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제치고 통산 4회 우승으로 대회 1위
스페인은 지난 15일, 독일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에서 열린 유로 2024 결승전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2-1로 승리,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1-1 동점 상황에서 연장 승부로 가는 듯 했던 경기는 미켈 오야르사발의 경기 막판 결승골로 마무리됐다.
대회 이전,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지는 않았던 스페인이다. 잉글랜드, 프랑스 등이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스페인은 독일, 포르투갈 등과 함께 '2티어' 정도로 꼽혔다.
하지만 뚜껑을 연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인 이들은 독일과 스페인이었다. 잉글랜드와 프랑스는 기대치를 밑도는 모습을 보였다.
스페인은 장기간 자신들이 선보여 온 축구를 여전히 구사했다. 짧은 패스를 기반으로 한 아기자기한 축구였다.
전성기를 보낸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까지 스페인은 이 같은 축구로 세계를 평정했다. 유로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까지 메이저대회에서 3연패를 기록햇다.
이후 신통치 않은 결과를 낼 때 역시 스페인은 유사한 축구를 구사했다. 패스를 통해 상대보다 높은 점유율을 가져갔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결과를 내지 못했다. 2014년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이후 두 대회 연속 16강에 머물렀다. 유로 2016 성적도 16강이었으며 유로 2020에서는 4강에서 멈췄다.
달라진점은 양 측면 공격진이었다. 이번 대회, 스페인은 니코 윌리엄스와 라민 야말로 측면을 구성했다. 각각 2002년과 2007년에 태어난 어린 선수들이었다. 16강에 머문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중용되지 않던 자원이다.
'젊은 날개'를 단 스페인은 날카로움이 배가됐다. 빠른 스피드, 날카로움을 동시에 갖춘 윌리엄스와 야말은 상대 공격진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다수 만들어냈다.
특히 야말의 활약은 놀라웠다. 대회 전경기에 출전하며 1골 4도움을 기록해 포인트 생산력 능력도 증명했다.대회가 끝나고 결정된 대회 베스트 영플레이어상은 자연스레 라말에게로 돌아갔다.
공격에서의 날카로움을 겸비한 스페인은 승승장구했다. 8강에서 또 다른 우승후보 독일을 만나 '사실상의 결승전'을 치렀으나 연장 승부 끝에 4강에 올랐다. 이후 만난 난적 프랑스, 잉글랜드까지 모두 꺾어내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스페인의 선전에는 든든한 후방 지원도 한몫했다. 세계 최고 미더필더로 꼽히는 로드리는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비교적 후방 지역에서 활동하는 자원이지만 이번 대회에선 주요 길목에서 골도 기록했다. 결승전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음에도 대회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베스트 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이에 더해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마저 높이고 있다.
일관된 축구 스타일에 스페인은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하기도 했다. 대회 도중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미드필더 페드리가 부상으로 쓰러졌다. 대체자로 나선 다니 올모는 기존 주전 못지 않은 활약으로 우승에 큰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 포지션마다 경고 누적 등으로 대회 중 결장자가 발생했으나 대체자들의 좋은 활약이 있었다. 꾸준히 일정한 스타일을 선보여 왔기에 어떤 선수가 들어가더라도 일관된 축구를 펼칠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들의 스타일을 고수해 온 스페인은 다시 한 번 유럽 정상에 올랐다. 한 때 세계 무대를 평정했던 그들이 선배들처럼, 현재의 스페인 대표팀이 다시 한 번 정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