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두 달 새 탄핵안 6건, 국힘 권한쟁의심판 맞불…여야 정쟁에 민생법 뒤로 밀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청한 국민동의 청원’ 관련해 7월 19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청문회를 열었다. 민주당은 당 안팎 우려에도 불구하고 청문회 추진을 강행했다. 중요 안건심사와 국정감사·국정조사에 필요한 경우 증인·참고인에게서 증언을 듣기 위해 위원회 의결로 청문회를 열 수 있다는 국회법 65조를 청문회 개최 근거로 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법 123조에 따르면 수사 또는 재판 중인 사안은 청원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국민 청원에 언급된 탄핵 사유는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대북 강경 대응으로 인한 전쟁 위기 조장 △일제 강제징용 문제 친일 해법 강행 △일본 후쿠시마 처리수 해양 투기 방조 등 5개다. 이 중 채 해병 순직 사건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은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다.
7월 12일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개최 관련해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위원들은 “민주당이 고소·고발·탄핵을 주머니 속 공깃돌처럼 입에 올리면 겁박하고 정쟁을 키워가고 있다”며 “제헌국회와 선대 의원들이 강조해 온 통합, 협치, 합의 정신을 되새기며 성찰하길 바란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에 불출석한 증인들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증언·감정법은 증인 등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3000만 원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위법적이고 위헌적인 청문회에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7월 26일 김건희 여사 의혹을 중점으로 한 2차 청문회에선 김 여사, 김 여사 모친인 최은순 씨,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대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이원석 검찰총장,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 등이 불출석했다. 앞서 19일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중점으로 진행된 1차 청문회에서도 핵심 증인 9명이 불출석했다.
탄핵 청문회를 강행한 것에 대한 비판이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왔다. 7월 24일 친명계 좌장격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법대로’ 외치면서 법사위를 운영하고 있는데 국회는 입법기관이다. 룰을 만드는 곳인 만큼 ‘법대로’를 얘기해선 안 된다. 여야 간 협의해서 합의하게 되면 그게 룰이 된다. 대화를 통해서 의사진행을 해야 하고, 여당과 충분한 대화하려는 노력을 좀 더 해야 된다”고 말했다.
앞서 7월 16일에도 정성호 의원은 ‘미래를 여는 의회민주주의 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해 ‘정치의 사법화’ 문제를 지적했다. 정 의원은 “법으로 해결하지 않아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도 법대로 가고 있다. 우리 스스로가 정치를 사법화하고 있다”며 고소 고발 등 조치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거대 야당이 특검과 탄핵안을 남발하며 정쟁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들어 △채 해병 특검 △김건희 종합 특검 △쌍방울 대북송금 특검 등을 발의했다.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7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채 해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돼 폐기됐다. 21대 국회에 이어 두 번째 폐기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재차 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거대 야당은 이른바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특검)을 추진했다가 지난 2월 총선 국면에서 최종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두 달 만에 탄핵소추안을 6건 발의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상임위원 정원 5명 중 1명도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7월 25일 민주당은 이상인 방송통신원회 부위원장 겸 위원장 직무대행 탄핵안을 발의했다. 이 부위원장은 탄핵안 표결 전에 자진 사퇴했다.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심판 결과 나올 때까지 직무정지 상태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동관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탄핵안도 자진 사퇴하면서 폐기됐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당대표 후보의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해서 탄핵과 특검을 이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의 수사 담당 검사 등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특검의 경우 사건을 수사한 검찰을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재명 후보를 대북송금 사건 관련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한 상황이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은 검사 3명(안동완 손준성 이정섭)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임성근 전 부장판사 등 5건의 탄핵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며 직무를 정지시킨 바 있다.
7월 26일 대통령실은 야당의 탄핵과 특검 공세에 대해 “시급한 민생 현안과 경제 정책들이 많은데 국회가 정쟁에 몰두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대통령실은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지금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이 94건 정도인데 정부 중점 법안이 현재 제대로 논의조차 잘 안 되고 있다. 그 모든 피해가 주권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지도부가 강성 지지자들만 바라보고 정치하겠다는 건지 도대체 속내를 모르겠다. 여당과의 대화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토론이나 의견 개진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다”며 “(특검·탄핵안 남발한다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동력이 모아지겠나”라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의 사법화’는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며 “탄핵 남발하는 것에 대해서 문제 제기하는 민주당 국회의원이 1명도 없지 않나. 어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서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건지도 말 못 하고 있다. 반면 정부·여당은 특검을 자초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가 정쟁에만 몰두하는 사이 민생 법안은 뒤로 밀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