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라인게임즈 자회사 구조조정 속도…카카오 VX 매각설, 카카오게임즈는 “사실무근”
#라인게임즈, 2017년부터 8년째 적자
지난 7월 26일 라인게임즈는 스튜디오포립에 빌려준 15억 원의 대여금 변제 기일을 연장했다. 스튜디오발키리에 빌려준 12억 원에 대한 변제 기일도 연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라인게임즈는 스튜디오포립과 스튜디오발키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라인게임즈가 종속회사와 관계사에 빌려준 대여금 잔액은 637억 원이다. 2022년(530억 원)대비 20% 늘었다.
라인게임즈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으로 유명한 라인(LINE Corporation)이 2017년 7월 설립한 기업이다. 라인게임즈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합작한 라인야후가 100% 지분을 보유한 Z중간글로벌주식회사(Z Intermediate Global)의 자회사다. Z중간글로벌주식회사가 라인게임즈 지분 35.66%를 가진 최대 주주다.
라인게임즈는 인기 모바일 게임 ‘드래곤 플라이트’로 유명한 넥스트플로어와 2018년 합병하면서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외부 게임 개발사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게임 개발 역량을 키워왔다. 지난해 말 기준 라인게임즈의 종속회사는 9개, 관계사는 12개다.
문제는 성과가 부진했다는 점이다. 라인게임즈는 2017년부터 8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도 394억 원의 적자를 냈다. 넥스트플로어 시절 출시한 모바일 슈팅게임 ‘드래곤 플라이트’를 능가하는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종속회사 레그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콘솔 게임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은 흥행이 저조했다. 자회사들이 개발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언디셈버’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대항해시대 오리진’도 수익성 측면에서 반전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결국 라인게임즈가 자회사 정리에 나섰다. 지난해 종속회사 우주를 흡수합병했다. 올해도 구조조정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5일 라인게임즈는 종속회사인 제로게임즈, 스페이스다이브게임즈, 레그를 흡수합병했다. 올해 1월에는 언디셈버를 개발한 니즈게임즈 지분 전량을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 맥스트에 60억 원에 매각했다.
자회사를 추가로 정리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4월 스튜디오발키리는 주력 사업인 ‘라스트오리진’ 게임 사업을 게임 리퍼블리싱 플랫폼 기업 밸로프에 25억 원을 받고 양도했다. 최소 인력만 남은 상태다. 라인게임즈가 지분 60%를 가진 스튜디오포립은 지난해 매출이 0원이며 올 6월까지 휴업 상태였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 개발사가 있어야 신작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업황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가장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조직으로 운영하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게임 업계에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등 게임 생태계가 조정 국면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한 사태와 관련해서도 손해를 감수하면서 사업을 무작정 확장하기는 부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라인게임즈 관계자는 “아직 정리가 안 된 자회사들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정리 계획이 정해진 바는 없다. 대여금은 지난해 일부 상각 처리가 돼 현재 부담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드래곤플라이트 지식재산권(IP)을 리뉴얼해서 선보이는 신작이나 트롯을 활용한 뮤직 게임 등 5종의 신작이 출시 예정이다. 신작 출시 계획은 추후 공개 예정”이라고 답했다.
#본업 부진에 골프 자회사 매각설 솔솔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게임즈도 최근 실적이 좋지 않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 251억 원, 영업이익은 745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매출 1조 1477억 원, 영업이익 1785억 원)보다 매출은 10.7%, 영업이익은 57.6% 줄었다.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9억 원 정도 증가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게임즈가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밑돌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자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개발한 MMORPG ‘오딘: 발할라 라이징(오딘)’을 이을 장기 흥행작 부재가 아쉽다는 평가다. 지난해 출시한 모바일 수집형 RPG ‘에버소울’과 PC·모바일 크로스플랫폼 MMORPG ‘아키에이지 워’가 올해 서비스 지역을 확장했지만 오딘 등 기존 게임 매출 감소를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증권가 분석이다. 카카오게임즈가 특화된 국내 퍼블리싱(서비스·유통) 사업은 자체 게임 개발 사업보다는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게임 개발사와 게임 매출의 일정 비율을 나누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 본업이 부진한 사이 자회사 카카오 VX 매각설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카카오 VX는 골프장 예약 1위 플랫폼으로 2017년 카카오게임즈가 인수했다.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 VX의 사업적 시너지가 약하다는 평가다. 최근 골프 서비스 수요 둔화로 카카오 VX는 지난해 7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 7월 30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아지트 앞에서 만난 오치문 카카오 노동조합(크루유니언) 수석부지회장은 “매각설이 계속 나오는데도 회사에서는 아무런 공식적인 얘기가 없다”며 “향후 어떻게 단체 행동을 할지는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매각설은 사실무근”이라며 “새로운 IP인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RTS) 스톰게이트와 ‘아키에이지 2’ 등 PC·콘솔 게임을 다수 준비하고 있다. 대작으로 포지셔닝한 게임들이 올해 안 나오는 것은 맞지만, 내년과 내후년 출시 예정이라 장기적인 성장 모멘텀이 있다고 바라봐주면 좋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라인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 모두 자회사 정리 작업과 별개로 메신저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라인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 모두 초반에는 라인과 카카오 이용자들에게 노출된다는 장점을 충분히 발휘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데는 고전하고 있다”며 “라인과 카카오라는 메신저를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