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추구” 주장했지만 실상은 ‘사익 창출’ 목적…검찰 “피해자의 잊힐 권리도 침해해”
31일 창원지검 형사1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30대 유튜버 A 씨와 그의 아내인 30대 공무원 B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6~7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전투토끼'에 공무원 아내가 빼돌린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가해자로 지목된 일부에게는 "사과 영상을 보내지 않으면 가족의 신상을 공개할 것"이라고 협박, 강요한 혐의도 받는다.
A 씨의 아내 B 씨는 같은 기간 충북 한 지자체 소속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해당 사건 가해자를 포함한 수십 명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한 뒤 A 씨에게 제공한 혐의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년 전인 2004년 경남 밀양시에서 44명의 고교 남학생들이 1년 간 여중생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지역을 넘어서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줬다.
당시 검찰은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파악된 10명만 기소했으며, 이듬해 4월 울산지법이 기소된 10명을 "인격이 미성숙한 소년으로 교화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이유로 부산지법 가정지원 소년부에 송치했다. 결국 직접 가해자인 44명 전원이 이 사건으로 어떤 형사처벌도 받지 않은 채 흐지부지 마무리 된 것이다.
이 가해자들이 현재까지도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공분을 일으키며 사건은 20년 만에 다시 주목받았다. 이에 이른바 '정의구현' 유튜버들이 가해자들의 정보를 모아 폭로 방송을 이어가기 시작했고, 이 가운데 일부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뒤늦게나마 시인해 폭로 방송의 '순기능'이 새롭게 주목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익을 노린 유튜버들이 대거 난립해 자극적인 방송을 이어가면서 사건의 피해자가 이를 원했다는 것처럼 허위 주장을 하거나, 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이들이 가해자로 지목돼 생활에 큰 위협을 받는 일이 반복됐다. 실제로 이번에 구속 기소된 A 씨 역시 검찰 조사에서 피해자의 동의없이 콘텐츠를 게재해 사생활을 침해하고 2차 가해한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이를 '공익 추구'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으로도 유튜버들이 개인 수익 창출이 목적임에도 '사적제재'라는 명분으로 범죄 피해자의 잊힐 권리를 침해하고, 피해자와 그 가족은 물론 무고한 시민에게까지 고통을 주는 악성 콘텐츠를 유포할 경우 엄정대응할 것"이라며 "향후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