가푸드마켓’이다. 2022년 첫 선을 보인 이래 현재까지 전국 28개 홈플러스 점포가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했다. 일각에서는 메가푸드마켓이 오프라인 점포를 유지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식품 부문은 이커머스가 진출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다수의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식품 코너를 늘리고 있어 식품 부문 역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롯데마트는 최근 각 점포마다 식품 코너를 확대하고 있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홈플러스는) 비교적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그로서리(식품) 상품을 확장하는 가운데 비식품 판매구역을 축소시키고 이를 임대매장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할인점, SSM 업체 전반이 비교적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그로서리를 중심으로 사업역량 제고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관련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한 점포의 실적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홈플러스의 적자를 메울 수준까진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2021년 사업연도 1335억 원 △2022년 사업연도 2602억 원 △2023년 사업연도 1994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두는 등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홈플러스에 대해 “제한된 설비투자와 점포 매각 등으로 고객 집객력이 저하된 가운데 식품 위주의 매장구성 변경 등에도 높은 고정비 부담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점포 리뉴얼 성과가 지속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이 성사되면 재정적인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알리가 관심 있다는 소문 돌기도
MBK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가로 8000억~1조 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매출은 2021년 사업연도 1조 631억 원, 2022년 사업연도 1조 203억 원, 2023년 3~11월 7758억 원을 거두는 등 성장이 정체돼 있다. MBK의 매각 희망가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통업계에서는 한때 알리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관심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알리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 한국 시장의 물류 거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알리는 “해당 인수합병 논의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다른 인수 후보로는 SSM을 운영하는 롯데그룹, GS그룹, 신세계그룹이 거론된다. 이들은 각각 롯데슈퍼, GS더프레시,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중 한 곳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 국내 SSM업계 점유율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이들 업체 중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없다.
유통업계에서는 다른 SSM 업체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가능성도 낮게 보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미니스톱 매각가가 3300억 원이었는데 현재 거론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몸값은 편의점과 SSM의 차이를 감안해도 너무 비싸다”라며 “사모펀드인 MBK의 특성상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저렴하게 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각 SSM 업체가 보유한 매장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의 상권이 겹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홈플러스 마트의 시너지 효과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단순히 업계 1위를 위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하기에는 위험 요소가 많다”고 덧붙였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