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 회장 최대주주, 공격적인 사업 확장…갤럭시아머니트리 “우선 투자계약증권 사업 등에 집중”
갤럭시아머니트리 주주는 현재 △조현준 회장 32.99% △갤럭시아에스엠 12.35%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8.41%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갤럭시아머니트리는 지난해 토큰증권 사업 관련한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갤럭시아머니트리는 지난해 △파이브노드 지분 20% △에셋체인 지분 4.55% △브이엠아이씨 지분 10.04% 등을 인수했다. 모두 토큰증권이나 블록체인 관련한 업체들이다. 또 갤럭시아머니트리는 에셋체인, 이노솔트와 장외거래중개업 조인트벤처(JV) ‘한국에스티거래’를 설립했다.
뿐만 아니다. 갤럭시아머니트리는 지난해 9월 한국마사회와 ‘경주마 기반 토큰증권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에너지엑스, 마리나체인과 ‘신재생에너지 기술 기반 토큰증권 파트너십’을 맺었고, 차지인과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기반 토큰증권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토큰증권은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의 지분을 나눈 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특정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가상자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을 뜻한다. 토큰증권을 활용하면 미술품, 음악저작권 등 비정형적 자산에 대한 조각투자가 가능하다. 토큰증권의 발행·유통은 STO(Security Token Offering)라고 한다. 갤럭시아머니트리도 STO를 통해 수수료를 수취하는 사업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토큰증권 시장은 시장성이 있다는 평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토큰증권 시장 규모가 2026년 119조 원, 2030년 367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신석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토큰증권은 명품, 음원 저작권 등 개인 일상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대상을 상품화할 수 있어 투자와 개인의 삶이 토큰증권을 매개로 연결될 전망”이라며 “토큰증권의 활성화는 일상의 상품화를 더욱 촉진시킬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갤럭시아머니트리의) 신사업 토큰증권 관련 실적은 올해 하반기부터 발생할 전망”이라며 “유의미한 실적 기여는 내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갤럭시아머니트리의 앞날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현재는 법적인 문제로 토큰증권 사업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토큰증권은 크게 비금전신탁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된다. 비금전신탁수익증권은 금융위원회(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샌드박스) 지정을 받은 서비스만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 투자계약증권은 금융감독원(금감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후 허가를 받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비금전신탁수익증권은 타인에게 비금전 재산의 운용을 맡기고, 이에 대한 수익을 받을 권리가 표시된 증권을 뜻한다. 투자계약증권은 특정 사업이나 대상에 금전을 투자하고, 그 결과에 따라 손익을 받는 계약상 권리다.
갤럭시아머니트리가 추진 중인 비금전신탁수익증권 서비스 ‘항공기 엔진 신탁수익증권 거래유통 서비스’는 최근 금융위 샌드박스 승인을 받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다르게 말하면 갤럭시아머니트리가 수행할 수 있는 비금전신탁수익증권 관련 사업은 항공기 엔진 기반 서비스뿐이다. 갤럭시아머니트리가 다양한 분야의 토큰증권 사업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샌드박스 허가를 받은 회사에 비슷한 서비스로는 추가 허가를 잘 내주지 않는다”며 “승인을 받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갤럭시아머니트리가 샌드박스 허가 없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토큰증권이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국회에서는 지난해 토큰증권 법제화를 위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과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전자증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제21대 국회가 종료돼 자동 폐기됐다. 제22대 국회에서는 아직까지 토큰증권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법안 마련이 지연되면서 규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관련 시장 참여자들도 적극적으로 토큰증권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며 “토큰증권에 대한 관심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이슈들이 뚜렷한 성과 없이 마무리되면서 국내 토큰증권 생태계 조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갤럭시아머니트리 기술력에 대한 우려도 넘어야 할 벽이다. 지난해 갤럭시아머니트리 자회사 갤럭시아메타버스의 지갑이 해킹되면서 갤럭시아코인 약 3억 8000만 개가 탈취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갤럭시아코인은 갤럭시아SG가 발행하고, 갤럭시아메타버스가 운영을 맡고 있다. 이에 빗썸은 지난 1월 갤럭시아코인의 거래 지원을 종료했다.
이와 관련, 갤럭시아머니트리 관계자는 “우선은 항공기 엔진 신탁수익증권 거래 서비스와 투자계약증권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추후 법제화가 되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 요청, 조현준 회장이 받을까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은 지난 7월 5일 “가장 큰 희망은 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며 “저의 계열분리와 이를 위해 필수적인 지분 정리에 형제들과 효성이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한 지분을 형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동생인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에게 매입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지분 10% △신동진 지분 10% △동륭실업 지분 80%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는 갤럭시아머니트리 지분 8.41%, 갤럭시아에스엠 지분 22.41% 등을 보유하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지분 80%를 가진 최대주주다.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는 비상장사다. 통상적으로 비상장사 주식은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가중 평균해 계산한 수치와 순자산가치에 0.8을 곱한 수치 중 높은 수치가 가치로 평가된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의 1주당 평가액은 2022년 말 112만 7119원에서 2023년 말 132만 4434원으로 증가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보유한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지분 평가액도 2022년 말 92억 9873만 원에서 2023년 말 109억 2658만 원으로 늘어난 셈이다.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의 기업가치 상승은 매도가능증권평가손익이 증가하면서 순자산가치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갤럭시아머니트리의 주가는 2022년 말 4150원에서 2023년 말 1만 1450원으로 상승했다. 이에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가 보유한 갤럭시아머니트리 지분 장부가액도 2022년 말 136억 9259만 원에서 2023년 말 377억 7836만 원으로 증가했다. 갤럭시아머니트리 주가가 조현문 전 부사장이 보유한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지분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갤럭시아머니트리 주가가 하락하면 보다 낮은 가격에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 그러나 조현준 회장이 갤럭시아머니트리 주가 하락을 바랄 수도 없다. 조 회장은 갤럭시아머니트리 지분 32.9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조현준 회장은 납부해야 할 상속세가 수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준 회장 입장에서 조현문 전 부사장 지분 매입에 수백억 원을 지출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조현준 회장이 조현문 전 부사장의 지분을 매입하지 않아도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갤럭시아머니트리 경영권에는 큰 영향이 없다. 이 때문에 조현준 회장이 굳이 조현문 전 부사장의 지분을 매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효성그룹 관계자는 “가족들은 말로만이 아닌 진정성을 가지고 가족 간 평화와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가족 간에 직접 만날 기회도 없이 변호인들을 통해 안을 주고받고, 외부로 이슈화시키는 것은 선대 회장이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