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게 터져” 관련 증언 잇달아…“컷오프 됐는데 무슨…” 용산 해명 논란 키워
9월 5일 뉴스토마토는 김건희 여사가 4·10 총선을 앞두고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지역구를 경남 창원의창에서 김해로 옮겨 출마하라고 텔레그램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5선 중진인 김 전 의원은 김 여사 권유에 따라 경남 김해갑 공천에 도전했으나 경선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컷오프 됐고, 이에 문자메시지를 동료 의원에게 직접 보여주며 분개했다고 한다. 보도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봤다’는 익명의 현역 국회의원 2명 증언을 인용했다. 문자 캡처본이 기사에서 제시되진 않았다.
김영선 전 의원은 “총선 승리를 위해 중진인 나와 조해진 의원이 험지인 김해로 갔던 것이다. 내가 ‘낙동강벨트 전선에 가자’는 아이디어를 내고 제안했다”며 “김건희 여사가 경남 현지 사정을 어떻게 알겠느냐”며 김 여사와 텔레그램을 주고받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야권은 김건희 여사의 ‘국정 농단’이라며 공세를 펼쳤다. 9월 5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기존 ‘김건희 특검법’에 공천 개입 의혹도 특별검사 수사 대상으로 새롭게 추가해 발의한다고 밝혔다. 기존 수사 대상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수수 사건 △채 해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이다.
9월 6일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보도가 사실이라면 중대한 국정농단 게이트”라며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통해 반드시 진실을 규명하고, 권력을 사유화하는 국정농단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추가 증언이 줄을 잇고 있다. 9월 5일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총선 당시 저희 당에서 ‘김 여사한테 텔레그램 받았다’고 자랑하고, ‘나는 여기 공천될 거야’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고 실제로 공천됐다”며 “그런 일이 실제로 존재를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김 여사가 실제로 그런 문자를 보냈다면 공천 여부와 관계없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9월 6일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 공천 개입설은 정치권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나 다름없었지만 터질 게 터진 것”이라며 “영부인이 당무와 선거에 개입했다면 명확한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조응천 개혁신당 총괄특보단장,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총선 전에 김건희 여사랑 김영선 전 의원이 텔레그램을 주고받았다는 걸 들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다만 9월 5일 이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 여사 총선 관여 의혹에 대해 “완결성이 떨어진다”며 “(공천 개입이 아니라) 선의의 조언일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해명은 논란을 더욱 키우는 모양새다. 9월 5일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의 공천 관여 의혹’ 보도에 대해 “공천은 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김영선 의원은 당초 컷오프(공천 배제) 됐었고, 결과적으로도 공천이 안됐는데 무슨 공천개입이란 말인가”라고 일축했다.
그동안 대통령실이 가짜뉴스에 대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법적 조치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조된다. 대통령실은 김종대 전 의원과 방송인 김어준 씨, 부승찬 민주당 의원, 뉴스토마토, 한국일보 등을 ‘가짜 뉴스 유포자’로 고발한 바 있다.
9월 5일 장성철 소장은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대통령실 해명에 대해 “‘김건희 여사와 김영선 전 의원 간에 (지역구를 옮기도록 요청한) 문자는 주고받은 적이 없다’ 이렇게 먼저 깔고 가야 되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하고, 공천 못 받았잖아. 이건 사실 아니야,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허위 보도라며 언론사를 대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9월 5일 국민의힘은 “4·10 총선 공천은 당내 공천관리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이뤄졌다. 외부 인사가 개입한 사실이 없다”며 “해당 기사는 객관적인 근거 없이 공당 공천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훼손했다. 국민의힘은 법률 검토를 거쳐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김건희 여사 공천 관여 의혹’에 대해서 “언론에 나오는 사람에 대해서는 컷오프했던 걸로 알고 있다. 특별히 제가 더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