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시행사와 손잡고 위너스텝 자산 1000억대 투입…공공개발로 가닥 잡히며 와해 “돈도 대부분 증발”
홍콩기업 위너스텝은 권혁 회장 지배구조의 새로운 채널로 추정되고 있다. 기존 공개돼 있던 지배구조에서 일부 재산이 위너스텝 소유로 이전된 내용이 파악됐다. 일요신문은 위너스텝이 구기동 소재 사찰 문수원을 매입한 내막을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단독] 실소유주는 ‘선박왕’ 권혁? 구기동 ‘비밀의 사원’ 문수원의 정체).
취재 결과, 위너스텝은 2021년 한국에 약 1049억 원 규모 자산을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위너스텝이 한국 내 3개 기업 지분을 취득한 시점이기도 하다. 위너스텝이 취득한 국내기업 지분과 관련된 사항은 전자공시시스템에도 명시돼 있다.
2024년 4월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위너스텝은 위너스텝코리아 지분 32%를 보유했다. 위너스텝코리아 나머지 지분 68%는 국내기업 케이엠씨프라퍼티가 보유하고 있다. 위너스텝코리아 사업명목은 부동산 개발 및 투자업이다. 위너스텝코리아는 또 다른 기업 케이엠씨디벨롭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위너스텝과 케이엠씨프라퍼티는 골프장 건설 및 운영사업을 주요 사업목적으로 영위하고 있는 르네상스레저라는 기업 지분도 나눠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르네상스레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위너스텝 지분 40%, 케이엠씨프라퍼티 지분 60%였다.
여기다 위너스텝은 선박조립구조제 및 선박부분구성품 조립을 사업목적으로 영위하는 계성중공업 지분을 50% 갖고 있다. 나머지 50%는 위너스텝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냈던 손 아무개 씨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 H 사가 보유하고 있다.
익명 제보자는 “2021년 위너스텝을 통해 1000억 원 이상 규모 시도그룹 자본이 국내로 들어왔다”면서 “들어온 자본 대부분은 부동산 관련 기업에 들어갔다”고 했다.
일요신문은 위너스텝과 3개 국내기업이 각각 체결한 대출계약서를 단독 입수했다. 2021년 12월 1일 위너스텝은 위너스텝코리아와 800억 원에 대한 대출계약을 체결했다. 2021년 12월 17일엔 르네상스레저에 149억 원 규모 대출계약서가 작성됐다. 이보다 앞선 시점인 2021년 8월엔 위너스텝이 계성중공업에게 100억을 대출해주는 계약서에 도장이 찍혔다. 2021년 8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4달 사이 약 1049억 원 규모 자본이 국내로 유입된 셈이다.
3개 기업에 대한 대출금 1049억 중 949억 원은 위너스텝코리아와 르네상스레저 등 부동산 기업에 투입됐다. 두 기업은 위너스텝과 케이엠씨프라퍼티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두 기업 모두 위너스텝보다 케이엠씨프라퍼티 지분율이 높았다.
케이엠씨프라퍼티는 서울시 강남구에 사무실을 둔 기업이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사명을 변경한 이력이 있었다. 사명 변경 전 법인명은 중원프라퍼티였다. 강남 마지막 노른자로 불리는 구룡마을 개발사업 민간시행사 법인명도 중원이었다. 케이엠씨프라퍼티 법인등기부엔 중원을 이끌던 정 아무개 씨 흔적이 존재했다. 위너스텝과 지분을 나눠가진 케이엠씨프라퍼티는 구룡마을 개발사업 관련 업체였다.
부동산업 관계자는 “정 씨 가족들이 현재 케이엠씨프라퍼티, 르네상스레저 등 기업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로 배치된 것으로 안다”면서 “위너스텝코리아 사내이사 중 한 명도 정 씨 가족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에 따르면 위너스텝코리아는 위너스텝이 구룡마을 개발사업 ‘전주’로 참여해 수익금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으로 전해진다. 다만 지분관계에 있어선 기존 구룡마을 개발사업 시행권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는 정 씨 측(케이엠씨프라퍼티) 비율이 더 높게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 시도그룹 회장 자본이 구룡마을 개발사업에 뛰어든 정황으로 해석된다. 권 회장 핵심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 정 씨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고, 이런 관계가 위너스텝 자본 투입으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2014년 정 씨가 이끌던 시행사 중원은 채무 1690억 원 대위변제를 조건으로 포스코건설에 부동산신탁인수권을 내줬다. 토지 보상에 대한 권리와 막대한 채무를 교환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21년 하반기 위너스텝을 통해 구룡마을 시행사 관련 업체인 케이엠씨프라퍼티와 르네상스레저 등에 대규모 자금이 조달됐다.
그런데 구룡마을 개발사업이 민영개발이 아니라, 공공개발로 가닥이 잡히면서 변수가 발생했다(관련기사 첫삽은 언제쯤…‘마지막 노른자’ 서울 구룡마을 개발 둘러싼 비화들). 그러면서 위너스텝과 케이엠씨프라퍼티의 ‘동맹 체계’도 와해 수순을 밟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두 기업 합작의 핵심 역할을 한 건 위너스텝코리아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손 아무개 씨였다. 손 씨는 국세청 출신으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시도그룹 측 핵심 관계자로 활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손 씨는 위너스텝과 대출계약서를 작성했던 3개 기업에서 대표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그는 위너스텝의 구룡마을 도킹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인물로도 전해진다.
손 씨는 위너스텝, 르네상스레저, 계성중공업 대표이사 직을 연이어 내려놨다. 2022년 12월 르네상스레저 대표이사 직에서 사임했고, 2023년 5월 4일 위너스텝코리아 대표이사 직에서 사임했다.
케이엠씨프라퍼티 지분관계가 얽혀 있지 않은 계성중공업 대표이사로도 재직 중이던 손 씨는 2023년 6월 7일 사임했다. 계성중공업 법인등기부엔 2023년 5월 30일 손 씨가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가처분결정을 통해 직무집행정지 처분을 받았다가 2023년 12월 13일 가처분결정이 취소된 이력이 나와 있다. 가처분결정 취소 이전 손 씨는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고, 해당 내용에 대한 등기는 2024년 1월 4일 등기됐다.
2024년 1월 16일 위너스텝이 지분 50%를 보유한 계성중공업 이사진이 완전히 물갈이됐다. 취재에 따르면 신임 이사진들은 시도그룹 계열사에서 임원으로 활동했던 인물들로 파악되고 있다. 계성중공업 이사진을 교체한 지 8일 뒤인 1월 24일 위너스텝코리아 사무실 소재지가 옮겨졌다(관련기사 [단독] 선박왕 재산 이동 ‘새 브리지’? 홍콩 기업 위너스텝 미스터리).
기존 케이엠씨프라퍼티와 같은 주소를 쓰던 위너스텝코리아는 사무실 주소를 옮겼다. 이 사무실은 시도쉬핑 홍콩 소유다. 위너스텝코리아 주소지 바로 옆 호실에 시도쉬핑 홍콩 한국영업소가 자리 잡고 있다. 앞서의 익명 제보자는 “위너스텝코리아 사무실 이전은 구룡마을 개발사업으로 뭉쳤던 두 기업이 결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도그룹과 구룡마을 시행사가 함께 손을 잡았다가, 모종의 사유로 갈라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프로젝트는 ‘잘못된 만남’이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구룡마을 개발사업 및 골프장 개발사업 일환으로 투입된 자금이 권혁 회장 측 동의 없이 다른 사업에 쓰여 시도그룹과 구룡마을 시행사 사이 갈등이 증폭됐다”면서 “위너스텝이 조달한 자금 대부분이 증발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구룡마을 개발사업 관련 권혁 시도그룹 회장이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두 기업의 ‘잘못된 만남’은 수백억 원대 소송전으로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6월 7일 권혁 시도그룹 회장은 일요신문 통화에서 “우리 회사에 들어와서 사기 친 사람들이 자기들 살려고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시도그룹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권 회장 발언 내용은 구룡마을 개발사업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