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원가율에 영업이익 발목, 사업 철수 소문도…DL이앤씨 “사실무근, 시장 상황에 맞게 비중 변화”
#DL이앤씨, 서울 지역 재건축 입찰 포기
DL이앤씨의 실적이 기대치를 밑돈 것은 매출원가율 때문이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매출원가율이 높으면 영업이익률은 그만큼 낮을 수밖에 없다.
DL이앤씨의 주택부문 원가율은 1분기와 2분기 모두 93%를 기록했다. 경쟁사들은 대부분 1분기 90~92%의 주택 원가율을 기록했다가 2분기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DL이앤씨가 유독 원가율 개선이 더딘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DL이앤씨의 주택부문 원가율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91~92%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DL이앤씨 매출에서 주택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는다. 이에 따라 DL이앤씨 주택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546억 원에서 올해 2분기 153억 원으로 71.96% 감소했다. DL이앤씨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라도 주택부문 원가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
심지어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DL이앤씨가 주택 사업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당초부터 이익률이 낮은 주택 사업에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DL이앤씨에 각종 논란이 이어지자 국내 사업을 축소하고, 해외 플랜트 위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한다는 소문이다.
DL이앤씨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해욱 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재 청문회’에 출석했다. 당시 이 회장은 사태 재발을 막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지난 5월 울릉공항 공사 현장에서 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DL이앤씨에서 발생한 9번째 사망 사고였다.
실제 DL이앤씨의 주택사업 비중은 줄고 있다. DL이앤씨 전체 매출에서 주택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분기 68.80%에서 올해 2분기 61.44%로 7.36%포인트(p) 줄었다. 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DL이앤씨 주택본부 직원 수는 △2022년 말 2724명 △2023년 말 2590명 △2024년 6월 말 2418명으로 줄었다.
DL이앤씨는 주택 사업 철수 소문을 부정하고 있다. 단지 향후 주택 시장 전망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수주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DL이앤씨는 서울 송파구 삼환가락, 용산구 용산산호, 강남구 도곡개포한신 등 재건축 사업장 입찰을 포기했다. 공사비 증액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수적 입장을 견지한 것이다.
이러한 DL이앤씨의 행보를 놓고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는 보수적 경영 전략으로 업황 대비 늦은 성장이 예상된다”며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인데 업종 특성상 불가피한 일회성 비용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수주 확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도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한 경영 방침 아래 여전히 안정성 획득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며 “기업가치 저평가를 해소하기에는 아쉬운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DL이앤씨는 도시정비와 일반도급 위주로 수주하고, 디벨로퍼(자체 개발)는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DL이앤씨 자회사 DL건설도 공사비 미수 가능성을 대비해 하반기에도 충당금을 쌓는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다시 치고 나가기 위한 숨고르기?
DL이앤씨의 행보는 HDC현대산업개발(현산)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현산은 향후 주택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산은 오는 11월 4조 5000억 원 규모의 광운대 H1프로젝트를 분양할 예정이다. 현산은 최근 착공한 자체 주택 사업들도 하반기 매출에 반영할 전망이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산에 대해 “적극적인 용지 투자를 통해 차별적인 성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다수 증권사 연구원은 현산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DL이앤씨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이들도 있다. 현산 등 건설사들이 오히려 현재 부동산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한다는 지적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현산과 GS건설 주가가 양호한 것은 매출원가율이 80%대로 낮아졌고, 향후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는 곳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슈가 완전히 끝났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DL그룹 방침도 충분히 참고할 만한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도 “하반기에도 상반기만큼의 마진이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다수 기업이 보수적으로 답변했다”며 “2021~2022년 착공한 현장들이 종료돼야 이익률 개선도 가능할 텐데 이를 감안하면 2025년까지는 보수적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DL이앤씨가 향후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DL그룹은 최근 수년간 LG그룹 출신 인사 영입에 공을 들였다. 그간 DL이앤씨를 지휘해 온 배원복 대림 대표이사 부회장, 마창민 전 DL이앤씨 대표, 서영재 전 DL이앤씨 대표 등은 모두 LG그룹 출신이다.
하지만 서영재 전 대표가 지난 7월 사임한 후 DL그룹 출신이 경영을 맡게 됐다. DL이앤씨는 지난 8월 14일 주주총회에서 박상신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박상신 대표는 1985년 DL건설의 전신인 삼호에 입사한 ‘대림맨’이다. 박 대표는 주택 전문가다. DL이앤씨가 앞으로는 주택 시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DL이앤씨 관계자는 “갑자기 보수적이거나 소극적으로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과거부터 수익성 기반의 사업을 해왔다”며 “건설사는 주택, 플랜트, 토목 등 각 부문별 사이클이 다르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맞게 비중이 줄거나 늘어나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