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세종시 아파트서 숨진 채 발견…야권 “진상 규명에 앞장설 것” 목소리 높여
A 씨 사망에 대해 경찰 조사가 시작됐지만 9일 대전지검이 범죄 혐의점이 없고 유족들 입장을 고려해 시신 부검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세종 남부경찰서도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
A 씨는 권익위에서 부패방지국 국장 직무 대리로 근무하며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제도와 청렴 정책과 청렴조사평가, 부패영향분석, 채용비리 통합신고 등을 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해왔다. 특히 청탁금지법 담당 부서의 운영 책임자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응급 헬기 이용 사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민원 사주 의혹 사건 등의 조사를 지휘했다.
민감한 사안을 다루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지는데 A 씨는 지난달에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했다. 또 최근 권익위가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주위에 업무 과중을 호소했다고도 전해진다.
A 씨의 사망을 두고 정치권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8일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고인의 죽음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고인의 유가족과 동료들이 2차 가해를 당하지 않도록 힘쓰겠다”며 “민주당이 진상 규명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고인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면서 자랑으로 여겼을 국가권익위라는 조직을 윤석열 정권이 망가뜨렸다”며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씨 한 사람을 위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공공의 이익을 실현해야 하는’ 공무원들에게 고통과 모멸감을 안긴 사람들은 고인의 죽음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밝혔다.
9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의 무도함이 끝내 아까운 한 공무원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도덕적 양심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공무원들이 곳곳에서 고통받고 있을 것이다. 검사들이 김건희 여사 앞에 불려가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뺏기고 수사했다고 하니 권익위야 오죽했겠느냐”고 말했다.
8일 오후부터 A 씨의 지인들의 인터뷰가 각종 매체를 통해 단독 보도되면서 화제성을 더욱 키웠다. JTBC는 A 씨가 생전에 지인에게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고 있어 괴롭다”는 취지의 호소를 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JTBC는 A 씨가 6월 27일 지인과 통화 당시 “권익위 수뇌부 인사가 이 사안을 종결하도록 밀어붙였고, 나의 생각은 달랐지만 반대할 수 없었다. 심리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시기적으로 볼 때 6월 27일은 A 씨가 조사 지휘를 했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신고 사건을 권익위가 “위반사항 없다”고 종결한 6월 10일부터 보름여 뒤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8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JTBC 단독 기사를 링크하며 “형언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밝혔다.
한겨레에서도 관련 보도가 나왔다. A 씨의 지인은 8월 6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는데 여기서 A 씨는 ‘최근 저희가 실망을 드리는 것 같아서 송구한 맘입니다. 참 어렵네요’라고 심경을 밝혔다. 지인이 건강을 챙기라고 답하자 A 씨는 ‘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힘드네요’라고 적었다.
또 A 씨의 지인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6월 27일엔 A 국장이 술자리에서 전화를 걸어와 ‘권익위 수뇌부에서 김 여사 명품 가방 사건을 종결하도록 밀어붙였다’는 취지로 괴로움을 토로하며 ‘내 생각은 달랐지만 반대할 수 없었다. 힘들다’고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권익위에서 A 씨와 함께 근무한 관계자 B 씨의 증언도 나왔다. CBS 노컷뉴스는 B 씨가 “최근 A 국장이 전화를 걸어와 ‘(명품백 신고 사건) 처리가 너무 잘못돼서 걱정이다.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귄익위는 6월 10일 ‘김 여사가 명품백 수수’ 사건을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며 종결 처리했는데 의결권을 가진 야권 성향 권익위원들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반대 의견을 개진했고, 일부 위원은 의결서 서명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의결서에 서명을 받는 것이 A 씨의 업무였다. CBS 노컷뉴스는 B 씨가 “국장으로서 (서명 거부)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려웠고, 그 결정(무혐의 종결) 자체로 엄청나게 비난을 받는 것에 괴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B 씨는 A 씨가 사건 당사자와 이해관계에 있는 위원들은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라 스스로 회피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은 부분에 절차상 이의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CBS 노컷뉴스는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인 유철환 권익위원장과 20대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김태규 부위원장(현 방통위 부위원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