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 답변서 “OSB 이사가 먼저 연락해 사채업자 소개”…OSB “고객은 물론 BNK도 터무니없는 주장”
#BNK투자증권, 사채업자 소개 인정
현재 춘천지방법원에선 한 사채업자의 사기미수 사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그는 어느 건설업자에 이자율 24%로 7억 원을 빌려줬고, 이와 별도로 수억 원대 규모의 허위 용역·채권을 만들어 연이율 최대 3650%를 매긴 채 돈을 뜯으려 한 혐의로 올해 초 기소됐다.
개인 간 송사로 그칠 수 있었던 사건이지만 일이 커졌다. 재판 과정에서 공식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줄줄이 거론된 탓이다. 먼저 등장한 곳은 'BNK투자증권'이다. 사채업자는 "BNK투자증권이 제게 먼저 연락해 건설업자에 돈을 조달해줄 수 있는지 물어왔다"며 "그의 소개로 건설업자인 고객을 만나게 됐다"고 법정에 밝혔다.
건설업자 증언도 동일하다. 그는 2018년 약 280억 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필요해 BNK투자증권에 5억 6000만 원을 주고 금융자문을 의뢰했다. 그러자 BNK투자증권의 A 이사가 문제의 사채업자를 소개하며 대출을 받도록 했다고 한다. 이에 건설업자는 높은 이율을 감내하고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빌렸다.
BNK투자증권 A 이사는 건설업자에 "사채업자 돈을 빨리 갚으라"고 종용까지 했다. 하지만 건설업자는 돈을 갚지 못했다. 약정까지 맺었던 PF대출도 빚에 허덕이다 받을 수 없었다. 오히려 부채를 상환하지 못한 탓에 보유해오던 땅과 건물 소유권을 사채업자에 넘기고 말았다(관련기사 [단독] 고객에 대부업체 알선? BNK투자증권의 이상한 '금융자문').
건설업자는 BNK투자증권을 상대로 대전지방법원에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BNK투자증권은 법원이 올 5월 13일까지 내라고 명령한 구석명신청의 답변을 미뤄오다 올 6월 중순에야 대답을 내놓았다. 구석명신청은 재판에 돌입하기 전 사안의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BNK투자증권은 답변서에서 A 이사가 사채업자를 소개한 자체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위법은 없으며 A 이사가 퇴사했기에 구체 배경은 모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A 이사가 단순히 사채업자를 소개한 행위와 사채업자의 공갈 행위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BNK투자증권은 또 "이야기를 들어보니 건설업자 나름대로 안타까운 사정이 존재하지만, 사채업자에 부동산을 빼앗긴 책임은 당연히 고객인 건설업자에 있다"며 "BNK투자증권 법인 차원의 관여가 없었던 일인데 저희한테까지 부담을 전가해선 안 될 일"이라고도 항변했다.
#BNK투자증권 vs OSB저축은행 진실게임
해당 답변서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따로 있다. BNK투자증권은 "OSB저축은행의 B 이사 소개로 사채업자를 처음 알게 됐다"며 "B 이사가 저희 A 이사에게 '내가 아는 ○○○(사채업자)가 건설업자에 제한물권 말소 등 금전적 도움을 줄 수 있을 듯하니 만나보라'고 소개해줬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BNK투자증권은 '건설업자가 PF대출을 받으려면 그가 소유한 부동산 개발 부지의 근저당권 등 제한물권을 말소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거액이 필요했다. 때마침 건설업자 사업 대주단으로서 PF대출이 가능한 OSB저축은행 측 B 이사가 BNK투자증권에 먼저 연락해 사채업자한테 돈을 빌리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OSB저축은행은 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코퍼레이션이 지배하는 제2금융권 기관이다. 2010년 한국에 진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 집단 가운데 한 곳이기도 하다. 2023년 기준 총 자산이 2조 7596억 원에 달해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금융기관이다.
실제 OSB저축은행은 사채업자 재판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거론됐다. 이 사채업자는 피해자 측 증인으로 나온 건설업자의 아내에게 "BNK투자증권의 A 이사와 함께 OSB저축은행 B 이사도 저를 당신께 소개시켜준 사람이지 않나"라고 직접 묻기도 했다. 사건 전반의 경위를 서로 확인하는 과정에서다.
건설업자의 아내는 "BNK투자증권은 물론 OSB저축은행의 B 이사 역시 사채업자를 소개해준 인물이 맞다"며 "특히 OSB저축은행 B 이사는 'PF대출의 선행조건(제한물권 말소) 이행을 위해 사채업자의 단기자금 이자는 그의 요구대로 높게 줘야 한다'고까지 저희 가족에 말했다"고 증언했다.
결국 건설업자는 OSB저축은행을 상대로도 최근 손해배상 등 청구 소송에 나섰다. 다만 아직은 진실게임 양상이다. OSB저축은행은 법원에 낸 사실조회 회신서에서 "OSB저축은행과 B 이사 어느 쪽도 원고인 건설업자에 사채업자를 소개해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OSB저축은행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건설업자는 물론 사채업자와 BNK투자증권마저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금융기관의 사채업 알선은 엄연히 불법이다. 최종 판결을 바라보면 진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BNK투자증권 측은 일요신문에 "사실 그대로의 내용을 법원에 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사채업자는 과도한 고리를 활용한 사기 등 혐의로 과거에도 실형을 선고받았던 인물이다. 부동산학 박사로서 지역 국립대학에서 초빙교수 등으로 강단에도 섰다. 그의 회사는 2007년 부동산 매매·임대업체로 설립됐으나, 2014년 '채권 양수·양도'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부동산업과 사채업을 동시에 해온 셈이다.
건설업자 측 법률대리를 맡은 박진현 변호사(법무법안 아인)는 "금융기관이 PF대출을 해줄 의사가 없음에도 고객을 기망해 사채업자의 돈을 빌리게 하고, 불법이자 및 토지갈취 행위를 방치한 사건"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금융기관의 전반적인 감독 체계 등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