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준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징역 3년 구형…“긴급 상황 듣고도 귀가해 잠 청해”
검찰은 15일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 심리로 열린 용산구청 관계자 4명의 재판에서 박 구청장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함께 재판을 받는 최원준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에게는 징역 3년, 유승재 전 용산구 부구청장과 문인환 전 용산구 안전건설교통국장에게는 각각 금고 2년을 구형했다.
이들은 참사 당일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상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지만 제대로 된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절히 운영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 등으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검찰은 박 구청장에 대해 “이번 사고를 막을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 중 하나”라며 “용산구 재난 총괄책임을 지는 장이자 재난예방을 위한 안전관리장이다. 컨트롤타워로서 인파 집중 사고를 예방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가 마무리되고 처음 맞는 핼러윈데이 행사에 인파가 집중될 것이 명백하게 예상됐음에도 그 어떤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재난안전상황실도 적절히 운영되지 않았고 이전까지 민관합동 점검도 하지 않았다.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무런 기능도 하지 않았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따.
최 전 과장에 대해서는 “구청 내에서 안전 재난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부여 받은 현장 책임자이지만 피고인이 자신의 임무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사고 당일 오후 3시부터 음주를 시작해 사고 이후 직원으로부터 긴급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그대로 귀가해 잠을 청했다”고 지적했다.
유 전 부구청장과 문 전 국장에 대해서도 역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구형에 앞서 사망자들의 명복을 빈 뒤 울먹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중 누구 하나라도 법과 상식따라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만 다했더라면 비극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참사 현장 도착 시간 등을 허위로 기재한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도록 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 최 전 과장은 사고 발생 소식을 접하고도 현장 수습을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도 받는다.
박 구청장과 최 전 과장은 2022년 12월 26일 경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됐으나 지난해 6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이들에 대한 선고기일은 오는 9월 30일에 열린다.
한편 앞서 재판부는 지난 2월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 내부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는 이태원 참사 대응과 관련해 기소된 경찰 간부 등 핵심 피고인에 대한 첫 번째 선고였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지난 2월 14일 증거인멸교사·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부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들의 지시를 받고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로 함께 재판받은 곽 아무개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 경위에 대해선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기존 자료 보존 등으로 (이태원 참사)수사에 적극 협조했어야 하나, 정반대로 사고 이전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거나 임의로 파기하고 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범행은 그 자체로도 공무를 망친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고 전국민적인 기대를 저버린 채 경찰의 책임을 축소·은폐함으로써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한 데 대해 책임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박 전 부장에 대해선 “사고 발생 직후부터 사고의 원인이나 책임을 파악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책임 소재가 경찰 조직 내로 향할 것을 크게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비극적이고 불행한 사고의 발생을 기회로 삼아 경찰 조직의 업무 범위를 사고 이전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구성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