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흥행 참패, 지도부 전략 부재 비판…이재명 법원 선고 후 비명계 세 결집 여부 관심
‘90.41%.’
이재명 후보 전당대회 누적 득표율(1~9차, 7월 28일 기준)이다. 2위 김두관 후보는 8.36%다. 민주당은 총 15차례 전국 순회경선을 한 뒤 8월 18일 결과를 발표한다. 이 후보 승리가 확실시된다. 최고위원 후보 역시 친명 일색이다. 전당대회가 끝나면 이 후보의 당 장악력은 한층 더 공고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동훈’과 ‘김건희’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던 국민의힘과는 달리 민주당 전대는 조용하기만 하다. 정치권에선 흥행 참패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과정이야 어찌됐건 연일 이슈를 쏟아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국민의힘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20년 넘게 민주당원이었다는 한 50대 남성은 “이런 전대는 처음 봤다. 네거티브는커녕, 정책 토론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니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으니 관심도 없다. 무플보단 차라리 악플이 낫다”고 말했다.
권리당원 투표율 역시 시원치 않다. 9차까지의 권리당원 투표율은 31.94%다. 과거 민주당 전당대회 때 권리당원 투표율이 40%안팎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낮은 수치다. 민주당에선 아직 지역 경선과 ARS(자동응답방식) 투표가 남았다고 강조하지만 투표율이 오를지는 회의적이다. 이재명 후보가 7월 31일 개인 SNS에서 투표 독려의 글을 올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민주당 내부에선 국회 운영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당 지도부 전략 부재를 꼬집는 내용이다. 대안 제시 없이 탄핵과 국정조사만을 외치는 모습에 대한 자성이다. 몇몇 위원장의 강경 일변도 상임위 진행, 각종 청문회에서 나온 의원들의 언행 등도 도마에 올랐다. 한 초선 의원은 “윤석열 정부를 심판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과연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 걱정”이라면서 “총선 대승 이전에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패했던 기억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러한 민주당의 현주소를 이재명 후보 ‘사법리스크’와 연결 짓는 시각이 많다. 이 후보는 이르면 10월경 공직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사건의 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이 후보 입지와 민주당 지형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이 후보, 그리고 친명계로선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친정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후보 측이 당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에 출마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이 모든 당력을 윤석열 정부 심판에 쏟아 붓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야당 유력 대선 주자를 탄압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사법리스크 후폭풍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당 밑바탕에 깔려 있는 ‘이재명 비토’ 기류를 차단하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김두관 후보가 전당대회 때 이 후보를 공격했다가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라는 거센 공격을 받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는 지지율로 이어졌다.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중도층의 거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기존 민주당 지지층이 이탈했다는 신호가 포착되기도 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7월 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민주당 지지도는 27%였다. 국민의힘(35%)보다 8%포인트 낮았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7월 22∼26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8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한 결과에선 민주당 36.1%, 국민의힘이 38.4%를 기록했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역시 국민의힘보단 낮았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러한 지지율 성적표에 민주당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여러 여건들을 종합했을 때 여당보다 낮게 나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그들(친명계)는 총선에서 과반을 줬는데 민주당이 일을 제대로 못해서 지지율이 떨어졌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이는 강성 팬덤의 입장이기도 하다.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강경한 목소리는 아마 더 나올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선 친문계를 중심으로 하는 비명계가 당 주류에 대항하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당 지지율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이 후보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면 물밑에서 기회를 노리는 비명계가 실력 행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과 맞물리면서다. 실제 친문 진영에선 이 후보 법원 선고 후의 상황을 대비해 물밑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비명계의 세 결집에 의문부호를 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친명계는 4월 총선을 거치며 수적으로 절대적 우위를 점했다. 이 후보 선고가 나오면 친명계, 강성 팬덤의 단일대오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재명을 지켜라’는 구호에 비명계 목소리는 묻힐 가능성이 높다. 한 친문 의원은 8월 1일 통화에서 “민주당의 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과연 정권 교체를 이뤄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재명으론 답이 없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