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죽음, 아빠 책임” 자녀들도 반대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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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재판 받을 당시의 블레이크 모습. 그는 거액의 벌금형 등으로 다음 해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
사건의 시작은 2001년 5월 4일. 블레이크는 베이클리와 함께 단골 레스토랑인 비텔로스(Vitello’s)에 도착했고, 한 블록 떨어진 공터에 주차했다. 비텔로스에서 블레이크는 몸이 좋지 않았고 화장실에서 구토를 했다. 그들은 9시 30분쯤 그곳을 떠났다. 차에 도착했을 때 블레이크는 항상 지니고 다니던 칼리버 38구경 권총을 테이블이 놓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아내를 남겨둔 채 레스토랑으로 되돌아갔고, 몇 분 후 차로 돌아왔을 때 베이클리는 피에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패닉 상태에 빠진 블레이크는 비텔로스 뒷집에 사는 동료 영화인 숀 스타넥의 집으로 가 도움을 청했다. 스타넥이 차로 달려 왔을 때 베이클리는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그는 황급히 911을 불렀다. 하지만 베이클리는 곧 숨졌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그녀는 발터 P-38 반자동 권총에서 발사된 두 발의 총알에 맞아 숨졌고, 총은 근처 쓰레기통에서 발견되었다. 등록되지 않은 총이었고 지문도 없었다. 자동차 창문이 내려 있었던 걸로 볼 때 면식범의 소행으로 추정되었다. 경찰은 다음날 블레이크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고 그의 집을 뒤졌지만 증거가 될 만한 건 나오지 않았다. 레스토랑의 그 어떤 사람도 블레이크가 다시 총을 가지러 돌아온 걸 본 사람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살인자로 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3주 후 추모식이 열렸다. 베이클리의 유가족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사건은 이렇게 끝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약 11개월 후인 2002년 4월 18일, 로버트 블레이크는 살인 혐의로 체포되었고 그의 오랜 보디가드인 얼 캘드웰은 살인 공모죄로 수갑을 찼다. 여기엔 두 사람의 증언이 결정적이었다. 블레이크의 옛 스턴트맨 동료인 로널드 햄블턴과 게리 맥라티는 블레이크가 자신들에게 베이클리를 죽여 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했다고 증언했고 검사의 기소가 이어진 것이다. 캘드웰은 블레이크가 마련해 준 100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하지만 판사는 블레이크의 보석 석방을 거부했고 그는 거의 1년 가까이 교도소에 갇혀 있었으며, 2003년 3월 13일에 150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후엔 재판이 열릴 때까지 가택 연금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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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9세가 된 그는 쓸쓸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
하지만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베이클리의 자녀들이 어머니의 죽음엔 아버지의 책임이 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한 것. 2005년 11월 18일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고, 판사는 그 책임을 물어 3000만 달러의 벌금형을 내렸다. 다음 해인 2006년 2월 블레이크는 파산 신청을 해야 했고 변호사는 항소에 들어갔다. 1년 후인 2007년 2월 28일 재판은 다시 열렸다. 이번엔 경찰 쪽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당시 담당 형사였던 론 이토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블레이크 이외의 인물이 살인에 가담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처음부터 문제 제기조차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크리스천 브랜도가 떠올랐다. 말런 브랜도의 아들이며 베이클리의 옛 애인이었던 그는 베이클리가 블레이크의 딸을 낳으면서 그녀와 관계가 끊어지게 되었다. 항소에 대한 판결은 다음해인 2008년 4월 26일에 났다. 법정은 평결을 그대로 유지했고, 블레이크에 대한 벌금만 절반으로 줄여주었다.
이후 블레이크는 힘든 나날을 보냈다. 파산 신청은 했지만 미납된 세금은 그를 점점 압박했고 결국 캘리포니아 주는 그의 재산에 대한 차압에 들어갔다. 생계를 위해 다시 배우 생활로 돌아가려 했지만 아무도 그를 써주지 않았다. 이후 그는 토크쇼를 전전하며 과거를 팔았다. 태미스 스마일리의 토크쇼에선 긴 시간에 걸쳐 자신의 인생 전반에 대해 이야기했고, 2012년엔 자서전을 낸 후 홍보를 위해 이곳저곳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피어스 모건 투나이트>에 나간 건 실수였다. 모건은 갑자기 블레이크에게 2001년 그날 밤에 대해 물었고 블레이크는 생방송 도중 크게 화를 냈다. 그는 마치 심문당하는 느낌이라고 불쾌함을 드러냈고, 모건은 사람들이 너무나 알고 싶어 하는 걸 물었을 뿐이라고 발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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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로스트하이웨이> |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