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방망이 뽐내며 생애 첫 월간 MVP 선정…“포수로 최다 출장은 자부심”
강민호는 지난 7월, 생애 처음으로 KBO리그 월간 MVP로 선정됐다. 7월에만 타율 0.408(76타수 31안타) 11홈런 26타점 장타율 0.868을 기록했고, 홈런 1위, 타점 1위, 장타율 1위, 타율 3위에 올라 데뷔 20년 만에 첫 월간 MVP 수상자의 기쁨을 만끽했다.
강민호의 대단함은 야구의 여러 포지션 중 체력 소모가 가장 심한 포수로 리그 최고의 타격 성적을 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강민호를 향해 ‘회춘의 아이콘’으로 부르기도 한다. 8월 들어서도 여전히 뜨거운 타격감을 나타내고 있는 강민호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강민호는 8월 15일 현재 16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그런데 11개의 홈런이 7월에 나왔다. 42년 KBO리그 역사상 7월에 11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39세의 포수 강민호는 그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전반기에 부침이 있었다.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 컸는데 올스타 휴식기 동안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오면서 머리를 식히고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이후 후반기부터 갑자기 잘 풀리기 시작했다. 나이가 있는 편이라 시즌 중에는 웨이트 트레이닝보다는 수면 시간을 늘리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하루 9시간 이상 숙면을 취하는 것도 몸이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여름 내내 타격감이 좋은 강민호는 타격하기 전 공이 앞에 멈춰 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타격 훈련할 때 티바에 공을 올려놓고 치는 그 느낌이란 말도 덧붙였다.
“타격하는 순간 공이 멈춰 있는 듯해서 내가 방망이 치는 포인트를 갖다 놓고 스윙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런 느낌을 갖고 싶어 비시즌 동안 정말 준비를 많이 했는데 전반기에는 겨울 동안 훈련했던 게 성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전반기에 홈런이 4개밖에 안 나와 장타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하는 나이인가 싶기도 했다. 예상과 달리 외야로 공이 길게 뻗어가지 않았다. 시즌 초반 안타 20개를 칠 때 홈런 1개, 2루타 1개였고, 나머지가 1루타 18개였다. 그러다 7월부터 갑자기 장타가 터져 나왔다. 타격폼을 바꾼 것도 아닌데 장타가 나와 무척 신기할 따름이다.”
강민호는 고참, 베테랑 선수라는 타이틀이 남다른 책임감을 갖게 한다고 말한다. 최형우, 최정 등 각 팀의 베테랑 선수들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팀 분위기도 달라지기 때문에 강민호는 개인보다 팀에 도움이 되는 고참 선수가 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지금 내 위치에 안주하고 있다가 그냥 선수 생활을 끝낼 수도 있겠지만 후배들과의 경쟁을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후배들과의 경쟁에 당당히 임하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30대 초반만 해도 강민호란 선수는 당연한 주전 포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후배들과의 주전 경쟁을 해야 하는 위치다. 그 절박한 상황들이 내 마인드와 행동에 변화를 줬다. 경쟁에서 밀리지 말고 주전 자리를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에 비시즌 동안 더 많은 준비와 노력을 기울였다.”
2004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했던 강민호는 2017년 4년 총액 80억 원에 FA 계약을 맺고 삼성으로 이적했다. 지난 3월 강민호는 LG전에서 통산 2238경기에 출장해 KBO리그 최다 출장 기록(종전 박용택 2237경기)을 갈아 치웠다. 강민호는 최다 출장 기록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이 기록이 의미가 있는 게 포지션 변경을 하지 않고 포수로 최다 출장 기록을 경신했다는 점이다. 이게 내 자신한테 엄청난 동기부여를 제공한다. 어떤 해설위원께서 내게 메이저리그의 명포수인 이반 로드리게스의 2500경기 출장 기록을 깨보라고 하셨는데 그 기록을 포수로 도전해보고 싶은 게 또 다른 목표다.”
프로 데뷔 21년 차인 강민호의 또 다른 장점은 몸에 맞는 볼 160개로 역대 8위에 올라 있음에도 그동안 큰 부상이 없었다는 점이다. 강민호는 이와 관련해서 부모님으로부터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 같다며 자세를 낮춘다.
“몸에 맞는 볼은 아무리 선수 경험이 많아도 여전히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2011년 LG에 레다메스 리즈라는 투수가 있었는데 그 투수의 볼이 내 어깨를 스치면서 턱을 맞춰 그라운드에 쓰러진 적이 있었다. 이후 턱이 부어 올라 3일 동안 밥을 씹지 못했다. 그럼에도 경기 출전을 강행했다.”
2024시즌 KBO리그는 컴퓨터가 스트라이크와 볼을 결정하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시행하고 있다. ABS가 시행되는 첫 시즌이다 보니 시즌 초반에는 투수, 타자, 포수 등 다양한 포지션의 선수들이 ABS 관련된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포수는 심판의 눈을 속여 볼을 스트라이크로 판정받도록 미트를 잘 움직이는 프레이밍 능력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돼 자리를 잡기까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강민호는 이런 ABS와 관련해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처음에는 사람이 하는 스포츠를 기계가 판정한다는 게 잘 납득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심판 판정 상황에서 야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ABS가 시행되는 걸 보면서 오히려 이런 판정이 더 공평할 수도 있겠다 싶더라. 단 현재 KBO에선 구장들마다 판정 기준이 다 똑같다고 하는데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구장마다 조금씩 판정 기준이 다른 것 같다. 이 부분만 개선이 된다면 조금 더 완벽한 ABS로 변화돼 선수들도, 팬들도 좋아하고 납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
강민호는 20년 프로 생활동안 월간 MVP 후보에 오른 게 두 차례 정도였다. 그때는 젊은 나이였고, 한창 전성기 시절이었다면 지금은 불혹의 나이에 김도영(KIA)을 포함해 쟁쟁한 후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차이가 있다. 월간 MVP 발표 전에 이뤄진 전화 인터뷰에서 강민호는 자신보다 김도영의 수상이 유력하다고 예상했다.
“내가 김도영의 경쟁자는 아닌 것 같고, 월간 MVP는 김도영이 받을 것 같다. 단 김도영 이름 옆에 내 이름이 살짝 거론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7월 월간 MVP는 김도영이 아닌 강민호였다. 강민호는 기자단 투표와 팬 투표에서 2위 김도영을 제치고 생애 첫 월간 MVP 수상자로 선정됐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강민호를 향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선수”라며 강민호의 월간 MVP 수상을 축하해줬다.
강민호한테 선수 생활하면서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는 단숨에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답한다. 정규시즌 2000경기 이상을 뛴 18명의 선수들 중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출전 경험이 없는 이가 강민호다.
“정말 올해는 한국시리즈 냄새라도 맡고 싶다. 현재 우리 팀이 열심히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데 매 경기마다 위기를 겪으면서도 그 위기를 잘 풀어가고 있어 올해가 한국시리즈 냄새 맡기에 최적기가 아닐까 싶다. 이재현, 김영웅 등 나이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고 자리를 잡게 되면서 더 신바람을 내 야구하는 것 같다.”
냄새라도 맡고 싶다는 강민호의 한국시리즈 출전과 우승은 실현 가능한 일일까. 삼성은 8월 15일 현재 2위 LG와 1.5게임 차를, 1위 KIA와 5.5게임 차를 이루고 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