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당한 A 의원이 B 의원 편 들어’ 말 돌아…의혹 당사자 “공작 관련 소문 사실무근”
의령군의회는 하반기 원 구성을 두고 국민의힘 의원 5명과 무소속 의원 5명이 지난 7월 29일까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등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국민의힘 소속 A 의원이 무소속 B 의원 편을 들면서 7월 30일 제288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B 의원이 원하는 대로 원 구성이 마무리됐다.
A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군의원 신분으로 무소속 군의원들 편을 들었고, 무소속 의원들은 A 의원으로 인해 의장부터 상임위까지 모든 요직에 올랐다.
이날 오후부터 지역사회에는 “협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A 의원이 B 의원 측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A 의원은 “군의회 정상화를 위해 출당까지 각오하고 본회의장에서 자리를 지켰다”고 여러 채널을 통해 주장했다.
그런 가운데 A 의원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를 추정할 수 있는 녹취록을 본보가 단독으로 입수했다. 익명의 의령군의회 핵심 관계자가 제보한 녹취록에는 시기는 알 수 없지만 A 의원에게 한 장의 사진이 우편으로 배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속에는 A 의원과 묘령의 여인이 함께 모텔에 있는 모습이 담겼다는 내용도 확인됐다.
해당 사진을 받은 A 의원은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상담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은 “A 의원을 만난 적은 있으나, 사진에 관련한 상담은 없었다”고 입장을 전했다.
사진이 찍힌 시점은 2023년 7월 4일과 5일 사이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의령군협의회의원 27명이 제주도에서 2023통일아카데미 워크숍을 한 시기와 맞물린다. A 의원과 B 의원은 7월 4일 B 의원의 지인이 운영하는 서귀포 룸주점에서 도우미 2명이 합석한 술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C 경남도의원과 D 군의원도 B 의원의 권유에 함께 배석했다.
C 도의원은 “룸주점에 도착하니 A 의원은 원래 술이 약해서인지 이미 뻗어 있었다”며 “B 의원은 술을 전혀 안하는 걸로 알고 있고, A 의원은 소주 한두 잔에도 인사불성이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양주를 2병이나 마신 것에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착한 지 10여 분 만에 A 의원과 B 의원이 온다 간다 말도 없어 사라졌고, 술값은 내가 계산했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C 도의원은 이어 “협박 관련 소문이 난 후 진상을 알기 위해 두 의원에게 물으니 A 의원은 ‘변호사 사무장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상담한 결과, 빨리 협의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고, B 의원은 ‘A 의원이 내게 사진을 보여주며 아는 술집이니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진을 보니 별것 아니고 합성사진이라서 찢어버렸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상한 점은 녹취록에 따르면 A 의원에게 전달된 사진에는 아무런 요구사항이 없었다는 대목이다. 또 하나의 의문점은 누가 사진을 찍었는지다. 당시 동석한 사람들 가운데 한 명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다.
A 의원은 “술집에 가서 술을 마셨고, 다음 날 일어나 눈을 떠보니 모텔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B 의원은 “원 구성을 두고 A 의원을 공작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나는 그날 저녁 주점에서 술을 두어 잔 마시고 술집 주인에게 택시를 불러 달라고 해서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공작 관련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