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체제 민주당, 다양성과 역동성 사라져…강성 팬덤 지도자 아니라는 것 보여줘야”
―‘초일회’ 모임 결성 배경은 무엇인가.
“이번 총선에서 교훈을 얻었다. ‘경쟁력 있고, 지역구 기반 좋으니까 살아남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각자도생을 했다. ‘비명횡사’ 공천 시스템에선 이렇게 하면 안 됐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공천 학살로 수십 명의 현역 의원이 극단적으로 공천 탈락하는 건 거의 없는 일이다. 지난 5월 삼삼오오 모여서 의견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6월부터 매달 15명이 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다. 아픔을 추스르며 세월만 보내지 말자. 국가와 국민, 우리 사회를 위해서 정치적으로 기여하는 일을 해보자고 결론을 내리게 됐다. 9월부터는 체계를 갖추고자 운영위를 구성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것인가.
“정권 교체에 힘을 보태고 싶다. 윤석열 정부가 나라를 망가트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성토하고 있다. 전직 의원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돼 있지만, 반드시 정권 교체를 성공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민주당 포함 진보 진영에서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오고 있는 건 맞다. 다만 이재명 대표가 과연 100% 확실하게 교체할 수 있는 국민 지지나 성원을 받고 있느냐에 대해선 물음표가 찍힌다. 이 대표 체제 당내에선 다양성, 역동성, 민주성이 부족한 상황이지 않나. 토론도 하지 않고 있고, 당내 이견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초일회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보고자 한다. 그래야 지지층을 넓힐 수 있다.”
―이재명 대표 대항마라 불리는 ‘신 3김’(김동연·김부겸·김경수)이 정치권에 등장했다.
“초일회는 ‘신 3김’ 지지 모임은 절대 아니다. 김동연 지사나 김부겸 전 총리를 아직 만나지도 않았다. 이 분들만 대선 출마하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많은 정치인이 진보 진영 대권 주자로 나타날 것이다. 초일회의 박용진 전 의원도 대선 후보였다. 젊고 참신하며, 부패하지 않고, 국민께 삶의 희망을 줄 수 있는 분들과 소통을 이어가겠다. 국민의 신뢰를 받고, 국가 어젠다를 해결할 수 있는 대통령 만드는 데 역할을 하고자 한다.”
―당내에 초일회가 활동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있다고 보나.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옳은 일을 한다고 판단되면, 국민과 당원들이 지지해주고 함께할 가능성 있다. 초일회 존재가 알려진 뒤로 ‘잘됐으면 좋겠다’ ‘용기 잃지 말고 힘을 내라’ 등의 연락이 많이 온다. 초일회가 지향하는 바에 공감하는 전·현직 의원 있다면 소통하고 연결해나갈 생각이다. 지금은 아니나, 때가 언젠가 오리라 생각한다.”
―친명계 정성호 김영진 의원은 초일회를 단순한 친목 모임 정도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분들과 초일회 구성원 대다수가 좋은 관계다. 다만 정 의원이 본인도 두 차례 낙선했다고 했는데, 우리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해서 아쉽다. 정 의원이 낙선할 때 수십 명의 현역 의원이 ‘비명횡사’를 당한 사태는 없었지 않았나.”
―초청 특강이나 간담회를 계획 중이라고 들었다.
“10월부터 여야 불문하고 정치 지도자나 원로 정치인, 각 분야 전문가 등을 초청해서 특강도 듣고 좌담회도 진행하려고 한다. 첫 주자를 물색하고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등을 포함해서 논의할 예정이다. 주제는 국민께 필요한 국가적 현안을 다루려고 한다.”
―이재명 대표도 초청할 의사가 있나.
“민주당 전직 의원들 모임인 만큼 당연하다. 이 대표 측에서 연락해온다면 초일회 구성원들과 상의해서 결정하겠다.”
―이른바 강성 팬덤 권력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이 강성 팬덤에 휘둘리면서 당내 다양성, 민주성이 많이 죽었다. 조금이라도 당론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면 많은 비난과 조롱을 받는다. 당내 분위기 위축돼 있고, 민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70년 전통 민주당에 비주류 이견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사라지게 해선 안 된다. 이재명 지도부가 강성 팬덤이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해서 과감히 노력하고,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이 대표가 강성 팬덤 지도자가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확장을 가로막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행태를 단호하게 배격하자’고 말하지 않았나.”
―당내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두고 ‘시행론’과 ‘유예론’이 맞서고 있다.
“당내 이견 있는 건 보기 드문 현상이다. 토론도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이런 것들이 자발적인 절차에 의해서 나오면 좋겠다. 이재명 대표가 완화론을 꺼내 들자, 지도부나 친명 의원들이 금투세 재검토하자고 목소리를 내는 모양새는 보기 좋지 않다.”
―김동연 지사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친명계는 김 지사 발언을 정치적 이익을 위한 당파성 발언으로 치부하는 건 지양했으면 좋겠다. 왜 필요한 정책인지를 이야기해야지, 이의 제기했다고 인신 공격을 하는 것 좀 안 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도 선별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이 결정하면 따르라는 행태들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당이 재집권하기 위해선 충분히 토론하고. 이견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외연 확장을 할 수 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