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미술시장 침체기 겪으며 갤러리 자구책 마련 중…관객도 작가의 활동 꾸준한 관심 필요
#미술시장의 양극화
외국 주요 갤러리와 경매사가 서울에 지점이나 사무실을 열면서 직접 거래하는 한국 컬렉터가 크게 늘었고, 이들 역시 한국 컬렉터를 발굴하고 유지하기 위해 열을 올려왔다. 시장이 어려워지면 양극화는 더 심해진다. 외국 갤러리 역시 최근 1년 동안 문을 닫은 곳도 늘고 있으며 인원 역시 감축하는 추세다. 작은 규모의 갤러리들은 판매 부진, 운영비 증가 등으로 경영이 어렵지만 갤러리의 프로그램(작가·전시·아트페어 참여 등 활동 전반)을 유지하고 더 많은 컬렉터를 확보하기 위해 큰 비용을 지불하고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한다.
아트페어 부스비는 적게는 수백만 원대부터 많게는 1억 원대다. 갤러리로서는 운송비, 항공료 등의 여비도 충당해야 한다. 아트페어 참여는 가장 돈이 많이 들지만 가장 효율적일 수도 있다. 갤러리는 아트페어에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컬렉터 확보와 온오프라인 프리뷰 제안 등 각종 전략을 세워 프리 세일, 즉 사전 판매에 집중한다.
#갤러리의 역할과 작가와 관계
작가와 컬렉터를 연결하는 매개자는 크게 갤러리와 경매사, 아트페어로 구분된다. 가장 주요한 매개자는 갤러리지만 아트페어에서 작가와 작품을 선정해 직접 매개하기도 한다. 팬데믹 이후 급증한 온라인 거래를 돕는 플랫폼, 전시 공간이나 전속 작가를 두지 않고 활동하는 개인 딜러나 어드바이저도 매개자다. 작가가 SNS를 통해 작품을 홍보하고 직접 판매하는 사례도 많다.
갤러리의 중요한 역할과 업무는 작가와 관련된다. 작가를 발굴하고 전시와 아트페어 등을 통해 협업하면서 갤러리와의 합을 살핀다. 이후 대부분 계약을 통해 전속 관계를 맺으며, 개인전을 개최하고 아트페어에 참여한다. 작가의 작품 판매 외에도 경력과 활동 전반을 관리한다. 작품의 주제와 방향도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작가의 경력이 축적되면서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활동을 홍보하며 국내외 미술관과 기관의 컬렉션에 작품을 제안한다. 또한 주요 미술인사에게 작가를 적극 프로모션해 주요 전시회나 출판물에 포함되도록 한다. 이렇듯 갤러리는 작가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조력한다.
작품 몇 점 위탁이나 전시 한 건으로 시작해 수십 년 또는 평생 한 갤러리와 전속을 맺는 작가도 적지 않다. 갤러리, 작가, 컬렉터 간 사이는 결국 인간관계이기에 생각보다 인정과 신뢰를 기반에 두고 이어지기 마련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가도 갤러리도 서로의 역할과 의무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 작가와 갤러리는 다양한 활동으로 정량·정성평가를 받고, 지속적으로 좋은 실적을 쌓아야 한다. 이를 통해 작품 가격이 우상향하는 게 이상적이다.
#느리지만 지속적인 활동
8월과 9월 부산비엔날레와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하고, 9월 초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가 개최되며 이를 전후해 미술관, 갤러리, 경매사가 일제히 전시나 행사를 개최한다. 미술시장 침체기를 거치면서 갤러리가 아트페어를 취사선택해 비용을 줄이기도 했다. 이전하거나 폐업하는 곳도, 공간을 줄이거나 반대로 확장한 곳도 있다. 당장의 가시적 성과는 크지 않더라도 미술시장 주체들은 각자의 활동에 꾸준히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다른 갤러리와 공동 전속이나 전시 등의 협업 움직임도 늘고, 작가의 국적과 성별과 성 지향성, 세대와 작품의 장르 및 주제 등에서 다양성의 범주를 세분화하고 있다.
시장이 호황이라고 휩쓸려 작품을 구매하거나 불황이라고 작품 구매를 꺼릴 필요도 없다. 그저 꾸준히 작가의 작품과 갤러리의 전시, 아트페어 등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 역시 관객의 중요한 역할이다. 아트페어와 비엔날레가 동시에 개최되며 한국 미술계에 이목이 집중될 9월, 떠들썩한 중심부뿐 아니라 주변과 구석의 움직임에도 집중해보면 어떨까.
이경민 미팅룸의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로, 국내외 미술시장과 미술산업 주체의 움직임에 주목해 다양한 매체와 기관을 통해 글을 기고하고 강의한다. 갤러리현대 전시기획팀에 근무했고, ‘월간미술’의 기자로 활동했다. 공저로 ‘셰어 미: 공유하는 미술, 반응하는 플랫폼’(스위밍꿀, 2019)과 ‘셰어 미: 재난 이후의 미술, 미래를 상상하기’(선드리프레스, 2021), ‘크래시-기술·속도·미술시장을 읽는 열 시간’(일민미술관, 미디어버스, 2023)이 있다.
이경민 미팅룸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