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상 우월 지위 없었고 사전 약정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안 받아들여져…GS리테일 “계약서 개선”
#판촉 행사 임의로 연장하고 비용 전가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는 지난 7월 18일 GS리테일이 공정위를 상대로 청구한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의 소를 기각했다. GS리테일은 공정위의 시정명령, 통지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공정위 손을 들어준 것이다. 소송은 지난 8월 9일 최종 확정됐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해 1월 GS리테일에 15억 8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GS리테일이 방송시간 전·후에 진행된 판촉 행사 비용 총 19억 7850만 원을 납품업자에게 전가했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은 2017년부터 2022년 11월까지 판촉 행사를 방송시간 전·후에도 임의로 연장했다. 판촉 행사는 자동응답시스템(ARS) 할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할인 등을 뜻한다.
방송시간과 방송시간 전·후 진행된 판촉 행사 비용은 GS리테일과 납품업자가 50 대 50으로 분담해 납부했다. 문제는 GS리테일이 납품업자와 판촉 행사 연장 관련 내용을 사전에 합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GS리테일과 납품업자가 맺은 판매촉진합의서에는 ‘방송시간 전·후에도 방송시간과 같은 조건으로 판촉 행사를 연장해 실시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다. GS리테일과 납품업자가 방송시간 전·후 판촉 행사 관련해 맺은 별도의 약정서도 없었다. 납품업자는 자신도 모르게 진행된 판촉 행사 비용까지 부담했던 셈이다.
공정위는 GS리테일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대규모유통업법에는 “대규모유통업자가 판촉 행사를 실시하기 전 판촉 행사 비용의 부담을 납품업자와 약정하지 않았다면 이를 납품업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며 “판촉 행사 비용 약정은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가 각각 서명하거나 기명날인한 서면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재판부 “홈쇼핑 대체 거래처 찾기 쉽지 않아”
GS리테일은 법적 다툼 과정에서 대규모유통업법상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납품업자 중에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GS리테일은 또 방송시간 전·후 판촉 행사와 관련해 납품업자와 사전 약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GS리테일이 납품업자와 체결한 판매촉진 합의서에 “상기 거래조건은 동일 상품코드에 대해 달리 합의한 바가 없는 경우 모바일 앱을 통한 주문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규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GS리테일은 판촉 행사는 납품업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납품업자가 자발적으로 대규모유통업자에게 요청해 다른 납품업자와 차별화되는 판촉 행사를 실시하는 경우 대규모유통업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법원은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대규모유통업법상 납품업자를 중소기업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대규모유통업자가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만 있으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 판결에는 국내 TV홈쇼핑 시장 구조가 영향을 미쳤다. 현재 7개 사업자가 국내 TV홈쇼핑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중 GS리테일의 시장점유율은 약 16.5%로 4위였다.
재판부는 “GS리테일 방송 프로그램에 자신의 상품이 편성되는지 여부 등이 납품업자들의 영업활동에 상당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홈쇼핑 사업은 제도적으로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 납품업자가 대체 거래처를 찾기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전 약정이 있었다는 GS리테일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매촉진 합의서에 적힌 문구를 방송시간 전·후 30분 동안에도 판촉 행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판촉 행사가 납품업자별로 특화돼 있다거나 납품업자에 따라 차별성이 있다고 볼 증거가 없고, 납품업자가 먼저 적극적으로 방송시간 전·후 30분간 판촉 행사 실시를 요청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홈쇼핑은 방송 시간이라는 일종의 자리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다”며 “감시 시스템이 잘 작동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GS리테일 관계자는 “공정위 처분에 대한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며 “해당 사건은 판촉 행사 관련 명확한 서면합의 절차에 대한 것이었다. 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지난해 계약서 개선을 통해 이를 보완했다”라고 답했다.
몽골 법인 또 출자…GS25 해외 사업 주목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지난 7월 몽골에서 GS25 사업을 벌이는 ‘Digital Concept LLC’에 18억 원을 출자했다. 해당 법인은 GS리테일이 2021년 몽골 현지 업체와 세운 합작법인으로 GS리테일이 지분 10%를 보유 중이다. GS리테일은 이 법인에 2021년 4억 4100만 원, 2022년 18억 원, 2023년 12억 2600만 원을 출자한 바 있다. 몽골 GS25 점포는 지난 6월 말 기준 가맹 5개점을 포함해 총 276개점이다.
GS리테일은 2018년 베트남 현지 업체와 합작해 세운 ‘GS RETAIL VIETNAM JV LLC’ 지분 30%도 보유 중이다. 베트남 GS25 점포는 지난 5월 가맹 35개점 등 300개점을 돌파했다. 이처럼 GS리테일이 해외 사업 확장에 나서는 것은 국내 편의점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에는 점포가 워낙 많다 보니 점포당 매출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동남아시아는 신생 시장인 데다 우리나라와 친숙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몽골과 베트남 법인 매출은 721억 원, 855억 원으로 2022년(331억 원, 699억 원) 대비 각각 117%, 22% 증가했다. 다만 몽골 법인의 순손실은 2022년 131억 원에서 2023년 160억 원으로 22% 늘었다. 같은 기간 베트남 법인의 순손실은 88억 원에서 21억 원으로 76% 줄었지만 적자 상태인 것은 마찬가지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는 “바잉 파워(구매력)를 갖추려면 점포수가 꾸준히 유지돼야 한다. 한 번에 체계적으로 상품을 실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GS리테일 관계자는 “몽골 법인 출자는 사업 운영 목적”이라며 “국내에서는 신규 택지와 변화되는 상권 등 입지에 출점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