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전용주차구역 지상·출입구 근처 설치” 지침 발표···부산시, 기장군 외 별다른 대응책 없어
최근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전기차 화재도 증가 추세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총 160건에 달했다. 특히 아파트를 비롯한 다중이용시설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018년 0건에서 2023년 10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런 흐름에 방점을 찍은 게 이번에 발생한 청라국제도시 지하주차장 화재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무려 700여 대의 차량이 자차보험처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상에서는 배터리 실명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다른 무엇보다 지하에 설치된 충전소에 대한 우려로 갑론을박이 오간다.
그런 가운데 부산시와 경남도가 이번 사고 이후 대책 마련에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경남도는 전기차 전용주차구역을 지상 또는 출입구 근처에 설치하도록 하는 지침을 발표했지만, 부산시는 일부 산하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시 차원에서의 대응책을 아직 마련해 놓지 않은 상태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산 전역에는 2만 2580여 곳의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 있다. 이 중 지하에 설치된 충전소는 약 7100여 곳에 이른다. 충전소 3개 중 1개가 지하에 있는 셈이다.
실제 부산시청 맞은편에 자리한 A 주상복합아파트는 대부분의 전기차 충전시설이 지하 5층에 설치돼 있으며, 마린시티에 있는 80층 규모의 B 아파트는 지하 5층에만 입주민을 위한 전기차 충전시설이 있다. 해운대구의 한 대기업 계열 숙박시설에도 지하 3층에 충전소가 집중돼 있다.
A 주상복합아파트 주민 C 씨는 “이번에 인천에서 화재가 발생한 차량과 동일한 벤츠 EQE 모델이 충전소에 주차된 모습을 보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기존 충전시설을 빨리 소방차 접근이 용이한 지하 1층 정문과 후문 주위로 옮기길 바란다. 아파트 자체적으로 이전하려고 들면 주민들 간에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으니, 지자체가 가이드라인을 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산하 지자체 가운데에서는 기장군이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군은 공동주택관리지원 사업을 확대해 전기차 화재 예방·대응을 위한 안전시설물을 구입하고 설치비용을 지원키로 했다. 군은 내년 본예산 편성 시 사업 예산을 3억 원 추가한 총 10억 원을 확보해 전기차 충전시설의 지상이동과 화재진압을 위한 질식소화포 구입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종복 기장군수는 “이번 지원사업 확대로 전기차 화재로부터 안전한 주거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효과적인 전기차 화재 대응을 위해 신규 설치되는 전기차 충전시설은 지상에 설치할 것을 권고 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8월 12일과 13일 연달아 관계 부처 차관이 참석하는 전기차 화재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소방력을 투입하기 어려운 지하에는 충전시설 설치를 금지하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