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업자 법 사각지대 악용…‘품질검사 확인서’ 비치한 채 하천사업 채취 모래의 흙 세척 않고 판매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아니기에, 내진설계와 품질이 보장된 골재로 아파트 등 건물을 튼튼히 지어야만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콘크리트를 구성하는 골재는 크게 자갈·모래가 주종을 이룬다. 골재의 비중은 60~70%에 달해 콘크리트 품질을 좌우할 정도다. 골재는 골재채취법에 따라 허가를 받아 생산하는 경우와 건설현장 및 하천정비사업에서 발생한 것을 사용하는 경우로 나뉜다.
여기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모래의 안정적인 수급’이라는 명분으로 이뤄지는 후자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채취하는 모래 등은 세척 과정을 거쳐 흙 성분(토분)을 제거하지만, 하천정비사업에서 채취한 모래는 선별기를 사용해 불순물만 거를 뿐 토분은 제거하지 못한다.
합천군 하천정비사업으로 인해 채취된 모래는 골재채취법 별도 규정에 따라 허가 없이 골재로 사용이 가능하다. 공매 절차를 거쳐 골재선별·파쇄업자로 하여금 골재로 생산하도록 해둔 것이다. 이 같은 점을 악용한 골재선별·파쇄업자가 한국골재산업연구원이 발급한 ‘골재 품질검사 확인서’를 비치해두고 흙이 함유된 모래를 세척도 하지 않은 채로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기술표준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토분이 함유된 콘크리트는 압축강도가 37%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서는 골재 토분에 대한 정의, 품질기준 및 시험방법 등에 대한 부재로 인해 품질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며 명확한 기준이 없다. 최근에 들어서야 품질기준과 시험방법의 연구가 완료돼 국토부에 보고된 만큼 시행될 때까지 국민들이 피해를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골재 품질검사 확인서’만을 믿고 모래를 공급받은 레미콘 제조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자체적으로 토분이 함유돼 있는지 확인을 하지 않고 싼 가격에 매입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골재 품질검사 확인서’를 내보이며 문제를 덮으려 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레미콘 50개사를 불시 방문해 골재 품질을 조사한 결과 28개사(35.9%)가 불합격 판정을 받았고, 골재 채취 업체의 경우 28개사 중 7개사(25%)가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한국골재산업연구원이 발급한 ‘골재 품질검사 확인서’도 믿지 못할 지경에 이른 셈이다.
합천군 관계자는 “군은 모래 원석을 판매했다. 세척은 원석을 매입한 골재선별·파쇄업자가 해야 하나,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며 “해사 모래는 염분 때문에 세척을 해야 하나, 강모래를 세척해야 한다는 명확한 법률적 규정이 없어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질의에 “강모래는 흙성분이 함유돼 있어 세척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해당 골재선별·파쇄업자는 “골재 품질검사 확인서가 있다. 이 모래는 레미콘에 납품해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국내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은 콘크리트 건축물이 100년을 가지만 한국은 고작 27년”이라며 “불량골재 유통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의 안전한 삶의 보금자리를 위협하는 문제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전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