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인하시 주담대 금리 인상으론 한계 전망…규제 강화 전 ‘막차’ 수요 부추길 수도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32% 오르며 2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8월 둘째 주 상승폭은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5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도 △7월 둘째 주 마이너스(-) 0.04% △7월 셋째 주 -0.03% △7월 넷째 주 -0.02% △8월 첫째 주 -0.02% △8월 둘째 주 0.02%로 이어지며 상승세로 전환했다. 지방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 역시 7월 넷째 주 -0.02%에서 8월 둘째 주 0.00%로 상승 전환했다.
집값 상승세는 가계대출 증가와 그 궤를 같이 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8월 1일부터 14일까지 보름 동안 4조 2342억 원 늘어났다. 올해 전체로 살펴보면 27조 5000억 원이 넘게 증가했다. 이 중 지난 7월에만 7조 1660억 원이 늘었다. 이는 은행들이 월별 대출 잔액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이래 최대치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 증가분의 약 70%가 정부에서 공급하는 정책대출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비수도권은 0.75%포인트(p), 수도권은 1.20%p가 가산된다. 금리를 높여 대출한도를 줄이면 가계부채 증가세에 제동이 걸리고 집값 상승세도 누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또 은행들로 하여금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 수요를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지만 가산금리를 높이면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대출 수요 증가를 막을 수 있다. 은행들도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을 높일 수 있어 가산금리 인상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DSR 강화와 대출금리 상향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집값 상승세는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전세 대출과 정책 대출이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집값을 끌어올린 주요 정책 대출로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있고, 올해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꼽힌다. 이러한 정책 대출의 특징은 정부가 금리를 정한다는 것이다. 정책 대출 역시 최근 금리가 높아졌지만 민간 대출보다는 현저히 낮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여도 정책 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한 차례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가산금리만 높이는 방식도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정하는 모양새다. 다만 전세대출과 정책대출에 DSR을 적용하면 서민 실수요자 부담이 커지는 만큼 일단은 실행 가능성만 점검하기로 했다.
조정대상지역을 추가로 지정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은 서울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뿐이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취득이나 양도소득세, 종부세 같은 다주택 규제와 관련돼 세 부담이 강화된다. 다만 섣불리 조정대상지역을 지정하면 비규제지역으로 집값 상승을 확산시키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과감한 가계대출 규제 시행을 주저하면서 ‘막차 탑승’ 수요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규제 시행 전 계약을 체결하면 새로운 규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규제가 다시 고강도로 시행되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줄곧 유지해온 주택관련 규제 완화와 충돌한다. 자칫 정부가 집값 상승을 부추긴 것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정부가 지난 8·8 대책에서 과세를 통한 수요 억제보다는 빌라 매입 확대와 재건축 규제 완화 등 공급 확대 방안에 무게를 두었던 이유도 이 같은 비판을 걱정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집값 상승의 원인인 전세 사기와 공급 부족 우려를 겨냥한 8·8 대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높지 않다. 빌라와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좁혀지면 서민들은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린밸트 해제 등을 통한 신축 아파트 공급 대책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3년 후로 예상되는 공급 절벽을 막기는 어렵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20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 8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8로 전월보다 3p 상승했다. 이는 2021년 10월(125) 이후 최고치다. 집값 상승세가 절정이던 2020년 12월에는 132였다.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 4년 만에 신기록 경신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주담대 금리 상승은 금융사만 배불리는 꼴?
올해 하반기 금융회사들이 실적 잔치를 벌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지난 8월 22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14조 100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2조 6000억 원으로 11.0%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자이익은 29조 4000억 원에서 29조 8000억 원으로 늘었다. 29조 8000억 원의 이자이익은 역대 최대 수치다.
이자이익 증가에도 순이익이 줄어든 것은 비이자이익이 줄었고,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충당부채 적립으로 영업외손익에서 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올해 상반기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평균 1.2%포인트대를 기록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이자수익 증가세가 뚜렷하고, 최근 가산금리의 잇따른 상승으로 순이자마진 개선이 예상된다. ELS 부실 등 충격 변수도 이미 상반기에 다 반영한 점을 감안하면 이변이 없는 한 하반기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증권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자기자본 2조 원 이상 10대 증권사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3조 8398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4조 7276억 원으로 늘었다. 증권사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채권금리다. 채권금리가 하락하면 보유한 채권가격이 상승해 평가이익이 발생하고, 회사채 등을 통한 조달금리는 하락한다. 국고채 3년 금리는 올해 상반기 3.2~3.7% 수준이었지만 하반기 들어 2%대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하락을 시장이 미리 반영한 모양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