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간 운용, 반쿠팡연대 합류 여부 등 주목…배민 “시범기간 거친 후 내용 확정”
#배달의민족, 멤버십 체험판 출시
지난 5월 21일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배민 외식업광장을 통해 5월 28일부터 멤버십 서비스인 ‘배민클럽’의 체험기간을 운영한다고 공지했다. 체험 기간 배민 이용자는 회원가입 등 별도 절차 없이 배민클럽 혜택 가게에서 배달팁 혜택을 무제한으로 적용받을 수 있다. 배민클럽 혜택 가게에서 알뜰배달(다건 배달)로 주문하면 기본 배달팁과 거리에 따른 추가 배달팁이 모두 무료다. 한집배달(단건 배달)로 주문하면 기본 배달팁은 1000원 이하로 할인되고, 거리에 따른 추가 배달팁은 무료다.
배민클럽이 기존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민이 이미 4월 12일부터 수도권 중심으로 알뜰배달을 무료로 제공하고 한집배달 배달팁을 1000원 이하로 인하했다. 배민클럽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멤버십 가격, 점주에게 부과할 수수료율, 광고비 등은 전부 미정이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체험단 비슷하게 시작했는데 기존에 고객에게 제공하던 혜택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우선은 체험기간에 최대한 모객을 하려는 것으로 보이고, 서비스를 확정하고 정식 오픈이 돼야 뭘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일찍부터 멤버십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츠와 요기요도 이미 멤버십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멤버십의 ‘록인(Lock-in)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쿠팡이츠는 3월에 유료 와우회원을 상대로 쿠팡이츠 묶음배달 무료 정책을 내놨다. 요기요 역시 멤버십 무료배달이 가능한 월 4900원의 ‘요기 패스 엑스(X)’ 구독비를 6월 말까지 2900원으로 할인하며 모객에 힘을 쓰고 있다.
새로운 경쟁자도 등장한다. 지난해 배달대행업체 부릉을 인수한 hy(옛 한국야쿠르트)가 배달앱 ‘노크(Knowk)’를 출시하며 배달앱 시장에 진출한다. hy는 음식점주에게 고정비, 광고비, 가입비 등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또 수수료도 업계 최저 수준인 5.8%를 제시했다. 현재 배민 수수료율은 6.8%, 요기요는 9.5~12.5% 쿠팡이츠는 9.8% 수준이다.
조철휘 한국유통포럼 회장은 “hy가 진입한다는 얘기가 한두 달 전에 나왔는데 6월부터 바로 출범할 거라고는 예상을 못한 것 같다. 지금까지 배민 수수료율이 가장 낮았는데 그보다 더 저가로 승부하려는 기업이 나타난 셈”이라며 “경쟁기업이 들어오기 직전에 우선 개문발차한 셈이다. 다만 배민클럽을 꼭 이용해야만 하는 강력한 유인책은 아직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전직 대표이사가 네이버로…‘반쿠팡연대’ 합류?
올해 4월 배민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174만 명, 쿠팡이츠는 684만 명, 요기요는 550만 명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배민과 요기요는 각각 12만 명, 20만 명 감소했으며, 쿠팡이츠는 58만 명 증가한 수치다. 2위권과 격차가 상당하지만 쿠팡이츠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배민은 단독 비즈니스로 음식배달업만 영위하기 때문에 쿠팡,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을 묶어서 생태계를 꾸린 쿠팡과 경쟁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3조 4155억 원의 매출, 699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15.89% 영업이익은 65.01% 증가한 실적이다. 그러나 배민은 모기업인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에 지난해 4127억 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성향이 81.5% 수준으로 이익의 상당금액을 배당으로 돌린 셈이다. 우아한형제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2년 말 기준 7238억 원에서 2023년 말 기준 5309억 원으로 감소한 상황이다. 배민이 출혈경쟁을 지속적으로 감당하기는 쉽지 않으리란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이유로 네이버 등과 연합해 ‘반쿠팡연대’를 꾸려 살길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최근 쿠팡의 멤버십 비용 인상에 맞춰 ‘탈팡’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네이버 멤버십 프로모션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당일배송, 일요배송 등 물류를 강화하고 있다. 지금 네이버도착보장 당일배송은 오전 11시까지 주문한 상품을 당일에 배송하고 있는데 우아한청년들이 네이버의 물류연합군에 소속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해 말 김범준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하며 퀵커머스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국내에서 퀵커머스 사업을 성공적으로 꾸리고 있는 업체는 현재로서는 배민밖에 없는 상황이다. 쿠팡이츠도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의 이츠마트 서비스에서 철수하며 퀵커머스 사업에서 발을 뺐다. 배달업계 다른 관계자는 “택배를 기반으로 하는 배송 기반 이커머스와 배달 기반 퀵커머스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실시간 물류 관리나 품질 관리 노하우가 없는 업체가 뛰어들기 쉽지 않다”라며 “네이버도 이커머스로 성공했지만 퀵커머스 관련 노하우가 없기 때문에 배민과 손잡는다면 확실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배민 관계자는 “멤버십 서비스는 체험 시기만 결정이 된 상태고 시범 기간을 거친 후 공식 서비스 내용이나 가격 등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될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타사와 연합하거나 제휴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은 단계이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