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공약’ 3자 추천 특검 추진 시 친윤계와 갈등 불가피…이재명 3자 추천 반대, 당내 온건파 움직임 변수
7월 29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MBN 뉴스7’에서 ‘채 해병 특검법 제3자 추천안’ 발의에 대해 “그 이야기를 걸고 당선이 됐다”며 “당내 절차를 거쳐서 제3자 특검법이 왜 필요하고, 왜 이 정도로 해야 국민들께서 우리가 마치 무슨 진실을 규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양 오해하시는 것을 푸실 것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부분을 당의 민주적 절차를 통해 잘 설명하려고 한다. 제 입장이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진 분들께서도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조경태(6선) 안철수(4선) 김재섭(초선) 의원이 공개적으로 제3자 추천 특검에 동의한 상황이다. 8월 1일 조 의원은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집권여당으로서 우리가 특검에 대해서 주도적으로 해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동훈 대표가 제안했던 제3자 추천안을 우리가 힘차게 먼저 치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7월 4일 안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의원 중 유일하게 채 해병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친한동훈계도 제3자 추천 특검에 힘을 싣고 있다. 8월 1일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채 해병 3자 추천 특검법 공약을) 되돌리거나 안 하는 쪽으로 가기에는 큰 리스크가 있다”며 “국민들이 한 대표가 출마할 때 가장 듣고 싶어 했던 말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것이고, 한 대표가 그에 대해서 확고한 뜻을 밝히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한동훈 대표가 제3자 추천 특검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윤계는 민주당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의도에 휘말리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7월 31일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채 해병 특검법에 대해 “어떤 안이 나오더라도 우리 의원들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검법을 둘러싸고 민주당의 공세가 너무 컸다. 결국 대통령 탄핵으로 몰고 가기 위한 특검이라는 생각이 (의원들 사이에서) 강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친윤계는 ‘채 해병 특검법’과 관련해 당대표보다 원내대표 의사가 우선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7월 24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겉으로 보기에도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의견이 다른 것이 명백한데, 이런 경우에는 원내대표의 의견에 따라야 되는 것이 지금 우리 당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김민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입장이나 특검 임명 문제는 원내 전략이다. 당대표가 이래라저래라 할 얘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정가에선 한동훈 대표와 친윤계가 제3자 추천 특검을 두고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대표가 임기 초부터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당대표 리더십에 흠집이 날 가능성이 있다. 앞서 한 대표와 친윤계는 정책위의장 교체를 두고서 ‘파워게임’을 벌인 바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물러나면서 표면적으로 일단락됐으나, 여전히 남아 있는 갈등의 불씨가 제3자 특검법을 두고 재점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야당은 한동훈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8월 1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동훈 안을 발의하는 것에 대해) 개혁신당이 추진하는 걸지 아니면 조국혁신당이나 다른 당들과 연합해서 하는 걸지는 모르겠지만 해볼 만하다고 본다”며 “천하람 원내대표가 미국 출장에서 돌아오면 개혁신당에서 한동훈 안 그대로 한번 발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 분열을 노리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8월 1일 박찬대 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한동훈 대표를 향해 “당장 오늘이라도 한 대표가 생각하는 특검법을 발의하라”며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난 지 열흘이 다 됐는데, (한 대표가) 특검법을 발의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계속 발의하지 않고 뭉갠다면 국민은 한 대표를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시간만 질질 끄는 건 애초부터 특검법을 발의할 생각이 전혀 없었단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어떤 법안을 생각하는지 먼저 내놓아야 설득을 하든 토론을 하든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동훈 대표가 민주당 핑계를 대면서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채 해병 특검 반대는 현재 당론이다. 대통령실이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 때 공약한 건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한동훈 대표가 지난 총선 비대위원장으로 재직 중에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약했다. 그 공약이 지금 어떻게 됐나를 보면 된다”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채 해병 특검법 제3자 추천안’을 두고 이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강경파들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8월 1일 추미애 의원은 국회 본회의 전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받아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날 장경태 최고위원은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애매한 특검을 임명해서 애매하게 수사하다가 애매하게 덮어진다 그러면, 결국 그 특검이 결국 면죄부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라고 본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도 제3자 추천 특검을 반대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당내 온건파들은 진실 규명을 위해선 여야 합의로 통과 가능성 있는 제3자 추천 특검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7월 30일 친명 좌장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채 해병 사건은 실체적 진실이 어느 정도 밝혀져 있다. 누가 특검해도 최종적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은폐할 수 없다”며 “여야가 대법원장 추천 방식인 한동훈 대표 안으로 대화하고, 대한변협 회장 추천 방식인 개혁신당 안을 중재안으로 내밀면 된다”고 말했다(관련기사 [인터뷰] 친명 좌장 정성호 “이재명 일극체제, 윤 대통령이 만들어”).
7월 18일 김두관 당대표 후보는 후보자 방송 토론회에서 “사실은 채 해병 특검을 통해서 진실을 밝히는 게 매우 중요하다. 지금 여야 상황으로 우리 당이 핵심으로 낸 안이 통과되기가 쉽지 않다”며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제안한 그런 안도 우리가 좀 유연하게 좀 대응을 해야 된다는 차원에서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온건파가 공개적으로 강경파와 맞설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당내 중론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당내에서 이재명 후보와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당대회 이후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지 잘 모르겠다. 그나마 친명 좌장인 정성호 의원만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강경파와 온건파 간 발언에서 온도 차이가 있지만, 불협화음은 아니다. 내부 긴장감을 보여주며 일종의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제3자 추천 특검 먼저 발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발의하면 한동훈 대표한테 끌려가게 될 것이다. 또 만약 발의했는데, 국민의힘이 안 받으면 어떡하나. 계속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재명 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제3자 추천 특검이 이뤄질 경우 민주당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7월 29일 국민의힘은 ‘사기 탄핵 공작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띄웠다. 민주당 등 야당이 제기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제보 공작 사건’으로 규정했다. 해당 사건 제보자인 김규현 변호사가 청문회를 앞두고 법사위 소속인 장경태 민주당 의원과 접촉해 공작했다는 게 골자다. 민주당은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등을 채 해병 특검법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만큼 ‘제보 공작 사건’ 역시 특검팀에서 파헤칠 가능성이 높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이 청문회 참고인인 김규현을 사전에 만난 것 자체만으로도 사기 탄핵 공작”이라며 “법사위원이 청문회에 불출석한 증인 측과 미리 접촉해서 자료를 받은 것도 부적절한 사전모의 공작 의혹이 제기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