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보석 청구 받아들이면 집행유예, 안 받아들이면 징역형 받을 가능성 높아
이제 어느 정도 1심 시간표는 완성돼 가고 있다. 9월 30일로 결심 공판일이 잡혔으니 10월 말에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통상 1심 재판은 결심 공판 이후 한 달여 뒤에 선고 공판이 열린다.
형사 재판에서 결심공판은 검찰의 구형이 이뤄지는 공판으로 이날 피고인 측은 최후변론을 한다. 그리고 재판부가 한 달여 뒤로 선고 기일을 지정한다. 선고공판은 재판부의 선고가 이뤄지는 기일이다.
김호중 재판은 여기에 한 가지가 추가됐다. 8월 21일 김호중 측이 보석을 청구했는데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가 김호중의 보석 심문기일을 9월 30일 오전 10시로 잡았다.
9월 30일 오전 10시에는 이미 결심공판이 잡혀 있다. 따라서 검찰 구형과 피고인 측 최후변론, 재판부의 선고 기일 지정 등과 함께 보석 심문도 이뤄진다. 따라서 김호중 측의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호소와 보석 허가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검찰 측 반박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호중은 두 번째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해 유죄 판결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실질적인 관심사는 양형이다. 현재 김호중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과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형법상 범인도피교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황이다.
위험운전치상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도주치상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사고후미조치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범인도피교사는 ‘5년 이하의 법정구속형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자칫 김호중이 1심 선고에서 징역형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조계에선 변호인단의 전략에 집중되고 있다. 7월 10일에 열린 첫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와 전 아무개 본부장, 매니저 장 아무개 씨 등 3명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지만 김호중에 대해서는 “다음 기일에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8월 19일에 열린 2차 공판에선 김호중에 대해서도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한다”며 피해자와의 합의서를 제출했다. 피고인 전원이 검찰 측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해 더 이상의 법정 공방 없이 바로 9월 30일로 결심 공판이 잡힌 것이다. 이보다 앞선 8월 7일에는 피해자인 택시 기사가 법원에 “김호중을 선처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다.
변호인단은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는 방식이 아닌,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강조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졌으며, 피해자 측의 자발적인 탄원서도 법원에 접수된 상황이다. 또한 김호중에게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의 양형에서 유리한 요소들이 충분히 확보된 상황이다.
그리고 8월 21일 김호중의 변호인단은 보석을 청구했다. 사실 여론만 놓고 보면 좋은 전략은 아니다. 19일 2차 공판에선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한다”며 피해자와의 합의서를 제출하고 바로 이틀 뒤에 보석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원이 8월 12일 구속 기간 갱신을 결정했는데 열흘도 지나지 않아 이뤄진 보석 청구다. 한 연예관계자는 “구속 기간 갱신을 결정한 재판부가 보석 청구는 받아들일까 싶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상당한 노림수가 숨겨져 있다.
보석은 법률 용어 ‘보증 석방’의 약자로 법원이 보석금을 받거나 석방 보증인을 세우는 등을 조건으로 피고인의 구류를 풀어주는 일이다. 피고인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재판이 지나치게 장기화돼 구속 상태가 너무 길어질 때 재판부가 보석 신청을 받아들여 준다. 김호중의 보석 신청 사유 역시 발목 이상 등 건강 문제 때문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호중은 유치장에서 나올 때 다리를 절뚝였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보석이 로펌들의 주요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하고 있다. 선고를 앞두고 피고인이 보석을 신청해 재판부의 심증을 떠보려는 시도로 보석 청구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유죄일 지라도 집행유예를 선고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보석을 인용해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선고를 앞두고 보석 청구로 재판부 판단을 가늠해 보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전략이 100%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판부의 심증을 떠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라 로펌에서 자주 활용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어느 정도 재판부 판단이 나왔다 싶을 때 확인 차원에서 보석을 신청하는 것이 하나의 변호 전략이 됐다”며 “판사도 사람이라 재판 진행 과정에서 피고인이나 증인들에게 질문하는 것을 통해 어느 정도 심증을 추론하는데 이를 선고 전에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것 중 하나가 보석 신청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9월 30일 결심 공판과 함께 열리는 보석 심문에서 재판부가 보석 청구를 받아들일 경우 김호중이 1심 선고에서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추정할 수 있다. 양형이 벌금형 내지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 반면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 지지 않을 경우 김호중이 1심 선고에서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추정이 1심 선고에서 뒤집어질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어디까지나 재판부의 심증을 떠보는 수준의 전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