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비용 투입 부담 ‘쿠팡’ 소비자 이탈 방지 포석…국내 식품 소비 둔화 ‘CJ제일제당’도 채널 다변화 필요
지난 8월 14일 쿠팡과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 김치 등 냉동·냉장 및 신선 제품을 로켓 배송으로 배송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9월 말까지 햇반과 스팸 등 상온 제품까지 거래 품목을 늘리기로 했다. 쿠팡은 CJ제일제당 물품을 직매입해 고객에게 판매한다. 고객이 CJ제일제당의 주요 제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배송을 받을 수 있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2022년 말 햇반 마진율 협상에서 갈등을 빚었다. 쿠팡이 CJ제일제당에 납품가를 낮추고 공급 물량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CJ제일제당이 이를 거부한 게 발단이었다. 그러자 쿠팡은 햇반 등 CJ제일제당 물품 발주를 중단했다. 이른바 ‘햇반 전쟁’이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이 납득하기 어려운 마진율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쿠팡은 CJ제일제당이 먼저 납품가를 올리고 약속된 발주 물량을 지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거래 중단 후에도 양사는 물밑에서 협의를 이어왔지만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CJ제일제당은 쿠팡 대신 네이버쇼핑·신세계·컬리·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다른 유통업체들과 ‘반 쿠팡 전선’을 구축했다. 예컨대 지난해 6월 CJ제일제당은 신세계그룹 3사(이마트·SSG닷컴·G마켓)과 파트너십을 맺고 협업 상품을 판매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중국 e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하기도 했다.
이번 거래 재개는 쿠팡이 CJ제일제당에 먼저 손을 내밀면서 성사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쿠팡 입장에서는 실적 반전의 계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2분기 쿠팡은 2500만 달러(약 342억 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 2022년 3분기 첫 영업흑자(1037억 원)를 낸 이후 8개 분기만의 적자다. 공정위가 부과할 과징금 1억 2100만 달러(약 1630억 원)를 판매관리비 선반영한 영향이 작용했다. 앞서 지난 8월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 순위 알고리즘 조작 등으로 자체 브랜드(PB) 상품에 특혜를 줬다고 판단해 과징금 1628억 원을 확정했다.
특히 올해 2분기 성장사업 부문의 조정 에비타 손실(EBITDA·상각전 영업손실)은 2740억 원을 기록했다. 성장사업 부문에는 쿠팡이 인수한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 대만 사업, 쿠팡이츠 사업이 포함된다. 조철휘 한국유통포럼 회장은 “적자인 파페치나 대만 사업 등에는 당분간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다”며 “돌파구를 찾으려면 브랜드력이 있고 고객이 많이 찾는 CJ제일제당의 물건을 갖다 놓는 게 쿠팡 입장에서는 중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쿠팡은 e커머스 시장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는 평가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쿠팡의 e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24.5%로 1위다. 하지만 기존 회원들이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태다. 8월 7일부터 쿠팡은 와우 멤버십 회원의 월 회비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다. 게다가 중국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도 쿠팡을 추격하고 있다.
CJ제일제당도 쿠팡과의 협력 재개가 이득이다. CJ제일제당의 올해 2분기 식품사업부문 매출은 지난해 2분기 대비 1% 줄어든 2조 7051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8% 감소한 1359억 원이었다. 이경신 im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국내 가공식품은 계절적 비수기 및 경기둔화 영향으로 물량 측면의 개선 폭이 이전과 비교해 다소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 입장에서도 채널 다변화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조철휘 회장은 “CJ제일제당 같은 식품 제조사도 채널을 다양화해 물건을 많이 파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