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불법” vs 검찰 “적법” 공방…3년 전 공수처 통신조회 당시 윤석열 “통신 사찰” vs 이재명 “사찰 아냐”
#정치권 "수천 명 달할 수도"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등 야당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의 통신조회를 한 사건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보도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대선 여론조작 사건이다.
이재명 전 대표는 8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신 조회가 유행인 모양인데 제 통신기록도 (조회됐다)”며 통신이용자정보가 제공됐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 캡처 화면을 올렸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가 1월 4일 수사 목적으로 이 전 대표의 성명과 전화번호 등 통신이용자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야당 정치인들과 언론인들 사이에서 ‘통신조회를 당했다’는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규모가 수천 명에 달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즉각 입장을 내고 ‘적법한 절차의 수사’라고 설명했다. 수사 대상자의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는 것이다. 또 조회 7개월 내에 이 사실을 공유한 것 역시 ‘법을 지켰다’는 입장이다.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하면, 30일 이내에 통신이용자정보 조회 사실을 당사자에게 통지하게 돼 있지만 3개월 이내에 2회에 한해 통지를 유예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법적으로 정해진 최대 7개월 시한을 지켜 통보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 조회한 자료 속 내용은?
검찰이 이번에 조회한 것은 ‘통신이용자정보’다. 가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담고 있다. 보통 수사 초반 핵심 관계자의 통화기록을 확보해 통화가 이뤄진 상대방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검찰 역시 “수사 대상자의 통화내역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가입자를 조회한 것”이라며 “사건과 관계없는 것으로 보이는 통화 상대방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이용자정보’는 ‘통신사실확인자료’보다 절차가 단순하다. 통화기록을 상세하게 담고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는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야 진행이 가능하지만, 단순 정보 확인 차원인 통신이용자정보는 검찰 판단만으로도 통신사를 통해 조회가 가능하다. 통상 검찰은 피의자나 핵심 관계인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입수한 뒤 해당 인물과 통화한 상대방 번호를 하나씩 확인해 범죄 사실과 관련된 인물만 추려 다시 통신사실확인자료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실관계를 정리한다. 검찰 안팎에서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는 반발이 나오는 지점이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기업인과 달리 정치인들은 통화 기록이 많고, 댓글 조작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의 경우 하루에 100통도 넘는 정치인의 통화를 일일이 누구와 했는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 핵심 당사자와 통화를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다면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는 당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정치권 향해 볼멘소리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소속 의원 등 135건의 통신자료를 조회하자 당시 윤석열 후보는 “제 처와 누이동생까지 통신 사찰을 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전 대표는 통신 조회 문제에 대해서 “법령에 의한 행위를 사찰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수사가 ‘누구’를 향하고 있느냐에 따라 통신기록 조회가 정치권의 검찰 비판 프레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치권에서 꾸준히 비판을 하면서 여러 법령들이 구비된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이런 비판들은 검찰의 수사를 지연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전에는 수사기관이 통신 조회를 한 뒤 당사자에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았지만 2년 전 헌법재판소가 사후 통보 절차가 없는 통신자료 조회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그나마 30일 이내, 최대 7개월 안에는 통보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헌재는 그러면서도 통신자료 조회에 대해 영장주의 도입까지는 필요없다고 판단했다.
#민주당 계속될 공세는 ‘변수’
민주당은 8월 6일에도 검찰의 통신기록 조회를 놓고 맹공을 이어갔다.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 주변에 검찰의 통신 조회 문자를 받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보이스 피싱 아니냐'는 말이 나돌 정도”라며 “군사독재정권에서나 있었던 무차별 민간인 사찰”이라고 비난했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검찰은 가입자 정보만 조회했다고 하지만 통화 내역과 연결되면 누가 누구랑 통화하고 언제 통화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생성되기 때문에 대규모 사찰 정보가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통신이용자정보 조회 여부에 대한 의원실 전수조사를 마치고 당 차원의 법적 대응도 추진할 방침이다. 검찰의 수사권 박탈을 추진 중인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에 ‘검찰 공세’의 빌미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검찰 안팎에서 나오는 대목이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검사 탄핵소추 관련 청문회를 오는 14일 진행한다. 증인으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던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 씨, 이원석 검찰총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 채택됐다. 검사 탄핵 추진에 맞춰 검찰 관련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지점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우리 국민 대다수는 ‘불법 사찰’이나 ‘무단 조회’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어감을 가지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이를 활용하면 검찰이 무조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며 “법을 지켰다고 설명해도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 개인정보 노출에 예민해 하는 국민들이 비판적일 수밖에 없는데, 민주당에서 이를 활용해 검찰 개혁의 동력으로 삼으면 검찰이 어떻게 방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