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시 넘어졌다”더니 집 정문으로 좌회전하다 꽈당…최종 이동 거리와 경로 확인 마친 경찰 소환 임박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의 음주운전 논란에 대해 슈가와 소속사 빅히트 뮤직의 해명을 두고 ‘거짓 해명’ 논란이 불거졌다. 객관적인 상황을 놓고 보면 거짓 해명보다 축소 해명에 더 가까워 보인다.
전동 킥보드와 전동 스쿠터의 가장 큰 차이점은 형사처벌 여부다. 전동 킥보드는 음주운전을 해도 형사처벌에서 제외되지만 전동 스쿠터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사법처벌을 받는다. 사법처벌에 영향을 미치는 거짓 해명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여론은 ‘축소 해명’ 정도로 받아들였다. 빅히트 뮤직의 해명처럼 ‘안장이 달린 형태의 킥보드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여론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축소 해명’ 논란은 이동거리였다. 음주운전 적발 다음 날인 8월 7일 슈가는 방탄소년단 커뮤니티 위버스에 올린 사과 글에서 “어제 밤 식사 자리에서 술을 마신 후 전동 킥보드를 타고 귀가했다. 가까운 거리라는 안이한 생각을 했다”고 밝혔으며 같은 날 빅히트 뮤직 역시 공식입장을 통해 “음주상태에서 집으로 귀가하던 중 헬멧을 착용한 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이용해 500m 정도 이동했다”고 밝혔다.
8월 7일 JTBC ‘뉴스룸’이 슈가가 서울 용산구 한남고가차도의 강북 방향이 끝나는 지점에서 촬영된 CCTV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 지점부터 슈가의 집까지 직선거리는 500m가량이다. 하지만 직선거리와 달리 이동거리는 훨씬 길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동스쿠터는 인도로 다니는 것이 불법이라 차도만 놓고 이동거리를 계산하면 유턴까지 해야 해 2km가 넘는다.
이 부분은 슈가 측 해명이 사실로 드러났다. JTBC가 공개했던 CCTV 영상 속 전동 스쿠터 운행자는 슈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슈가의 실제 이동 방향이 반대인 데다 슈가가 탄 전동 스쿠터와 모양도 다르다. JTBC 측은 해당 CCTV 영상을 삭제했다. 동아일보가 경찰 등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6일 밤 9시께 슈가는 한남오거리 인근 식당에서 식사하며 술을 마셨다. 그리고 바로 귀가하지 않고 인근 개인 작업실로 같이 이동해 이어서 술을 마신 뒤 밤 11시께 작업실에 있던 전동 스쿠터를 타고 귀가했다고 한다. 슈가의 개인 연습실에서 집까지 거리가 500m가량이다.
한편 8월 13일 연합뉴스TV가 슈가의 음주운전 CCTV 영상을 공개하면서 슈가가 집 앞이 아닌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거리에서 인도를 달리다 경계석을 들이받고 넘어졌다고 알려지면서 다시 거짓 해명 논란이 제기됐다.
사고 당시 정황에 대해 슈가는 사과글에서 “집 앞 정문에서 전동 킥보드를 세우는 과정에서 혼자 넘어지게 되었다”고 밝혔으며 빅히트 뮤직 역시 공식입장을 통해 “주차 시 넘어졌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무사히 집 앞에 도착해 주차 과정에서 넘어진 것을 사고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인도에서 주행 중에 경계석을 들이받은 사고였다면 ‘거짓 해명’이 된다.
문제는 슈가가 전동 스쿠터를 타고 인도로 주행했다는 부분이다. 슈가나 빅히트 뮤직은 해명에서 인도로 주행했는지, 차도로 주행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해명을 두고 축소나 거짓을 언급할 대목은 아니다. 다만 전동 스쿠터의 인도 질주는 불법이다.
슈가가 음주 상태로 전동 스쿠터를 타고 인도를 질주한 시간은 밤 11시에서 11시 10분 사이로 인도를 오가는 행인들이 있는 시간대다. 여느 자동차의 음주운전과 마찬가지로 큰 사고가 벌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다만 동아일보가 공개한 CCTV를 보면 슈가가 전동 스쿠터를 타고 인도로 주행했지만 ‘질주’라고 볼 만큼 빠른 속도로 운행하진 않은 듯하다. 음주상태라는 점에서 사고 위험은 분명 존재하지만 인도를 오가는 행인에 위협이 될 만큼 빠른 속도로 난폭하게 운행을 하진 않았다.
당시 경찰 조사에 대해서도 슈가는 “주변에 경찰관 분이 계셔서 음주 측정을 한 결과 면허취소 처분과 범칙금이 부과됐다”고 밝혔고, 빅히트 뮤직은 “주변에 계시던 경찰을 통해 음주 측정을 한 결과 범칙금과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렇게 사건이 종결된 것처럼 밝혔지만 실제로는 음주운전으로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빅히트 뮤직은 뒤늦게 “현장에서 경찰의 음주 측정에 응한 뒤 바로 귀가 조치됐는데 향후 절차가 남아 있다는 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해당 사안이 종결된 것으로 잘못 인지했다”고 밝혔다.
그날 밤 경찰 조사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경찰은 당시 사고 현장에서 슈가가 BTS 멤버임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본명인 민윤기로 조사가 이뤄졌다. 당시 슈가는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잠깐 운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만취 상태라 경찰은 음주 측정만 한 뒤 귀가 조치했다고 한다.
슈가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인 0.08%를 훨씬 웃도는 0.227%, 당연히 만취 상태였다. 도로교통법상 혈중알코올 농도가 0.2%를 넘으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 받는다. 가능성은 적지만 실형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재 경찰은 당시 슈가의 최종 이동 거리와 경로에 대한 확인을 마친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 수사를 통해 슈가와 빅히트 뮤직의 해명이 어디까지 진실이며 어느 정도 축소됐는지 등이 드러날 전망이다. 현재 경찰은 슈가 측과 경찰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