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건수에 따라 업계 최저 수준 수수료 제시…영업손실 심화 속 출혈경쟁 녹록지 않다는 분석도
#요기요 신규 요금제 출시
배달앱 요기요가 주문 중개 수수료를 인하한 신규 요금제 ‘요기요 라이트’의 시범운영을 종료하고 신규 요금제 적용 가게를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8월 5일 요기요 사장님포털 공지사항에 올라온 서비스 안내 게시물에 따르면 신규 요금제의 가게 배달과 요기 배달(요기요 라이더가 음식을 배달하는 서비스) 주문 중개 수수료율은 기존 12.5%에서 9.7%로 낮아진다.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율 역시 12.5%에서 7.7%로 인하됐다.
특히 요기요가 주문 건수가 늘어날수록 수수료율이 더 인하되는 ‘성과 기반 이용료 추가 혜택’을 적용하기로 한 점이 주목을 끌고 있다. 요기요 측에서 제작한 예시 이미지에 따르면 매달 51건부터는 8.7%, 201건부터는 7.7%, 251건부터는 4.7%로 주문 중개 수수료율이 추가 인하된다. 4.7%는 최근 업계 최저 수수료율을 표방하며 배달업계에 뛰어든 hy의 노크(5.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다만 이용료 인하 기준이 되는 주문 건수는 가게마다 평소 매출에 따라 다르게 책정될 방침이다.
요기요의 요금제 개편안은 경쟁사인 배민의 중개 수수료 인상 발표가 있은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 발표됐다. 배민은 8월 9일부터 배민1플러스의 중개 이용료율을 6.8%에서 9.8%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배민의 구독제 서비스인 배민클럽도 8월 20일부터 유료화된다. 아울러 8월부터 쿠팡와우 멤버십 구독료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가량 인상됐다. 쿠팡이츠는 무료 배달 혜택을 제공하는 쿠팡와우 멤버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구독료 인상으로 쿠팡이츠 이탈 고객이 생길 확률이 높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3월부터 쿠팡이츠에 점유율이 밀리기 시작한 요기요 입장에서는 지금이 기회다. 요기요가 7월에 네이버와 제휴해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회원들에게 요기패스X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연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요금제 개편안도 이용률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며 “업계 최고 수수료율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이 됐을 테고 배민의 수수료 개편안 발표 이후 중개 수수료 인하 압박이 지속되면서 요기요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네이버 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따르면 점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시범운영 당시 문제로 꼽혔던 영업시간·배달료·메뉴 수·메뉴가격·최소주문금액 등의 관리를 요기요에 위임하는 위임 동의 조건도 정식 출시에 맞춰 사라졌다. 위임 동의 때문에 주저하던 점주들도 발 빠르게 신규 요금제로 갈아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만 성과 기반 이용료 추가혜택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한 점주는 “수수료로 따지면 요기요로 주문 많이 들어오는 게 오히려 낫다. 좀 지켜보려다 요기요에 메뉴 가격이나 배달팁 제일 저렴하게 책정해서 4.7% 수수료 노려보려고 한다”며 “기본 수수료 쓰시는 점주들은 안 바꾸면 손해다. 빨리 갈아타는 게 이득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한 점주는 “요기요는 요기배달 배차가 느린 게 항상 문제라서 잘 안 쓰는 점주분들이 많다. 배민과 쿠팡이츠를 포기하고 요기요로만 주문을 받아야 추가 수수료 할인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배달이 느린 걸 감안하면 그러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피세준 굽네치킨가맹점주협의회 회장 또한 “성과 기반에 따라 수수료율을 다르게 매기는 부분은 자영업자들을 영업사원 취급하는 것 같다. 그만큼 프로모션을 하고 마케팅에 쿠폰에 이벤트까지 다 넣어서 주문 건수를 늘리라는 것”이라며 “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모는 것 같다. 자영업자들한테 도움을 준다고 하긴 하지만 지금 9.7%도 크게 와닿지 않고 타사보다 좋은 조건이 아니라 동일한 조건이라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우려도…
이번 요기요의 신규 요금제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수도권은 배민과 쿠팡이츠가 거의 양분하고 있다. 한집배달이 어려운 지방에서는 요기요가 비등비등하게 사업을 하고 있지만 격전지에서는 요기요가 실제 점유율보다도 더 힘을 못 쓴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요기요의 수수료 인하가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요기요가 출혈경쟁을 이어나가기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요기요 운영사 위대한상상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655억 원, 당기순손실 4841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116억 원과 865억 원이었다. 반면 업계 1위인 배민은 지난해 6998억 원의 영업이익과 5062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도에 비해 각각 65%, 83.5% 증가한 수치다.
위대한상상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영국계 PEF운용사 퍼미라, GS리테일이 지분을 나눠 들고 있다. 쿠팡·딜리버리히어로와 달리 경쟁사들에 비해 더 많은 수익을 내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것이 목표인 사모펀드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지분 구조로는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배달업계 다른 관계자는 “요기요 쪽에서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고 결단을 내린 부분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다만 업계 최저라고 내세우기에는 타사와 기본 수수료율이 0.1% 수준으로 크지 않고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음식 가격 인상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어서 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요기요 관계자는 “신규 요금제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라며 “수수료율을 낮추면 매출이 좀 줄어들 수 있지만 기존에 비용을 효율화하면서 손실을 줄여간 부분이 있어 충분히 감당이 가능하다. 수수료율을 낮춰 점주님들과 상생을 도모하게 되면 단계적으로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