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불황에 잠재적 매수자들 잠잠, 내부 투자 지지부진…산은 “현재 따로 정해진 바 없어”
#컨테이너 시황 침체기 오나
글로벌 해상운임 상승 영향으로 HMM은 올해 상반기 총 4조 9933억 원의 매출과 1조 51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125% 증가한 수준이다. 3분기 실적 전망은 더 좋다. 3분기는 계절적 성수기이면서 지난 분기 높아진 운임이 실적에 반영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HMM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조 500억 원, 영업이익은 1조 881억 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MM의 주가는 8월 28일 종가 기준 1만 7380원으로, 52주 최저가(1만 3950원) 대비 25%가량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13조 183억 원에 달해 산은과 해양진흥공사의 HMM 지분 가치도 크게 늘었다. 양 기관의 HMM 보유 지분은 현재 61.25%(4억 5879만 주)로 지분 가치는 8조 원에 달한다. 하림그룹과 매각 협상 당시 거론되던 6조 원대 매각가(당시 지분율 57.9%)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의 몸값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HMM은 글로벌 선사 중 운임이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고정 가격으로 화물을 나르는 장기운송계약 비중이 낮아 시황에 따른 스팟운임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해상운임이 상승할 경우 가장 크게 이익을 볼 수 있지만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컨테이너 시황 침체기가 시작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운임 하락세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월 23일 컨테이너 운임 시황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097.63으로 전주보다 5.6% 하락했다. SCFI는 7월 5일부터 5주 연속 하락하다가 8월 16일에 잠시 올랐으나 곧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중동 홍해 후티 반군의 공격, 파나마운하의 흘수 부족으로 인한 통항 척수 제한, 북미 동안의 항만노조 파업 가능성 등 세계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글로벌 물류 공급망의 심각한 지연 이벤트에도 운임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제는 컨테이너 해운 시황이 점차 꺾이고 있는 전환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해상 물동량도 점차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법) 영향으로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의 현지 생산이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이 해외로 이전했던 생산시설을 다시 본국으로 이전하는 리쇼어링과 운송 거리가 짧은 주변 국가로 이전하는 니어쇼어링의 증가도 운임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운 시황이 좋아 보이지만 전쟁으로 인해서 잠시 반짝한 거지 연말만 돼도 국내외 선박 공급량 증가와 물동량 감소로 바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안정화가 된 다음에 매각을 다시 추진하려고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잔여 영구채도 부담이다. 산은과 해진공의 현재 HMM 지분도 잔여 영구채가 콜옵션 행사로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는 2025년 4월 이후에는 73.8%로 급등한다. 결국 불황기까지 정부가 HMM을 끌고 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HMM 매각이 지금까지 세 번이 무산됐다. 매번 해운 경기가 정점을 찍었을 때 비싸게 팔려고 하다 보니 이후에 가격이 떨어질 걸 예상한 잠재적 매수자들이 움직이지 않은 것”이라며 “좋을 때 팔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절대 못 판다. 최적의 호기는 호황 사이클이 돌아오기 직전이고 그때 ‘헐값 매각’ 논란이 일더라도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지적했다.
#‘관치 경영’ 한계 극복 가능할까
HMM을 둘러싼 경쟁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하팍로이드 탈퇴로 HMM이 속한 디얼라이언스 규모가 축소되면서 점유율이 위축됐으나 대체할 만한 동맹 선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글로벌 선사들이 공격적으로 선박을 발주하면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는 점도 HMM에는 부담스러운 요소다.
전세계 컨테이너 선대는 약 3000만 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수준이다. 이에 더해 MSC, 머스크, 완하이 등 글로벌 선사들이 선대를 계속 늘리고 있어 2027년까지 570만 TEU가 추가로 인도될 예정이다. 점유율 3%에 90만 TEU의 선대를 보유하고 있는 HMM 입장에서도 선대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선복량과 점유율이 낮은 HMM으로서는 운임 경쟁이 심화하면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HMM은 현재 2030년 컨테이너 선복량 150만 TEU를 목표로 중장기 선대 확충 계획을 수립한 상태지만 신조 발주는 미루고 있다. HMM이 곧바로 신조 발주를 하지 않는 것은 현재 신조선가가 고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리스 전문 회사인 씨스펜과 용선 계약을 통해 6~7척가량의 선박을 조달하려 했으나 씨스펜을 통해 중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했다는 지적에 이를 취소하기도 했다.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해상 환경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점도 숙제다. 스웨덴은 2029년까지 모든 타입의 스크러버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크러버는 배기가스 정화 시스템으로 선박에서 발생하는 총 황산화물 배출량을 줄여 대기오염을 막고자 고안된 장치다. 그러나 배기가스에서 유해한 황산화물을 걸러내고 남은 ‘세척수’를 물속에 방출하게 되면서 해양 오염을 일으킨다는 단점 때문에 전세계 항구에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구교훈 회장은 “우리나라 선사들이 선박 건조 비용을 줄이려고 스크러버 장착해서 규제를 피해가려고 했는데 앞으로는 그게 안 된다. HMM도 많이 달았는데 이제 그것도 대비를 해야 한다”라며 “HMM 매각은 빨리 해야 하고 늦을수록 손해다. 민간 기업이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를 해야 하는데 관치 경영으로 계속 의사결정 타이밍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산은 관계자는 “HMM 재매각 시기와 매각 가격은 관계 기관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결정할 사안으로 현재는 따로 정해진 바가 없다”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