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개발 난도 높은 ‘심해잠수정’ 도급계약…일본은 관급 계약 체결로 ‘리스크’는 정부가 안아
#악천후에도 구조 활동 가능
강화도함은 해군의 차기 잠수함 구조함이다. 잠수함 구조함이란 조난당한 잠수함 승조원을 구조하는 특별한 배로, 잠수함 구조 외에 각종 해난 사고 발생에 따른 지원 임무도 수행한다. 해군은 현재 국산 잠수함 구조함 1호인 청해진함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10월 7일 진수된 강화도함은 길이 120m, 폭 19m의 5600톤급의 크기를 자랑한다. 강화도함은 승조원이 130명이며, 자동함위유지장치와 심해구조잠수정(DSRV), 수중무인탐사기(ROV), 포화잠수체계(DDS) 등 첨단 구조 및 잠수체계를 갖췄다. 중형급 헬기 탑재도 가능하다. 수중무인탐사기는 카메라 영상을 통해 수중물체의 위치를 탐색하고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포화잠수체계는 잠수 작업이 가능하도록 잠수사를 일정 압력으로 가압 또는 감압해주는 장치다.
#국내 최초 ‘센터 웰’ 방식 적용
특히, 강화도함엔 ‘센터 웰’ 방식이 사용되었다. DSRV를 회수할 때 함정 중앙의 수직통로를 이용해 진수 및 회수하는 체계가 적용된 것이다. 기존의 청해진함은 함미 즉 함정의 뒷부분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DSRV를 진수 및 회수했다. 기상 악화 상황에서는 DSRV의 운용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반면 강화도함에서는 센터 웰 방식을 사용해 해상 기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구조 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센터 웰 방식이 결국 강화도함의 발목을 잡았다. 전 세계 10여개 국가의 해군이 잠수함 구조함을 운용 중이다. 이 가운데 센터 웰 방식을 사용하는 잠수함 구조함은 한화오션이 만든 강화도함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치요다와 치하야 총 3척뿐이다.
#심해구조잠수정 진수·회수 난이도 높아
센터 웰 방식은 악천후와 상관없이 DSRV의 운용이 가능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DSRV가 함정 중앙의 수직통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수중에서 잠수함 구조함의 중심부로 진입해야 하는 것. 이 때문에 진수 및 회수 시 사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러한 고난도 방식으로 인해 다른 나라 해군들의 잠수함 구조함은 대부분 함미에서 DSRV를 진수 및 회수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더욱이 강화도함에 사용되는 DSRV의 경우 영국의 JFD 사가 만든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강화도함의 DSRV는 한화오션과 JFD 간에 도급계약으로 진행됐다고 전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강화도함에서 DSRV 진수·회수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영국의 JFD사의 경우 센터 웰 방식의 진수 및 회수가 처음이라 난색을 표하기도 했고, 해군이 요구하는 기상 상황에 맞춰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일 방위장비청과 비교되는 방사청 사업관리
반면, 일본 방위장비청이 사업 관리한 일본 해상자위대의 최신형 잠수함 구조함인 치요다의 경우 2015년 10월에 건조가 시작되었으며, 2016년 10월에 진수 그리고 2018년 3월에 취역했다. 건조예산은 508억엔(약 4764억원)으로 강화도함의 4435억원에 비해 300억 이상 비싸다. 배수량은 강화도함과 동일한 5600톤이지만 전장과 폭은 차이가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경우 1960년대부터 자국산 잠수함 구조함을 개발해 운용했고, 1980년대 중반부터 센터 웰 방식의 잠수함 구조함을 만들어 사용했다. 치요다의 경우 일본에서 3번째로 만들어진 센터 웰 방식의 잠수함 구조함으로 우리와 달리 DSRV를 자국에서 개발해 탑재했다. 특히, 방위장비청은 개발의 어려움을 고려해 잠수함 구조함 건조와 별도로 DSRV 제작사인 가와사키중공업과 관급계약을 체결했다. 즉 위험성을 방위장비청이 짊어진 것이다.
#방사청 도급계약으로 업체에 책임전가
사실 군함건조에서 방위사업청(방사청)이 업체에 도급계약을 전가하면서 적잖은 폐해가 발생했다. 일례로 과거 호위함이나 구축함의 추진계통 즉 가스터빈이나 디젤엔진의 경우 관급계약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차기호위함 배치-Ⅱ(FFX Batch-Ⅱ) 즉 대구함부터 업체 간 도급계약으로 추진체계를 수주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더 비싼 돈을 내고 추진체계를 구매하는 일이 벌어졌다. 과거 호위함이나 구축함 추진체계의 경우 정부가 관급으로 몇 척의 추진계통을 한 번에 구매해서 규모의 경제를 이뤄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도급으로 바뀌면서 조선소의 특수선 사업부가 수주한 물량 즉 2~3척에 맞춰 추진체계를 구매하니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 결국 따져보면 세금 낭비로 이어진 것이다.
#같은 문제 반복될 수도
일단 한화오션 관계자는 "강화도함을 적기에 인도하지 못해 해군 전력화 일정에 차질을 일으킨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하루라도 빨리 장비의 완벽한 품질과 승조원 안전 확보 후 함정을 인도해 해상 방위 전력 증강에 기여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산업계 일각에서는 한화오션이 아닌 다른 조선소의 특수선 사업부가 진행했더라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여론이 강하다. 더욱이 방사청은 강화도함에 이어 차기 잠수함 구조함 추가 건조 사업을 진행중이다. 차기 잠수함 구조함(ASR-Ⅱ) 배치-Ⅱ(Batch-Ⅱ) 사업은 올해 11월까지 사업추진기본전략(안) 및 후속함건조계획(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본 방위장비청과 같이 리스크는 정부가 안고 조선소는 건조에 집중할 수 있는 사업구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김대영 군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